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발전사는 근대화 이후 세계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그 찬란한 드라마는 1948년 8월 15일부터 시작되었다. 헌법적(憲法的)으로나 역사적(歷史的)으로 48년 8월 15일은 건국일(建國日)이 명백하다. 우리는 이날을 기꺼이 자축(自祝)해야 한다. 헌데 눈을 치켜뜨고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정치인도 있고 중앙일간지도 가세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일견 그럴싸해 보이지만 보편적인 상식과 논리에 맞지 않다.

대표적으로 문재인(文在寅) 전 의원의 발언을 꼽을 수 있다. 文 의원은 광복절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建國節)로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文 의원은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은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헌 헌법도 ‘3ㆍ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되고 제헌 헌법으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밝혔다”며 “우리가 한반도 유일의 정통성 있는 정부임을 자부할 근거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수립 후 1948년 9월 1일 발간된 대한민국 관보 1호는 연호표기를 ‘대한민국 30년 9월1일’이라고 했다”며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대정부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이 아닌 정부수립일로 공식표기 해왔다”고 주장했다.

중도신당을 창당 중인 이재오(李在五) 전 의원도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朴 대통령이 ‘건국 68주년’을 언급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李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는 정부가 이승만 정부로 처음 출범한 건 맞지만 나라의 건국일을 1948년 8월 15일로 잡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李 의원은 “독립운동의 지난한 과정을 통해 상해 임시정부가 생겼고,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고 되어있지 않느냐”며 “(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삼으면)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잘못하면 일제하의 지난한 독립운동 과정을 부정하게 된다”고 주장했다(李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건국 60주년을 기념했을 때는 이러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도 ‘제헌 헌법 전문을 담은 관보 제1호에는 발행일이 대한민국 30년 9월1일이라 되어 있다’며 이와 같이 표기하게 된 것은 ‘임시정부가 1919년 4월 11일을 '대한민국 원년 4월 11일'로 표기한 임시헌장을 제정해 공포하면서부터이다’는 요지의 보도를 하였다[임시 헌장은 ‘공포(公布)’가 아닌 ‘선포(宣布)’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宣布는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을 의미하지만 公布는 확정된 법률, 조약, 명령 같은 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을 의미한다].

歷史는 있는 그대로 보고 해석하고 憲法은 文言 그대로 해석해야

역사(歷史)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해석하여야 한다. 해석하는 이의 정치적 입장이나 성향, 진영논리 따위가 개입되어선 안 된다. 그리고 헌법(憲法)은 문언(文言) 그대로 해석하여야 한다. 우리말의 본뜻과 보편적 상식에 비추어 선뜻 납득하기 힘든 논리전개는 올바른 헌법 설명이라 할 수 없다.

국가(國家)는 영토(領土)와 국민(國民), 주권(主權)이 있어야 존립할 수 있는 것이지만 헌법을 제정함으로써 비로소 기능할 수 있다. 헌법 없는 국가란 사실상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헌법은 체제(體制)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공산주의 아닌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인 것은 헌법으로 인해서이다. 즉 헌법은 그 국민이 살아가는 방식을 규정한다. 모든 국내법(國內法)도 헌법에서 나오게 된 것이니만큼 ‘국가’ 안에서 ‘헌법’보다 우선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어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헌법상의 일정 문언의 내용과 배치되는 역사해석이나 사실관계 주장은 반드시 배척해야 한다. 말 그대로 헌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에 따라 우리가 누리고 있는 現 체제를 부정하는 역사해석은 엄단(嚴斷)해야 한다. 건국일에 관해 논함에 있어서도 철저히 헌법을 기준으로 해야만 옳다.

制憲 憲法을 근거로 1948년 建國을 否定하는 주장의 모순점 

48년 건국(建國)을 부정하는 이들은 문재인(文在寅) 씨가 주장한 것처럼 대한민국 제1호 헌법을 근거로 든다. 즉 제헌 헌법에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1919년에 건국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 문언과 역사적 사실을 임의로 해석하거나 왜곡한 것이다.

