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潛龍(잠룡)'이라 불러주는 이들은 많으나 國運을 안고 昇天할 만한 진짜 용이 보이질 않는다. 200년 전인 1816년 5월 어느 날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큰아들 학연(學淵)에게 편지를 썼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是非(옳고 그름)의 저울이고, 하나는 利害(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이 두 가지 큰 저울에서 네 가지 큰 등급이 생겨난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이 으뜸이다.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사람이 옳은 것을 지켜 利로움까지 얻기는 어렵다. 옳은 것을 판단할 慧眼(혜안)과 이를 이로움으로 연결시킬 智慧(지혜)가 있어야 한다. '공부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식의 사사로운 일이라면 모를까 국정을 논하는 문제라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드시 害가 따를 것을 알면서도 옳은 것을 지킨다는 것도 어렵다. 해로운 일이 옳은 것 자체가 드물다. 옳은 듯하나 판단 잘못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함으로 본인은 물론 다른 많은 독립투사들이 검거되어 처형당했다. 그로 인해 독립운동에 이로움보다 해가 많았다. 독립정신을 얼마나 고취시켰을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옳은 일이었는가는 이성적으로 따져 볼 일이다.

사람들은 대개 옳고 그름을 따르기보다 이로움을 쫓아간다. 사사로운 이로움이냐 공적인 이로움이냐를 놓고 따질 일이다. 이는 당사자의 신념을 살피고 결과로서 판단하게 된다. 결과가 좋으면 신념은 대개 불문에 붙이게 된다. 결과가 나쁘면 신념도 가치 절하가 되거나 의심받게 된다. 신념이 순수하다 해서 나쁜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지도자는 어려운 자리다. 아무나 지도자로 나서서도 내세워서도 안 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경우다. 그릇된 줄 알면서도 요행을 바라는 경우다. 인생을 한 판 도박으로 여겨 시류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 요행이 들어맞은 듯하다가도 결국 해를 입는다. 이런 사람들이 국가지도자 반열에 오르면 나라는 망조가 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興하느냐 亡하느냐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세상의 저울은 국민들의 눈과 생각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저울질 제대로 해야 할 때다. 그런데 저울에 올려 놓을 대상이 변변찮다. '潛龍(잠룡)'이라 불러주는 이들은 많으나 國運을 안고 昇天할만한 진짜 용이 보이질 않는다. 저울을 든 국민들도 이성적이지 못해 미덥지 않다. 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