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조작하여 거짓을 독자들에게 전달한 것은 결코 칭찬받을 만한 일이 될 수 없다. 내일이라도 사과문 게재해야. 1936년 8월 13日字 동아일보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日章旗(일장기)를 말소하였다. 이로 인해 사장이 사임하고 관련기자와 부장도 체포되어 처벌을 받았다. 동아일보도 무기停刊(정간)당하였다.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보도사건은 동아일보가 자랑하는 역사가 되었다. 일제의 탄압에 맞서서 용기 있게 투쟁한 신문으로 칭송도 많이 받았다. 동아일보는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애국의 民族誌(민족지)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한국인들의 腦裏(뇌리)에 깊이 각인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일장기 삭제를 주도한 이길용 기자는 물론 송진우 사장, 현진건 부장 등 많은 관련 직원들이 존경받는 항일투사의 班列(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0년에 이길용 기자에게 훈장(애국장)을 追敍(추서)하였다.

그러나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보도에는 결코 칭찬할 수 없는, 칭찬은커녕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할 큰 잘못이 있다. 동아일보는 물론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看過(간과)하고 있는 잘못이 있다. 동아일보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있는 일장기를 의도적으로 지우고 보도한 것이다. 사실을 조작하여 거짓을 독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것은 결코 칭찬받을 만한 일이 될 수 없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사실의 전달에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사회의 거울이고 목탁이기 때문에 신문은 목숨을 걸더라도 사실의 전달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특정 사실에 대한 신문사의 의견이나 생각은 논평이나 사설을 통해서 전달해야 할 것이다.

애국이나 애족은 거짓이 아닌 진실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 진실이 힘이기 때문이다. 목적이 아무리 훌륭하여도 수단이 거짓이면 得(득)보다 失(실)이 훨씬 더 크게 된다. 1936년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보도는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행해진 것이지만 사실에 맞지 않는, 사실을 조작한 보도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도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잘못된 보도이다. 애국의 忠情(충정)은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서 얼마든지 表出(표출)해도 좋을 것이다.

2016년 8월 24日字 동아일보는 손기정 일장기 말소 80주년 특집에서 “일장기 나온 부분 잘라내고…다른 사진으로 슬쩍 가려”라는 표제를 달고 있다. 사실을 은폐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것인데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80년 前이나 지금이나 사실보도가 언론의 존재이유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보도자의 감정이나 생각 또는 비판이 없이 기계처럼, 카메라의 눈처럼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오히려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잘라내고 슬쩍 가리는' 보도는 보도가 아니고 기만행위라는 것을 의식조차 못하는 것 같다.

동아일보뿐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신문은 사실을 '잘라내고 슬쩍 가려서' 보도하는 일이 잦다. 신문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도 생각이나 감정에 압도되어 사실을 왜곡하거나 착각하는, 그래서 自明(자명)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것은 실제보다는 명분을 중시하는 유교사상이 장구한 세월동안 한국인들의 정신을 지배한 탓이라고 생각된다. 명분이나 이념에 압도당하면 사실을 왜곡하고 날조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합리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문화에서는 언론이 애국심에 복받쳐서 '잘라내고 슬쩍 가려서' 보도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합리주의적 문화전통을 가진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광우병 광란이나 세월호 난동 같은 어처구니 없이 비합리적인 집단히스테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내일이라도 “손기정 선수가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한국계 일본인으로서 일본을 대표해서 올림픽에 출전한 일본선수이므로 일본 국기인 일장기를 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사실에 가장 부합되는 것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어서 태극기를 달고 시상대에 올랐으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 동아일보는 사실을 조작하기 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의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사실보도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日章旗抹消보도 사과문이 揭載(게재)된 동아일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