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1개 포대 추가> 등의 더욱 다급한 조치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될 듯 싶다.

지구상에서 북한 핵 개발 진도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중국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겠지
만, 일단 중국은 음흉하다. 미국이 아니었으면 중국은 북
한 핵 개발을 계속 쉬쉬하며 딴청을 피웠을 것이다.

최근 일 년 사이 북한은, 수험생 벼락치기 하듯 엄청난
진도를 나갔다. 핵 실험만 두 차례 했고, 각종 탄도미사일
(지상발사, 수중발사) 실험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런데 중국은 그 사이, 레토릭('한반도 비핵화 중요')으로
일관했지만, 미국에게는 <美본토 때리겠다는 북한 엄포가
장난 아닐 수 있다>는, 그 동안의 의구심이 최종적으로
사실로 확인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사드는, 이러한 미국에 의해, 한반도 핵
사태의 심각성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4년
6월이다. 미국측의 필요성 제기에, 한국은 중국 눈치 등을
보며 주로 '모르쇠'(전략적 모호성 = 3 NO)로 나오는 식이
었다. 한국의 '모르쇠' 태도는 북한의 4차 핵 실험이 있었
던 금년 1월 6일 이후 1월 말까지 계속 이어졌다.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서도 사드의 배치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있다는 식의 소극적 언급 밖에 없었다. 이후,
1월 29일까지만 해도 국방부는 <미국으로부터 사드 배치
요청 없었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4차 핵 실험 이후로도
박근혜 정부는 중국 눈치를 보느라 한가한 모습이었던 것
이다.

그런데 2월 초 한국 정부는 갑자기 사드 배치에 적극적으
로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3월 초부터는 韓美 양국이 정식
적으로 실무검토에 착수하게 되었다. 이렇게 상황이 급변
하게 된 배경을 보면, 늦어도 2월 초에 한국측은 미국측으
로부터 강력한(거절할 수 없는)'사드 배치 강권(압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사드 배치를 더이상은 미룰 수 없는
某種의 '객관적 증거'를 미국측은 아마도 한국측에게 제시
했을 가능성이 크다.

2007년의 시리아 핵 시설 폭격을 앞두고 이스라엘측이,
주저하는 미국측 앞에 시리아 핵 개발 증거 사진과 핵
물질 샘플을 들이대고 의사결정을 종용한 것과 똑같은
식으로, 이번에는 미국측이 사드 배치에 주저하는 한국
측 앞에, 북한 핵 개발의 심각성이 짐작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실전배치 증거?)
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태도를 180도 달리하여, 중국의 노
골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에 적극적 입장이 되
었다. 하루 아침에 원래 모습(親中)을 벗어던질 만큼 심
각한 某種의 증거가 박근혜 정부측에 제시되었을 개연
성이 큰 이유다.

그런데 2일 정부는, 미국측이 한반도 배치 사드를 추가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미국내(텍사스) 배치된 것
을 그대로 들여온다고 밝혔다. 물론, 한국 장비가 아니
고, 한국이 정식 구매하는 것도 아닌 만큼, 미국측을 향
해, 예를 들어 <왜 새 것 배치 안하고 사용 중인 것을 배
치하는가?>는 식으로 따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 미국측
은 <사드체계를 새로 제작하고 새 장비적응훈련 등을
하려면 내년까지 배치할 수 없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속도가 빨라지는 점을 감안했다>고 알려온 것으로 전
해졌다.

한 마디로, 사드를 당장 서둘러 배치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급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미국이라는 존재가
만약 없었더라면, 음흉한 중국의 능청 속에, 아마도
정부는 아직도 북한 핵 개발 진도와 그에 따른 위험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여전히 한가로운 시간
을 보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드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의 극적인 태도 변화와, 배
치 시점의 급작스런 조정(앞당김) 조치 등은, 북한 핵
사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현상이라고 이해해 볼 수 있다. 이런 추
세라면, 조만간 <1개 포대 추가> 등의 더욱 다급한 조
치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될 듯 싶다.

결론적으로, 사드는 북한 핵 위기를 짐작케 해주는 '바
로미터'로서 기능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사
드 배치를 둘러싼 향후 미국측의 움직임에 특히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