① 임시정부의 성격과 존립 목적

‘임시(臨時)’는 온전한 상태가 아닌 잠정적임을 의미한다. 다들 알듯 ‘임시정부’는 일제(日帝)가 대한민국을 빼앗자 이를 되찾기 위해 中國으로 망명(亡命)한 정부가 아니다. 조선(朝鮮)이 망하고 일제가 우리 땅을 지배하고 있던 시기에 만들어진 기구이다. 선언적 정부였던 것. 다시 말해 1919년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영토, 국민, 주권을 확보하고 있던 국가의 정부가 아니었다. 따라서 ‘조선 망명정부’나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영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일제가 불법점거하고 있었고, 국가의 3대 요소가 영토, 국민, 주권이라는 것은 서구열강세력의 시각에 따른 것일 뿐이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사실들과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 ‘임시정부 영토를 일제가 불법점거 했었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조선이 망한 후 공화제(共和制)인 대한민국이 세워지고 그 땅을 일제가 침략한 것이어야 한다. 헌데 그런 일이 있었나? 만일 그랬다면 ‘임시정부’가 아니라 ‘망명정부’였을 것이다.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은 한반도(韓半島)에서 살아 온 우리 민족을 일제(日帝)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공화제 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지 멸망해 없어진 조선왕조를 재건(再建)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1919년 선포(宣布)된 임시 헌장 제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임시정부가 한반도에 조선과 같은 봉건왕조국가가 들어서는 것을 부정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의 3대 요소에 대한 정의(定義)가 서구열강의 시각이어서 채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근거를 가늠할 수 없는 해괴한 것이다. 영토, 국민, 주권이 국가의 3대 요소임은 지상의 보편적 가치관에 따라 조금만 생각해보면 정의하게 되는 사실이다. 이렇게 정의하는 것이 설령 서구열강식이라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국제사회가 모두 인정하는 국가의 3대 요소를 부정하는 것은 매우 불온한 태도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제도는 대부분 서구 선진국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그런 태도는 現 우리 체제를 부인(否認)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는 것을 주의 주는 바이다.

[* 임시 헌장 8조에 ‘대한민국은 구(舊)황실을 우대한다’고 명시한 것은 망한 조선, 즉 대한제국을 계승하려는 것이 아니다. 당시 임시정부는 영토, 국민, 주권 중 어느 하나도 실질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고 ‘순종(純宗)’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무턱대고 국가임을 내세울 수 없었다. 비록 일제가 지배하는 상태였지만 그 시기만 해도 한반도 민중(民衆)의 대다수는 조선이 자기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던 데다 상해 임시정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시정부로서는 멸망한 대한제국의 황실을 품고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영토와 주권은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국민은 얻은 상태라는 명분을 확실히 가져야 했으므로 비롯된 일이라 봄이 상당하다 하겠다. 임시 헌장을 개정한 1차 임시 헌법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영토 및 舊황실에 대해 명기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1925년 개정한 2차 임시 헌법부터 영토와 舊황실에 대한 부분이 삭제되었다.]

② 制憲의 의미

문재인 씨 등 ‘1919년 건국’ 주장 쪽도 1948년 제정된 헌법을 6호나 7호 헌법 등으로 부르지 않고 ‘제헌 헌법’이라 하고 있다. 이는 이 헌법이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헌법은 10호이다. 제헌 헌법이 1호임은 말할 것도 없다. 헌법 없는 국가는 사실상 존재할 수 없음에 비추어보면 우리 헌법이 처음 만들어지고 공포된 1948년부터 지금의 대한민국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

③ 임시정부 憲法은 制憲 憲法과는 전혀 다르다

어떤 이는 1919년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선포(宣布)한 ‘임시 헌장’이 우리의 첫 헌법이라 주장하던데 이는 억지이다. 주권, 영토를 실질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의 임시정부가 만든 헌법 역시 선언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임시 헌법은 5차례 개정되었는데, 이를 토대로 1941년 만들어진 임시정부 건국강령은 사유제도(私有制度)를 인정치 않고 토지혁명 등을 통해 전국의 토지와 대(大)생산기관의 국유화(國有化)를 이룰 것을 선포하고 있다.

