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韓日군사정보보호협정 협의가 재개되었다고 하니 이것을 지렛대 삼아 위신을 회복하기를. 박근혜 대통령이 입헌군주제 국가의 실권 없는 여왕이었다면 되레 좋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처럼 나라 정치와 경제에 관한 전권을 수상을 비롯한 유능한 엘리트들에게 맡겨놓고, 가끔씩 화려한 모자와 의상을 착용하고 해외에 나가 국민과 언론들로부터 칭송받을 의전적 행보만을 밟았다면, 적어도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그 이름에 누가 될 만한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다. 책임총리를 임명한 것도 아니고 인사권을 비롯한 나라의 대권을 대통령이 오로지하면서 정작 최순실이라는 전대미문의 여인에게 그 막강한 권력을 누수시킨 정황이 드러나니 오늘날 이같은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무슨 거창한 경제정책, 개혁입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생각된다. 개헌도 그 제안의 순수성조차 의심받는 상황인만큼 논의나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원래 가지고 있던 고유의 장점을 다시 발휘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그 특유의 절제되고 품위있는 외모 덕분에 임기 초 해외순방 나갈 때마다 지지율이 올랐던 현상이 있었다. 11월에 한·일·중 정상회의가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성사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재임 중 첫 일본방문이 된다. 이것은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누더기가 된 대통령의 위신을 회복하기에 좋은 이벤트가 된다.

최순실이 지어준 옷이 아닌 박 대통령 자신이 직접 고른 옷을 입고, 전용기에서 하네다 공항에 내리는 화면에 최대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면 한일관계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고 국내의 국면전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일본의 협조가 관건이다. 마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협의가 재개되었다고 하니 이것을 지렛대삼아 박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이 성사될 수 있게 하면 좋다고 생각된다.

영국에서는 과거 왕실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많았지만 영국 왕실은 여전히 건재하고 영국 여왕은 본토를 넘어 옛 영연방 국가들의 국민들로부터도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여왕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국위를 선양하는 효과가 있다. 박 대통령은 본인의 능력에 맞지 않는 분야에서 권한을 휘두르며 성과를 내려하기보다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전설적 존재로 남아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서 자신이 갖는 장점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