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권력자로 군림하는 세상은 온 세상이 약점 잡힌 상황이라는 뜻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 기자들 앞에 섰다. 오늘(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의 일이다. 정운호 전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 등을 '몰래 변론' 했다는 의혹과 관련 <한 언론사가 문자로 "기사를 다 썼으니 (의혹을) 빼고 싶으면 서류(선임계)를 제출하라'고 해서 답을 안했다. 그게 사실이고 아니고 떠나 신문사에 선임계를 제출해야 하나. 전 모멸감을 느꼈다>(연합뉴스 참조)

아래는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면 당한 나향욱 교육부 前 정책기획관과 경향신문 기자와의 대화 내용 일부다.(동아일보 참조)

[상 략]

-경향 부장:제가 지금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으로서 지금 여기 와 있습니다. 저를 어떻게 보길래, 그렇게 얘기를 하셨냐고요?
-나 전 기획관: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경향신문에 부장으로 계시는 거를 제가 잠깐 망각하고 잠깐 망각하고 그냥 이렇게 편하게 대했다고 그렇게 생각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
-경향 부장:그게 본인의 생각이시란 거죠? 개인적인 생각?
-나 전 기획관:그렇죠.
-경향 부장:알겠습니다.
-나 전 기획관:그런 거였어요, 네.
-경향 부장:몇 시 차라고요?
-같이: 10시.
-경향 부장:가셔야겠네.
-교육부 홍보담당관:부장님 감사합니다. 얼굴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진짜 부장님 뵙고 싶어서.

[하 략]

대한민국 신문 기자가 이 정도로 센 줄은 미처 몰랐다. 큰 일이다. 기가 막혀 말이 잘 나오질 않는다. 감히 청와대 수석비서관에게 (약점 잡았으니) 신문에 안 나려면 서류 내 놓으라고 윽박지르다니….
그리고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2급 상당 공무원이라고 한다. 홍보담당관도 아마 행정고시 출신일 것이다. 말 그대로 고위공무원들이다. 그런데 발행부수도 얼마 되지 않는 3류 신문 기자 앞에서 술 사 줘가며 이렇게 쩔쩔 매야 하는가? 뒤가 구린 공직자들이 기자들에게 목덜미가 잡혀 굽신거린다는 말은 들어 봤어도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기자들이 권력자로 군림하는 세상은 온 세상이 약점 잡힌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래서는 이 나라가 온전할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이 뭔가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할 것 같다. 기자들이 저렇듯 오만방자한 것은 국회의원, 검사, 판사, 기타 고위공직자 등 소위 권력자들이 반듯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가 정상으로 굴러가리라 생각한다면 妄想(망상)이다. 박 대통령은 기왕에 일이 이렇게 된 바에야 비상 수단을 강구해야 할 듯싶다. 나는 그 비상수단으로 어떤 게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이대로는 안 되고 대통령이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통령도 어찌할 수가 없다면 이 나라는 이제 끝이다.
조선은 임금도 어찌할 수가 없어 망했다. 지금 바로 그 지경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