그리고 1944년 5차 개정된 대한민국 임시헌장의 경우 이념(理念)과 목표를 달리하고 있던 좌우익(左右翼) 세력이 합의하여 만들었다. 때문에 좌익진영 몫을 고려한 부(副)주석제를 신설하는 한편 파업의 자유를 ‘인민’의 자유와 권리의 하나로 보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당시 임시정부 부주석에 조선민족혁명당의 김규식이 선임되었다.

이와 같은 임시 헌법을 오늘날 이 자유 대한민국을 존재하게 한 제헌 헌법에 비할 수 있겠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헌법은 그 국민의 살아가는 방법, 즉 체제를 규정한다. 제헌 헌법 조문(條文)을 보더라도 임시 헌법을 개정(改定)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거니와 살펴보았듯이 지향하는 체제가 달라 전혀 다른 헌법이다.

④ 制憲 憲法 前文이 1948년 建國의 증거

대한민국 제1호 헌법 전문(前文)은 이렇게 시작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建立)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再建)함에 있어서…”

여기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는 문언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1948년 건국(建國)되었음을 증거 한다. 1948년 비로소 대한민국은 영토, 주권, 국민을 갖추었고 국가를 기능하게 할 헌법을 처음 제정하였는데, 이 헌법을 가지고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을 천명(闡明)한 것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선언적 나라, 즉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당시 실재(實在)하지 않음을 명문화한 것이다.

‘재건(再建)’의 사전적 의미는 무너진 것을 다시 건설하거나 해체된 조직을 새로 세우는 것이다. 만일 1919년 건립된 ‘임시정부의 대한민국’이 선언적인 것이 아니라 실체가 뚜렷했고 1948년까지 건재하여 그 대한민국의 정부가 1948년 8월 15일에 수립된 것이라면 제헌 헌법은 제7호 헌법이었을 것이고 이 헌법 전문(前文)에는 “독립국가를 ‘재건(再建)’한다”는 문언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관보 1호에 ‘대한민국 30년’으로 표기된 이유

제헌 헌법 전문(前文)을 담은 관보 1호에는 발행일이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이것이 1919년 건국(建國)의 증거일 수는 없다. 그런 식이라면, 당시 관보 뿐 아니라 모든 것에 우선되는 제헌 헌법에는 “단기 4281년 7월 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이 건국 된지 4천년 이상 되었다는 것 아닌가. 

제헌 헌법 전문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이라는 문언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가 고조선에서부터 이어진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였음을 밝히는 것이고,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는 문언은 ‘3ㆍ1운동을 바탕으로 임시정부를 세운 것’을 말한다. 즉, 민중(民衆)의 뜻에 따라 세워진 것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임시정부가 비록 영토와 주권을 실제 확보하지는 못했어도 국민과 함께 하였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독립운동에 나섰던 다른 단체들(주로 공산주의 계열)과는 달리 임시정부만이 민족사(民族史)적 정통성이 있음을 밝히는 것이다(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조금 더 살피겠다). 

이어진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라는 문언은 초대(初代)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고난을 겪은 것을 기리는 것이다. 아울러 새로 건국(建國)되는 대한민국이 민족사적 정통성이 있는 임시정부를 계승(繼承)하였음을 천명(闡明)하는 것이다. 광복이후에는 좌우익(左右翼)이 이념(理念)과 민족사적 정통성을 놓고 격렬히 대립하고 있었으니 헌법에 그와 같이 명기해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언급한대로, 헌법상의 문언과 배치되는 역사해석이나 사실관계 주장은 배척하는 것이 당연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제헌 헌법에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명시된 것은 1948년 건국함을 밝히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보면 관보 1호의 발행일 표기는 1919년 건국(建國)을 인정하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상징적인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공산집단과 민족사적 정통성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하던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그와 같이 상징적 표기를 한 이유를 헤아릴 수 있다.

