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군은 나라를 지킬 힘을 잃은 조선의 위정자들을 갈아치우지 못했고, 외세를 몰아내지 못했으며, 동학교도들은 을사조약과 한일합방을 막지 못했다. 오늘 조선일보에 특집으로 발행된 섹션이 하나 있었는데 제목이 '천도교&동학농민혁명'이라고 되어 있었다.

예전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와 참고서에는 녹두장군 전봉준이 전라도 고부에서 일으킨 거사를 '동학농민운동'이라고 표기하였다. 이것을 조선일보에서는 '혁명'이라고 규정한 것인데 동학을 혁명이라고 하는건 처음 들어본다.

아무 데나 혁명이라고 갖다붙일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정확히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실패하면 반란이지만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거사가 혁명으로 평가받으려면 그 거사가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성공을 거두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후 역사에 크나큰 체제 변혁을 가져오는 결과는 만들어냈어야 한다고 본다. 만일 1980년 5·18 광주사태로 인해 즉시 신군부가 물러나고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면 오늘날 야당과 좌파들은 5·18을 광주혁명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당시에는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패한 거사를 혁명이라고 사후 평가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동학도 과연 혁명이라 불릴 만한 성공을 거두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동학군은 나라를 지킬 힘을 잃은 조선의 위정자들을 갈아치우지 못했고, 외세를 몰아내지 못했으며, 동학교도들은 을사조약과 한일합방을 막지 못했다. 우리의 동학운동과 유사한 중국의 태평천국운동도 중국사람들이 혁명이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혁명이라는 말을 상당히 좋아하는 듯하다. 예전에는 4·19를 '의거'라고 본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4·19혁명이라는 말을 주로 듣는다. 혁명이라는 말이 반드시 좋은 말은 아니다. 러시아혁명이나 쿠바혁명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공산주의 독재치하로 몰아넣고 고통받게 만든 사건들도 있다. 북한도 자기들의 정권 수립을 '혁명'이라고 표현한다. 그러한 데다 갖다붙이는 혁명은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