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日報 기사 <손정의, 中·韓·日 거쳐 美로…국적 연연 않는 세계인>의 경우.
언론은, 善惡을 구분해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더욱 중요한 것은, 사실(Fact)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善
혹은 惡을 강조할 목적으로, 사실(Fact) 전달을 소홀히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욕심(善 혹은 惡 강조)이 지나치면, 경우에 따라
'왜곡'이나 '날조' 단계로까지 가기 쉽다.

1일 朝鮮日報 기사 <손정의, 中·韓·日 거쳐 美로…국적 연연 않는
세계인> 내용 중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손 회장 가문은 대구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다. 그의 할아버지
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1930년대 대구에 비행장이 건설된 것이
계기가 됐다. 移轉 문제가 정치적 이슈가 돼 있는 지금의 K2 공군
기지다. 토지를 뺏기자 손 회장의 할아버지는 일본 규슈로 건너
가 지쿠호(筑豊) 탄광에서 일하다 뒤에 사가(佐賀)현 도스(鳥栖)
시에 소작농으로 정착했다. 지쿠호 탄광은 일본 근대화의 상징
이자 조선인이 가혹한 조건에서 노동을 해야 했던 곳이다.>

1930년대에 손정의 회장 조상이 대구에서 살았는데, 살던 지역에
비행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일본으로 이주했다고 했다. 그런데,
기사에 <토지를 뺏기자>라는 표현으로 나온다. 당시 일본 당국이
돈 한푼 안주고 손정의 조상의 토지를 강탈했다는 뉘앙스다. 물
론, 손정의 회장측이 인터뷰 등을 통해 과거 이야기를 할 때, "토
지를 빼앗겨"라는 식으로 과장되게 언급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
렇더라도 언론은 독자로 하여금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정확하게
표현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토지를 뺏기자>라는 표현은,
<토지가 수용되자>라고 정확하게 써주어야 한다. 아마도 기자는
당시가 '일제 치하'였으므로 당연히 강탈당했을 것으로 간주하고
제대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도 안하고 <토지를 뺏기자>라고
그냥 쓴 것 같다.

기사에 나온 표현('토지를 뺏기자')대로 만약 정말로 일제가 돈
한푼 안주고 토지를 강탈했다면, 손정의 조상 식구들은 하루
아침에 무일푼으로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당장 굶어죽게 된 판인데, 그 상태에서 가장格이었을
손정의 祖父가 어떻게 식구를 전부 버려두고 일본으로 이주했
겠는가?

기사는 또 일본으로 건너간 손정의 祖父가 큐슈 지쿠호 탄광에
서 일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지쿠호 탄광은 일본 근대화
의 상징이자 조선인이 가혹한 조건에서 노동을 해야 했던 곳이
다.>라고 썼다. 맞는 표현인 것 같지만, 균형감이 상실된 표현
이다. 아래와 같은 두 가지 표현 중 하나로 써주어야 정상이다.

<지쿠호 탄광은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자 조선인과 일본인이
가혹한 조건에서 노동을 해야 했던 곳이다.>

<지쿠호 탄광은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자 가혹한 조건에서 노
동을 해야 했던 곳이다.>

조선일보 기사와 같이 <조선인이 가혹한 조건에서 노동을 해야
했던 곳>이라고 해놓으면, '당시 일본인은 편하게 지냈는데,
조선인만 가혹하게 지냈다'는 뉘앙스를 연출하는 표현이 되고
만다.

저 당시는 한국인에 대한 징용이 실시된 1944년 9월 시점 훨씬
이전(1930년대)이므로, 손정의 祖父는, 高임금을 위해 힘든 일
(탄광)을 선택한 상황이다. 高임금을 위해 힘든 직업(탄광)을
스스로 감수한 것인데, 조선일보 기사는, 이를 두고 <조선인이
가혹한 조건에서 노동을 해야 했던 곳이다.>라고 표현해, 마치
당시 조선인들이 강제노동 같은 것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써놓았다.

善과 惡을 자의적으로 정해놓고, 그러한 고정관념에 이끌려
사실(Fact) 여부에 대한 기초적 확인도 없이 기사를 쓰는 것
은 기자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이러한 기자의 태도는
최소한, 독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