임시정부의 法統을 계승한다는 것의 의미

대한민국 제10호 헌법, 즉 現 우리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法統)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4·19로부터는 ‘이념’을, 임시정부로부터는 ‘법통’을 계승한다고 한 것이다. 이를 보더라도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이 어떤 이념이나 정신을 이어받는 의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現 헌법 전문(前文)은 ‘4·19민주이념’ 부분을 제외하면 제헌 헌법과 유사하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부분은 제헌 헌법의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선포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는 것과 의미가 같다. 現 헌법이 그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내었을 뿐이다. 왜 좀 더 구체화 했을까.

3.1운동 이후 민중(民衆)들은 국권(國權)을 되찾기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 상해, 블라디보스토크 등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성격을 가진 임시정부가 만들어졌다. 가장 영향력 있는 임시정부는 ‘한성임시정부’와 ‘노령임시정부’, ‘대한민국(상해) 임시정부’였는데, 이들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통합된다. 다들 알다시피 이승만(李承晩)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시 국무총리에, 임시헌법 선포 시 임시 대통령에 선출된 바 있다.

일제(日帝)가 지배하던 시절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민족(民族)을 대표하였던 것은 실체적 사실이었다. 당연히 독립운동에 관한 민족사적 정통성도 이 임시정부에 있었다. 그런데 당시 독립운동에 나섰던 단체들 중 일부는 이른바 ‘민족해방운동(독립운동)’의 정통성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공산주의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들로 인한 갈등이 해방 이후까지 이어졌다. 정통(正統)세력은 임시정부의 민족적 대표성을 보다 확고히 해둘 필요를 느끼게 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제헌 헌법의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는 문언은 임시정부만이 민중(民衆)의 뜻에 따라 세워진 민족사적 정통성이 있는 유일한 기관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북녘에 정권을 수립한 김일성 집단은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다고 주장하며 이를 혁명전통으로 찬양했다. 자신들에게 독립운동에 관한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80년대 남한(南韓)의 좌파(左派)세력은 민족사적 정통성이 북한(北韓)집단에 있다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했다. 그들은 우리 민주화 세력 속에 파고들어 개헌(改憲)까지 이끌어냈다. 위에서 언급한 제헌 헌법의 그것이 현재의 헌법 전문(前文)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法統)을 계승한다’로 구체화 된 것은 이러한 시대상황과 결코 무관치 않은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 성공회대 교수 한홍구는 2001년 2월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에서 “(現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내세우는 것은 실상 민족해방운동에 헌신했던 다른 수많은 집단의 역사적 의미를 부인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고 밝힌 바 있다.

現 헌법의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의미는 임시정부만이 민족사적 정통성을 이어받은 유일한 기구임을 전제로 그 ‘정치적 정통성’을 대한민국이 계승(繼承)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임시정부의 법률(法律)이나 이념(理念)을 계승하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률이나 이념을 계승하였다면 법통이라 명시할 것 없이 곧바로 그와 같이 명시하지 않았겠는가. 1919년 건국(建國)을 확인하는 증거는 더더욱 아닌 것이다.

親日淸算 주장의 문제점 및 모순점

1948년 건국(建國)을 부정하는 이들은 으레 ‘임시정부는 대한제국을 계승했고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를 계승한 것인데, 이승만 정부는 친일파 척결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것은 일제 지배하의 독립운동 과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편의적 역사 왜곡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임시정부는 공화제 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였을 뿐 조선과 같은 봉건왕조국가가 들어서는 것을 부정하고 있었고, 제헌 헌법은 임시정부 헌법과는 지향하는 바가 달라 대한제국과 임시정부, 現 대한민국은 체제와 이념적인 면에서는 전혀 다른 국가였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계승한 사실에 그치지 않고 임시정부 그 자체를 이어받은 것이라 주장한다면, 임시정부의 개정 헌법이 지향하는 체제와 지금 우리의 체제가 다른 것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논리모순에 부딪히게 된다.  

