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覺은 정신적 방황에서 '이것인가?' 하고 잡았던 것이 한국 불교였던 듯하다. 비록 자신이 환영(幻影)을 보았을지라도 한국불교는 그와는 상관없이 수천 년을 이어온 가치가 있는 것이다.
"명성 때문에 내 수행이 쇼(show)가 됐다"며 2009년에 한국을 떠나 독일을 거쳐 지금 그리스에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玄覺 스님이 새삼 다시 한국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는 보도다. 이미 한국을 떠나 있는 그가 이런 선언을 했다는 것은 아예 한국과는 인연을 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조선닷컴 보도에 따르면 그는 “돈만 밝히는 한국 불교 떠나겠다”며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으로 25년간 승려 생활을 하면서 '한국불교의 상명하복식 관습, 국적·남녀 차별, 기복신앙(자신의 福을 비는 신앙) 등'을 예로 들며 한국 불교의 객관적 문제점들도 지적했다. 2009년 한국을 떠날 때는 "종교는 신앙 아닌 윤리로 가야 한다", "종교는 인간이 만든 형태일 뿐 베푸는 마음 실천해야 참 종교다"고 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는 자신의 종교관과 한국 불교의 이질감으로 많은 번민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불편해 하듯이..

그의 法名 '玄覺'의 玄은 '검을 현'字로 단순히 색갈만 뜻하는 게 아니라 심오함, 고요함, 아득함 등 알지 못하는 영역을 아우른다. 覺은 말 그대로 깨우친다 또는 밝혀낸다는 뜻이다. 즉 法名 자체가 미지의 영역을 밝혀보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듯 보인다. 그런데 충분히 깨닫고 떠나는 것인지 의문이다.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듯한 뒷맛을 남긴다. '돈만 밝히는 한국 불교'는 개선시켜야 할 일일 텐데 피해가야만 할 다른 이유가 있는지? 길을 잘못 든 것인지? 아니면 旅程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한 곳의 풍경에 대한 소회(所懷)인지?

玄覺은 1964年生 미국인으로 화려한 학력을 가지고 있다. 예일대학에서 哲學과 文學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과 하버드 대학원에서 宗敎哲學(比較宗敎學)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의 종교와 철학에서 정신적 만족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대학원 재학 시절인 1989년 강연 차 미국을 방문한 숭산 스님의 강연을 우연히 듣고는 크게 감동받아 이듬해에 '케임브리지 禪센터'에 입문하면서 한국(불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92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의 나이 스물여덟 때였다. 그로서는 대단한 결심이요, 받아 들이는 세인들의 눈에는 신선함이었다. 그는 스승인 숭산 스님의 說法集 세 권을 영어로 번역하여 출간하였고, 1997년에는 자신의 出家 사연을 기록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출간하여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한국으로 온 지 5년만에 엄청난 知力을 펼쳤다.

그의 스승인 숭산 스님은 한국 불교를 해외에 알리는데 선구적 역할을 한 큰스님이었다. 숭산 스님은 생전에 예언을 잘했다고 한다. 그 예언 중에는 이런 예언이 있다. <예언한 사람과 그 예언에 감명을 받은 사람이 둘 다 충분히 오래 사는 것은 최고의 비극이다.> 이 말의 뜻은 무엇일까? 世上事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니라는 뜻일까? 다행(?)히 숭산 스님이 입적하고 없으니 이들 사제는 최고의 비극은 면한 셈이다. 한국 불교가 그를 가두거나 이해시키는 데는 뭔가 맞지 않은 듯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한국 불교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어디든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한국 불교계는 그의 지적대로 돈을 너무 밝히고 심지어 정치에 관여하여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한 방편으로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었으나 세속인이나 다를 바 없는, 어쩌면 세속인보다 더 영악스런 사이비 중들도 많다. 그러나 이것으로 한국불교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불교에 귀의하는 사람들도 여러 동기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玄覺은 정신적 방황에서 '이것인가?' 하고 잡았던 것이 한국 불교였던 듯하다. 비록 자신이 환영(幻影)을 보았을지라도 한국불교는 그와는 상관없이 수천 년을 이어온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해결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해 줄 듯 하는 게 종교다. 그러나 '이 世上은 끝이 있는가 없는가?', '時間은 유한한가 무한한가?', '來世는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등 여러 형이상학적 물음에 종교도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불교에서는 分別을 하지 마라고 가르친다.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인다. 토굴에 들어가 몇 년이나 눕지 않고 지냈다거나, 미물을 위해 목숨을 거는 기행을 보이기도 하고, 보다는 생산적인 일에 매달려 천년고찰이나 대장경들을 남기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불교계만의 일이 아니라 人間事 중 한 조각 단면이다. 연출되지 않은 쇼라고 하면 너무 가볍게 들릴까? 玄覺은 "명성 때문에 내 수행이 쇼가 됐다"고 한탄했지만 무엇 때문이 아니라 결국 人間事 모두가 쇼는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진짜 神의 연출일지도 알 수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