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사생활에 대한 영상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보지 않았던 터였다. 제목에서 역겨움을 느꼈거니와 ‘뉴스타파’라는 매체의 보도였기 때문이다. 이 매체에 대해선 잘 알지는 못하나 몇몇 보도를 보며 ‘팩트’에 대한 접근방식에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며칠 지나 듣게 된 여론은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몰래 찍은 사생활을 그런 식으로 공개한 것을 비난하는 이가 많았다. 어느 정도기에 지탄 목소리가 많은지 살펴보기로 했다. 영상 내용을 정리한 기사를 보았다. 확실히 문제점이 많았다. 그들과 같은 성향이어서 그 보도에 히죽댄 이라 할지라도 윤리적(倫理的), 법리적(法理的)인 면에 있어서는 내심 ‘이래도 되는가’ 하였을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이유를 알만 했다. 그들이 어떤 바람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일반적인 보도의 경과에 비추어보면 실익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불순한 목적으로 한 개인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하고 이를 타인에게 건넨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범죄이다. 보도라는 형식을 취했다고 해도 그런 영상을 공개한다는 것은 일단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다. 그 보도야말로 고발감이었다.

지금부터 거론할 사실들은 언론인은 물론 상식 있는 시민들이라면 지적할 수밖에 없는 점이다. 곧 뉴스타파의 행위에 대한 고발이다.

윤리적, 법률적 관점에서의 문제

인간 사회에는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체제(體制)와 법(法)이 만들어진다. 어느 종교든 살인, 강도는 신(神)이 벌한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神이 어기지 말라고 한 법, 즉 타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일 외에 인간이 만든 규제법들은 대부분 기능적, 편의적인 것이다. 어제 금지되던 일이 오늘 허용되는 경우가 허다한 이유이다.

우리는 법치국가(法治國家)에 살고 있다. 언론이 활동할 수 있는 근거도 법에 따른 것이고 언론이 누군가를 고발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법을 어긴 자를 처벌하기 위해 법을 어겨서는 안 되는 것은 법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 사생활에 대한 보도에서는 보도윤리 준수는 고사하고 법(法)마저 무시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영상이 범죄의 소산물(所産物)임은 명백한 반면 그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어떤 범법행위를 저질렀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시청하는 이들이 나름대로의 추측은 할 수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 성매매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마사지를 받았을 것이라 보는 이들도 많다).

이런 경우 무엇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가? 당연하다. 현재의 피해자 내지 보도를 통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의 인권(人權)이다.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늘 인권을 부르짖는다. 보편적 복지 문제를 거론할 시에는 으레 ‘이건희 회장의 손자에게도 무상복지가 지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스타파는 진보적임을 표방하는 매체 아닌가?

이 회장 사생활을 공개한 기자는 보도윤리 문제와 인권 문제를 놓고 잠시나마 갈등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는 취재 후기에서 “이 뉴스를 볼 독자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 공공의 이익이라는 것이 있는가. 황색 저널리즘의 사생활 까발리기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하고 있는가 하면 “‘사생활’이라는 강력한 방어 논리가 남아 있었다. 성매매는 매우 논쟁적인 사안이다. 성매매를 당연시하는 한국적인 풍토도 걸림돌이었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몰래카메라라는 점도 문제였다”고 하고 있다. 즉 자신의 보도에 공익성(公益性)이 부족한 사실, 이건희 회장이 범죄 피해자라는 사실, 문제의 영상이 범죄의 소산물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認知)하였음을 자인(自認)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기자는 성매매에 대하여 ‘논쟁적인 사안’이라 하고 있다. ‘나쁜 행위’라고 단정하지 않고 ‘논쟁적’이라 한 것은 성매매가 ‘피해자 없는 행위’이자 ‘시대상황에 따른 편의적 규제’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일정부분 수긍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보도를 단념하였어야 했다. 피해자도 없는 일의 법(法)위반의 점을 캐내기 위해 범죄영상물을 도구로 사경(死境)을 헤매는 그 피해자를 때리는 것은 보도가 아니다. 공익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요 일정한 보도 시 사안의 경중(輕重)을 저울질 하는 일반적인 방법에도 크게 벗어난다. 한마디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오직 성매매를 캐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거기다 이 회장이 위법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해 버렸다. 문제의 범죄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성매매를 하였다고 단정하려면 최소한 그 당사자들 중 한 명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했어야 한다. 당사자 중 하나가 의혹에 대해 시인할 때 단정할 수 있는 것이다(그렇더라도 막상 성매매 혐의로 처벌하고자 함에 있어서는 그 시인한 자 외에 다른 당사자가 혐의를 부인할 경우 法적인 공방이 벌어지기 쉽다. 선뜻 처벌하기 어려운 것이다).

범죄영상 속의 여인들은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건희 회장은 장기간 투병 중이다. 의식이 없다는 소식도 있다. 생존해 있으나 어떠한 자기 방어도 할 수가 없다. 상식적으로 이런 상태로는 형사법상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수도 없고, 설령 영상 속 인물들이 법을 어긴 점이 있다하더라도 처벌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뉴스타파는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보도를 하였다는 말인가?