친일청산(親日淸算)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소리를 하는 이들은 곧잘 ‘국가는 민족에 기반을 둔 영속(永續)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체제는 정치형태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한다. 고려나 조선은 정권이 바뀐 것이지 국가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치 않으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궤변이다. 그럼 옛 고구려 땅에 살고 있는 이들은 우리 국민인가? 美國은 인디언의 땅을 불법점거하고 있는 상태인가? 1948년 건국(建國) 부정(否定)에 혈안 되어 제헌의 의미와 국가의 3대 요소를 인정치 않으면 그런 해괴한 주장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승만 정부는 친일파(親日派) 척결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당시 현실을 고려한 친일청산 정책을 펼쳤다. 물론 배치되는 주장도 많지만 이런 이견(異見)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일 뿐이다. 특히 친일청산 문제는 ‘제헌(制憲)’과 ‘건국(建國)’의 면에서 보면 주된 문제가 아니다. 친일청산 주장은 ‘민족’이라는 것을 중심에 두고 ‘대한제국-임시정부-現 대한민국’의 체제를 동일 시 하는 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모순점이 매우 많다.

‘대한제국’은 실은 ‘조선’인데, 그 조선은 고려에 반역(反逆)해 탄생한 왕조(王朝)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아버지 이자춘의 또 다른 이름은 ‘오로사불화’였다. 몽골식 이름이다. 이자춘의 선조 이안사는 백성 1,000여 호를 거느리고 몽골에 투항, 4대에 걸쳐 몽골 벼슬을 하였다. 이자춘이 몽골식 이름을 가지게 된 연유이다. 이는 친몽(親蒙) 정도가 아니다. 민족적 관점에서 보면 반역 아닌가? 그 반역의 조선의 맥(脈)을 임시정부가 잇고 이를 다시 現 대한민국이 이었으니 우리는 민족반역 집단이란 말인가? 이성계의 집안이 몽골 벼슬을 지내고 고려를 멸망시킨 것은 정당하고 일제가 지배하던 시대에 태어나 살기 위해 공직에 나간 것은 무조건 악(惡)인가?
 
건국절 제정은 독립정신을 훼손한다는 주장과는 달리, 제헌 헌법과 現 헌법은 이미 독립운동을 한 이들의 고난과 노력을 기리고 있으며 그러면서 1948년 건국(建國)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1948년 건국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역사 해석의 문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실체적 역사와 헌법에 명시된 대로 따라야 하는 의무에 관한 문제이다. 친일청산 문제 따위와 대비하여 논할 대상 자체가 아닌 것이다.

마무리 하며

임시정부는 온전히 세워진 국가의 정부가 아님을 뜻한다. 정상적인 국가의 정부라면 비록 그 국가가 침략 당하거나 내란(內亂)에 휩싸여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망명정부’라 칭할지언정 ‘임시정부’라 하지는 않는다. 우리 임시정부는 일제가 지배하고 있던 시기에 세워진 선언적인 기구이므로 과거 프랑스나 그밖에 다른 나라 망명정부 사례와는 비할 바 못 된다.

1941년 만들어진 임시정부의 건국강령에는 ‘적(敵)의 일체 통치기구를 국내에서 완전히 박멸하고 정식 활동으로 주권을 행사하게 되는 시기를 건국의 제1기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제가 지배하고 있는 상태는 실질적인 건국이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임시정부 스스로 밝히는 것이라 하겠다.

일제(日帝)가 물러나고 미군정(美軍政) 통치가 마무리 되면 나라를 세울 조건이 상당부분 충족된다는 것은 당시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건국 당시에는 정부를 자처하는 단체들이 여기저기서 활개치고 있었으므로 정부로서는 누구나 예상했던 건국(建國) 사실을 알리는 것보다는 건립된 나라의 합법적인 정부임을 알리는 것이 더 급했다.

정부수립기념일 선포는 건국(建國)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나라 없는 정부가 있을 수 있나?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기념일은 곧 건국일(建國日)임을 의미한다. 이날 건국되었다는 것은 제헌 헌법 뿐 아니라 이듬해 8월 15일을 정부가 ‘민국건설 기념일’로 기렸던 것을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점 및 앞서 언급한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1919년 건국 주장은 설득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건국(建國)은 오늘 우리의 삶을 만들었다. 우리는 오늘을 있게 한 날을 마땅히 기려야 한다. 8월 15일을 건국절(建國節)로 지정함은 당연하다. 이를 부정(否定)하는 것이야말로 이적(利敵)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