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문제에서 헤이그 중재재판소가 중국에 패소판결을 내릴 때처럼 오래 전의 일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물은 오늘날의 국제법 다툼에서 거의 인정되지 못한다. 한국 언론계에 다시한번 반일 시즌이 도래했다. 내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여러 언론과 기관들이 앞다투어 '일본 스스로 독도가 한국의 고유영토임을 인정한 새로운 지도가 공개됐다'라면서 일본에서 작성된 여러 점의 지도를 공개하고 있다.

그런 지도를 갖고있었으면서 굳이 왜 '독도의 날'에 맞춰 언론에 공개를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건 그렇고 이들 지도들은 살펴보면 대개 한일합방이 이루어진 1910년 이전의 지도이거나 그 이후라고 해도 1945년 해방 이전 작성된 지도들이다.

이런 지도들은 한일간의 독도 영유권 논란에서 본질과 벗어나 있는 지도들이라 할 수 있다. 독도 영유권 논쟁의 핵심은 1945년 일본 패전 후 일본이 내놓아야 할 영토 가운데 독도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와 더불어 한국과 일본 중 과연 어느 나라가 독도를 자기나라 영토로 확실히 인식하고 그곳에서 어로활동 등 실효적인 관리를 해왔느냐 하는 부분에 있다. 지금 공개되는 지도들은 이러한 부분에서 한국 측 주장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 이론상 1910년 한일합방과 동시에 한반도를 비롯한 대한제국의 모든 영토는 일본령으로 귀속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시기를 막론하고 1945년 이전에는 독도가 일본영토가 된다.

일본이 남의 땅을 강제로 자기 땅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그 땅을 태평양전쟁 패전과 동시에 모두 뱉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에도막부 시대까지만 해도 오키나와는 일본영토가 아니었지만 후에 일본이 강제합병한 사례인데 전후 일본이 영유권을 인정받고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았다. 만일 태평양전쟁 전후 일본정부가 독도를 한국의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제작해 발간했다면 이것은 우리나라에 매우 유리한 자료겠으나 현재까지 그런 지도가 발견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

최근에 남중국해 문제에서 헤이그 중재재판소가 중국에 패소판결을 내릴 때 중국이 과거 문헌 등 역사자료를 많이 제출하여 남중국해가 오랜 옛날부터 중국이 관리해온 바다임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물은 오늘날의 국제법 다툼에서 거의 인정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의 주장에 반박을 하려면 논쟁의 본질에 부합하는 증거를 내놔야 한다. '일본 스스로도 인정했다'고 하면서 그럴싸한 지도들을 주워 국내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무의미한 반일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