취재기자가 자인(自認)한 것처럼 공익성이 없다

일반적으로 ‘공익(公益)’은 사회구성원 대부분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말한다. 언론의 보도가 공익성(公益性)을 띠려면 그 보도로 인해 사회구성원들이 얻을 수 있는 유·무형적 이익이 분명해야 한다. 언로(言路)가 막힌 억울한 약자(弱者)의 목소리를 전달한다거나 범법행위를 찾아내 고발한다거나 일정 범죄 예방목적의 보도 따위가 공익에 속한다.

이 회장 사생활에 대한 보도는 공익적이라 볼 수 없다. 영상에 등장한 이들이 일정한 위법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피해자는 없는데 반해 영상 공개로 인한 실질적 피해는 이 회장과 그 가족만이 입는다(삼성이라는 국가대표 기업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영상 공개로 사회가 얻을 수 있는 범죄예방 효과는 전혀 없고 몰래 영상을 촬영한 범죄자 내지 그 영상을 이용하려한 공갈범의 범죄 목적만 달성될 뿐이다.

진실성도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 영상만 가지고는 이 회장이 성매매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취재기자 말대로 이 회장은 일단 범죄 피해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기자는 성매매가 있었는지 밝히기 위해 노력한 만큼 누가 어떤 목적으로 불법영상물을 제작하였는지, 이 회장이 이미 협박당한 사실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폈어야 했고,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에게도 사실 확인을 하였어야 했다. 여성들도 고발하려 했어야 했다. 이를 위해 노력하였음에도 한계에 부딪혔다면 그런 식의 보도를 하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보도내용상으론 그러한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한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오직 이 회장에게만 모든 초점을 맞춘 채 성매매 행위가 있었음을 전제로 그 입증에 필요한 요건을 맞추는데 혈안 되어 있었다. 장소, 금액 따위 같은 것을 특정 하느라 열심이었던 것을 보며 이르는 것이다.

도둑 촬영 피해자의 인권이라든지 그밖에 중요한 헌법적(憲法的) 가치는 내 팽개쳤다. 그러한 보도를 올바르다 할 수 있겠는가? 당사자 확인 등을 하지 못하였으므로 성매매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리고 이 회장은 반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범법자로 단정하였으니 뉴스타파 보도내용에는 진실성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보도를 하였어야 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 보도의 내용은 이건희 회장을 고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 의식이 없는 상태임은 널리 알려졌고, 언론종사자의 지적 수준으로는 현재 이 회장이 어떤 경우라도 수사기관에 입건될 수조차 없음을 명백히 알 수 있으므로 그 보도는 결국 고발 목적이라 볼 수 없다. 실체적 진실확인, 범죄의 일반 예방적 효과 및 처벌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고발은 고발이 아니다. 사실상 이 회장 ‘망신주기’이다.

살펴보았듯이, 이 회장에 대한 뉴스타파의 보도는 공익성, 진실성, 상당성이 전혀 없다. 보도의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도둑 촬영한 범죄자만 도운 것이다. 그들이 내세운 이 회장 관련 의혹은 심한 논리비약이거나 말장난에 가깝다. 이건희 회장에게도 그런 식인데 필요하다면 일반시민들에게 어떻게 할지 소름끼친다.

헌법 제21조 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 보도는 명백히 헌법을 위반했다.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그런 짓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회장이 한 점 부끄러움도 없어야 하는 종교인인가? 이 회장 사건을 보도한 취재진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어느 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운운할 정도로 기자로서 도덕적이었나?

뉴스타파를 고발한다

뉴스타파 보도에 문제점이 많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회장 사생활을 몰래 찍은 영상을 공개한 것은 파렴치한 까발리기이다. 의식이 없어 반론할 수 없는 이를 대상으로 실익(實益)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양민(良民)의 등을 무단히 난도질 하는 것만큼이나 악질적인 일이다. 이 사건은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 회장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언론활동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뒷배로 한 극도의 방종(放縱)이자 언론의 탈을 쓰고 어느 개인을 너무나 비열하게 공격한 것에 관한 문제이다.

문제의 영상물은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기획·제작된 것이 명백하다. 이익 없이 섣불리 넘길 리 없다. 만일 도둑 촬영한 이가 이익 없이 어딘가에 제공하였다면 어떤 신념에 따라 제공한 자와 받은 자가 사전에 공모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형법은 ‘범죄행위로 인해 生하였거나 이로 인해 취득한 물건’은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취득하고 보도한 이 회장 사생활에 대한 영상물은 몰수대상이다. 수사기관은 속히 그 영상물을 압수해야 한다. 아울러 뉴스타파가 영상물을 입수한 과정에서 제공자에게 어떤 대가를 제공했는지, 아울러 도둑 촬영한 장본인과 모종의 거래를 하였는지 등을 수사해야 한다.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