뭐든지 국민에게 물어보고 하겠다는 발상은 책임회피에 다름 아니다. 선거에서 국민의 代議權을 부여받았으면 스스로 책임지고 자기 소신을 관철해 보라. 영국의 브랙시트(BREXIT) 국민투표를 두고 나온 비판중의 하나가 이런 전문적인 식견을 요하는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었다.

EU에 남는 게 영국에 이익인지, 탈퇴하는 게 더 나은지는 경제전문가들조차도 의견의 합치를 이루지 못할 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문제인데,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국민을 상대로 이런 걸 갖고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에 수긍한다.

같은 맥락에서, 안철수 의원의 사드문제에 대한 국민투표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이 문제 역시 고도의 군사, 외교, 안보적인 지식과 전문성을 요하는 사안인데, 일반 국민이 여기에 대해 무슨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고 국민투표를 한단 말인가.

민주주의가 능사가 아니다. 뭐든지 국민에게 물어보고 하겠다는 발상은, 얼핏 보면 굉장히 민주적인 사고를 하는 것 같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책임회피에 다름 아니다. 명색이 정치지도자라면 본인 스스로 충분히 연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보고, 국민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필요하다면 국민을 설득까지 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 아닌가?

만약 자신의 생각과 국민 다수의 생각이 다르다면, 용기 있게 자기 주장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를 하고, 나라와 국민을 올바를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감을 가져야 정치지도자 자격이 있는 거지,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일반 국민을 상대로 이런 중요한 문제를 국민투표 하자고 하는 것은 무책임 그 자체라고 본다.

먹고살기 바쁜 국민 그만 팔고, 선거에서 국민의 代議權을 부여받았으면 스스로 책임지고 대통령과 국민을 상대로 자기 소신을 관철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