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4월 13일에 상해 임시정부가 건국한 것이라는 주장은, 역사적 자료와 부합하지 않고 지적(知的) 엄밀성을 결(缺)한다.
<아래 글은 2016/8/21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세미나(주최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 발제문 요지임>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우리 사회 일부는 상해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3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고 주장하면서, 1948년 8월 15일은 건국일이 아닌, 정부수립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건국되었다는 것이 발제자의 견해다.

이 견해의 근거로 발제자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자료에 주목한다.

1. 이승만 대통령은 1948년 8월 15일 기념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거행하는 이 식(式)은 우리의 해방을 기념하는 동시에 우리 민국이 새로 탄생한 것을 겸하는 것입니다.…(중략)…이 건국 기초에 요소될 만한 몇 조건을 간단히 말하려 합니다."

2. 이승만 대통령은 1949년 3·1절 기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이 설립된 지 처음으로 이 날(3. 1절)을 경축하게 된 까닭입니다. 대한민국이 탄생한 것, 바로 말하자면 대한민국이 다시 탄생한 것은…"

3. 대한민국 독립 1주년 기념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이렇게 연설했다. "민국 건설 제 1회 기념일인 오늘…(중략)…이 어려운 첫 해 동안에 많은 곤란과 장애 중에서도…"

4. 김대중 정부는 1998년에 ‘건국 50주년 기념행사’를 했고 '건국 50주년 기념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이상의 사실들은 다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에 '건국' 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라고 간주하기에 충분하다. 이밖에도 다른 자료들이 있지만, 예거(例擧)를 생략한다.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만약 1948년 8월 15일 아닌,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3일에 건국됐다면, 그래서 그 후 그 나라가 일관되게 존속했다면…그렇다면 우리는 왜 1945년 8월 15일 이전엔 남의 나라 일제(日帝)에 의해 징용에 끌려가고 위안부로 잡혀가고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엘 들어갔단 말인가? 이것은 대한민국이란 '국가요건을 갖춘 국가‘가 1948년 8월 15일 이전엔 우리에게 주어져 있지 않았음을 뜻한다. 그 시기엔 ’국가의 요건‘을 채 갖추지 못한‘ 임시정부만 있었다.

임시정부는 그야말로 임시적 존재였다. 당시의 독립 운동가들도 그 점을 알았기에 정식 정부 아닌 임시정부라고 자임했을 것이다. 임시정부는 정식 정부나 국가의 기능을 발휘했다기보다는, 당시 우리 민족의 독립에 대한 열망-소망-이상(理想)-의지-결의-투쟁을 담은 결사체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3일이 아니라 1948년 8월 15일에 건국되었다고 하는 사실은, 건국 당시나 그 후 50년(김대중 정권에 이르기까지) 동안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확고한 정설(定說)로 굳어져 왔다.

그러다가 근년에 와서야, 일부가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시비하기 위해, 특히 해방공간에서 이승만-한민당 등이 취한 대한민국 건국노선 상의 역할을 배척하기 위해, 대한민국 건국일은 1948/8/15가 아니라,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4/13이라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이는 1948년 8월 15일 이후의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류(主流)적 정체성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주장은 두 개의 자료에 대한 그들 나름의 해석에 기초해 있다. 대한민국 건국헌법 전문 중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한 것, 그리고 1948년의 8·15를 '정부 수립일'이라고 지칭한 것(따라서 '건국'이란 말이 없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한 것은 그러나, 1919년의 상해 임시정부의 위대한 정신사적-운동사적 의미와 가치를 전승(傳承)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지, 임시정부라는 국가를 직선적으로 이어받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임시정부는 명실상부한 국가가 되려고 분투했을 뿐, 그런 국가가 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영토-국민-주권‘이라는 국가의 3대 요소를 갖춰야만 한다. 임시정부는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그 요건을 갖추려고 분투하고 헌신했을 뿐이다.

1948년 8월 15일 당일에 우리 건국시조(founding fathers)들이 썼던 '정부수립'이란 용어도, 1919년 3·1 운동을 기점으로 발단된 ‘독립 민주공화국’을 향한 긴 과정이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1948년 5월 10일의 제헌국회 선거-7월 17일의 헌법제정-8월 15일의 민주공화국 출범-조각(組閣)-정부수립 등 일련의 헌법기관 설치 절차를 밟아 완결되었음을 시사(示唆)할 따름이다.

'정부수립'이란 말 자체가 건국과정이라는 보다 상위의 전체상(像)을 전제하는 말이다. 정부수립은 건국과정 없인 될 수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건국 선포’라는 언어적 표현이 없었다 해서 건국 작업이라는, 객관적으로 엄연히 ‘있었던 것’이 ‘없었던 것’으로 되는 건 아니다.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에 이승만 박사의 독립촉성국민협의회와 한민당 등이 주도해서 건국한 게 아니라, 1919년 4월 13일에 상해 임시정부가 건국한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그래서, 역사적 자료와 부합하지 않고 지적(知的) 엄밀성을 결(缺)한다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다.


fbrmsdlf 2016/8/ 21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