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인들이 당연시하는 게 한 가지 있다. ‘자유’다. 그러나 이 ‘당연한’ 자유를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는 한반도의 휴전선이남 남쪽에만 존재한다. 그런데 이 절반만의 자유도 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금 남쪽 5천만이 누리는 이 자유에는 분명한 생일이 있다. 1948년 8월 15일이다. 지금 우리가 자유를 누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바로 그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건국과 함께 한반도에 자유가 강림했다

지금 한국인들은 자유를 마치 늘 숨 쉬고 살아온 공기와도 같이 여긴다. 그러나 자유는 그처럼 당연하게 있는 무엇이 결코 아니다. 자유는 주어져 있는 자연이 아니라 획득해야만 실현될 수 있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자유는 희망이나 구호를 넘어 제도적 보장을 갖춘 체제로 확립되어야 비로소 현실적 의미를 갖게 된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의 건국과 함께 한반도에 자유가 강림했다. 자유를 이념으로 한 대한민국이 건국되면서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구체적 제도와 체제로서의 자유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민국의 생일은 동시에 한반도에서의 자유의 탄생일이다.

다른 모든 나라의 자유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우도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해방에서 대한민국 건국까지의 3년, 격렬한 정치적 진통이 이어졌다. 해방의 감격에 뒤이은 소박한 민족주의적 열망이 팽배했던 때였다. 어떻든 남북 단일의 하나의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당연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의 문제가 있었다. 우리 민족이 앞으로 어떤 이념과 체제로 살아갈 것인가의 선택이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좋은, 편한 대로 택하거나 사이좋게 조화시킬 수 있는 그런 선택이 아니었다. 운명을 건 선택이요 양립 불가능한 생사의 선택이었다. 이후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했다. 북한은 결국 현존하는 지옥도가 되었지만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번영의 길로 나아갔다. 북한은 ‘공산’을 택했지만 대한민국은 ‘자유’를 택한 결과였다.

대한민국은 천국은 아니다. 그러나 지상에 천국은 없다. 대한민국은 흠 없이 완벽한 나라도 결코 아니다. 그러나 흠 없는 나라는 없다. 모든 나라의 모든 역사에는 영광과 더불어 굴욕과 상처가 함께 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온갖 난관을 뚫고 태어나 격통의 과정을 밟아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국력이 충실한 나라가 돼 있다. 그 모든 시작이 1948년 8월 15일이었다.

건국절을 반대하는 자들

2016년, 또 다시 그 8월 15일이 돌아왔다. 우리는 이날을 여전히 71주년 광복절로만 맞고 있다. 1945년 8월 15일을 기념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날은 냉정히 말해 우리의 힘으로 쟁취한 해방의 날이 아니다. 일본이 미국에 항복한 날일뿐이다. 3년 뒤의 8월 15일은 다르다. 그저 주어진 게 아니라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갖게 된 날이다. 그런데도 공식적으로 그날을 기념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소홀함이나 일부의 소박한 몰이해의 탓이 아니다. 대한민국 건국의 의의를 애써 폄훼하는 자들이 있다. 의도적 시비다. 북한이 대한민국 건국의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야 당연지사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적(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안에서, 그 자유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그 의의를 시비한다면 경우가 다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자가 대한민국의 생일을 부정하고 있다. 그는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당연한 지적을 얼빠진 주장이라고 비하한다. 그런데 이 자는 대한민국을 생일도 없는 나라로 취급하면서도 또 다시 그 대한민국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다. 무엇을 하기 위함인가?

대한민국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그 자유를 지켜주는 대한민국을 끊임없이 욕하는 자들이 행세를 하고 있다. 방자함을 넘어선 불순함이 판을 치고 있다. 무엇이 이 같은 불순함을 키웠는가? 자유를 부인하는 자들이 자유를 방패로 세력을 형성해 자유 자체를 위협하게 된 것이다. 자유 체제는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그 자신은 전혀 다양성을 존중할 의사가 없는 자들이 기생하고 있다. 이것은 결코 감수해야 할 부산물이 아니다. 만개한 자유의 그늘에서 자라난 암세포다.

자유는 지켜야 누릴 수 있다

자유는 갖는 게 끝이 아니다. 자유는 지켜지지 않으면 결코 곁에 머물지 않는다. 자유는 오직 그 적들의 위협을 막아낼 때만 누릴 수 있다. 대한민국은 탄생 초기부터 이미 그것을 겪고 배웠다. 1950년 6월 25일, 태어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날 적들의 침공이 있었다. 3년간의 피어린 전쟁이 이어졌다. 그때 적들을 물리치지 못했다면 오늘의 우리의 자유도 없다.

그런데 자유의 적은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부터 자유를 갉아먹는 암세포가 있다. 암세포는 면역력이 강할 때는 그 성장과 확산은 억제된다. 그러나 발암물질이 끊임없이 주입되고 면역력이 약해지면 암세포는 서서히 종양으로 자라난다. 6.25를 거치며 두드러진 종양은 제거돼 같다. 참혹한 기억이 강력한 면역체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암약의 뿌리가 완전히 뽑힌 건 아니었다. 잠복했다. 조건만 만나면 다시 자라날 터였다.

북은 대한민국에 대해 발암물질의 주입을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강력한 반공체제가 그것을 차단하고 암세포가 발생할 때마다 제압했다. 그런데 민주화와 함께 그 면역체계가 흐트러지자 잠복했던 붉은 암세포는 다시 자라나고 확산돼 갔다. 정상세포의 변형으로 암세포가 태어나듯 사상의 자유를 핑계로 자유를 위협하는 무리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드디어는 기세등등한 종양으로까지 자라났다. 어찌해야 하는가? 암은 도려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자유는 힘으로 지키는 것이다

자유는 말만으로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유는 힘으로 지켜야 한다.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는 오직 ‘무장한 자유’뿐이다. 그런데 그것은 개인의 범위를 넘어선다. 모든 무장이 그렇듯이 자유를 위한 무장도 조직화된 것이 아니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유를 수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은 국가가 아니면 안 된다. ‘조직화된 무장한 자유’는 결국 자유를 이념으로 하는 자유국가에 다름 아니다.

추상적 자유에만 몰두하여 국가를 잊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 자유는 국가와 분리되어 존재하지 못한다. 현실에서의 자유는 오로지 ‘자유국가’라는 정치체에 의해서만 보장되고 지켜진다. 자유를 획득한다는 것은 곧 자유국가를 갖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자유를 지킨다는 것은 그 자유국가를 수호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은 자유국가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지킨다는 것은 대한민국 자체를 수호한다는 것과 같다. 자유는 책임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자유가 없으면 책임이 없다. 그런데 뒤집어 말해 책임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 자유를 지키고자 한다면 그 자유국가를 지킬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을 위협으로부터 지킬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은 도처에 있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끊임없이 도발이 계속 되고 있다. 안에서 대한민국에 침을 뱉던 자들이 이제는 밖에서도 우리를 능욕하는 나라에 부화뇌동하고 있다. 이것은 모독을 넘어 반역이나 다름없다. 이를 내버려두고도 자유국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계속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은 피의 골짜기를 지나 땀과 눈물의 강을 건너 번영의 바다에 이르렀다. 그 피와 땀과 눈물이 다시 물거품이 되게 할 수는 없다. 안에서든 밖에서든 우리의 존엄을 훼손하고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자들이 있다면 단호히 맞서 분쇄해야 한다. 그래야 자유대한의 미래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충호> 36호(2016년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