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제도 개선을 소방방재청 제도개선과에 맡기니, 국가를 위해 최선인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利權을 보장하는 答을 찾는다. 세무공무원에게 뇌물 줘 보신 적 있습니까? 요 근래에는 없어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요즘은 민원인이 세무공무원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공인회계사와 세무회계사를 1년에 천명 가까이 뽑다 보니, 기장대행 및 세무신고 업무를 거의 다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1년 내내 민원인이 세무공무원과 얼굴 맞댈 일이 없어졌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근데 요즘도 민원인이 공무원과 얼굴 맞대고 만나야 하는 분야가 하나 남아 있다. 바로 소방분야다. 소방검사를 구실로 공무원들이 겁도 없이(?) 대상 민원인(건물주)들 만나러 태연하게 돌아다니는 부서가 바로 소방청이다. 그것도 과태료 처분 위주의 지도를 하겠다고 공공연히 공문까지 보내며 검사에 입회하라고 공갈까지 하고 있다. 그렇게 사전에 시간약속(통지)까지 하고 민원인 꼭 만나야 할 이유가 뭘까?

과거 소방공무원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화재豫防 문야는 民間에 맡기고, 화재 鎭壓만 소방청이 맡는 案이 거론된 적이 있었다. 즉, 국내의 모든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의무적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토록 하고 화재 예방과 관련한 검사, 예방점검, 지도, 연구개발, 제품개발 등의 업무를 화재보험회사 등 民間기업에 맡기자는 案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백 번 타당하고 옳은 생각이었다. 형식적 검사로 인한 사회적 낭비, 공무원 비리 등 화재豫防 분야의 적폐를 단번에 해결하고, 낙후된 소방산업 분야에 민간기업의 능률과 효율을 이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었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제안에 누가 맹렬히 반대했을까? 바로 소방공무원 자신들이다.

당시 인터넷에 올라온 글 중에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소방공무원 모씨가 쓴 글이 기억난다. '소방인의 자존심을 팔아먹는 행위'라고 표현했었다. 소방공무원의 자존심이란 게 뭘까? 업무량 많다고 맨날 우는 소리하면서, 불 끄는 일만 자신들이 하고, 화재예방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민간기업에 넘기면 서로가 좋을 텐데 여기에 소방공무원의 자존심이 왜 등장하는가? 소방점검이 소방공무원의 자존심이란 게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분은 이 자존심이란 단어를 利權이란 말로 바꾸면 뭔가 感이 오지 않을까 싶다.

박근혜 정부 들어 소방기능작동점검 제도란 게 또 생겼다. 소방공무원 비리를 근절하고자 기안한 것인지, 소방공무원의 업무량을 줄여주려고 생각해 낸 것인지는 몰라도, 내용인 즉, 종전까지 소방공무원이 하던 소방검사 업무를 건물주가 민간회사(소방안전관리사)에 엄청난 검사비(연면적 3000평방미터 정도면 거의 100만 원 수준)를 주고 의뢰하여 자체적으로 검사하고, 그 결과를 소방서에 보고한 후, 하자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방공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추가적으로 해마다 100만 원 가까운 검사비가 소요되고, 공사비도 많이 들지만, 그래도 이젠 소방공무원 얼굴은 더 안봐도 되겠네 하던 대한민국의 건물주들이 또 뒤통수를 맞았다.

왜냐햐면, 작동검사보고를 하고 나서 확인하러 소방공무원이 또 그 바쁜 와중에 직접 민원인(건물주)를 알현하고자 몸소 내방을 하시고, 또 소방검사는 없어졌지만, '특별'이란 말을 하나 붙여 '특별소방검사' 제도란 걸 두어 여전히 소방검사 핑계로 관할 내 건물주들을 만나러 수시로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利權에 대한 공무원들의 意志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작동기능검사를 소방관리사 자격증이 있는 업체에 맡겼다면, 만약에 화재가 발생하면 그 검사를 한 업체가 책임지면 된다. 세무신고를 틀리게 했으면 세무회계사나 공인회계사가 책임지는 것처럼…엘리베이터, 주차타워, 전기, 도시가스…전부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外周업체에 委任했으면 위탁계약을 한 사업주(건물주)는 공무원 만날 일이 더 이상 없다. 근데 왜 소방공무원은 이 원칙을 무시하고 무조건 직접 나와서 눈으로 확인하겠다고 하는가? 그럴 바에야 해마다 100만 원 가까운 돈을 주고 검사를 맡길 필요가 없지 않는가? 소방공무원이 나오신 김에 검사도 좀 해주지…그렇게 공무원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면, 소방관리사, 소방기술사, 소방설비기사,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이 왜 필요한가?

이러한 제도를 기안한 곳이 바로 소방방재청 제도개선과라고 한다. 제도 개선을 공무원한테 맡기면 국민을 위한 정답, 국가를 위해 최선인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利權을 보장하는 자신들을 위한 答을 찾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고양이한테 생선가게 맡긴다는 것이 딱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방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모든 규제개혁이나 공무원연금 개혁도 국민을 위한 최선의 답을 찾고자 한다면 利權에 눈이 먼 공무원을 排除(배제)시켜야 한다. 最大의 이해당사자인 그들(공무원)이 끼어 들면 배는 산으로 가고 만다.

부패 공화국 대한민국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처럼 공무원이 민원인과 대면할 기회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싱가포르 공무원이 이렇게 말했다.

“민원인과 공무원이 만나는 기회를 없애는 것은 뇌물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와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허가신청이나 민원제기, 이의신청, 정부 계약 입찰 등 모든 부분에 대해 직접적인 대면 접촉을 금기시 하고 있는 나라가 청렴 1위 국가인 싱가포르이다. 과태료 부과 운운하며 백주에 민원인 만나겠다고 돌아다니는 한국의 소방공무원들이 배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