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에 조선이 士族들의 ‘국정농단’으로 스스로 무너졌듯이, 대한민국도 記者들의 ‘국정농단’으로 국가자살의 悲運(비운)을 맞이할지 모르겠다. BBC나 CNN의 記者들은 전투중인 군인들 속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가면서 스포츠 중계하듯이 전쟁 소식을 직접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그들은 때로는 철모를 쓰고 군복에 방탄복까지 입고 있어서 얼른 보면 군인으로 착각될 때도 있다. 머리가 허옇게 센 할아버지 기자도, 예순이 넘어 보이는 가냘픈 여자 종군기자도 있다.

어떠한 항생제도 효과가 없는 정체불명의 치명적인 에볼라 전염병이 아프리카 奧地(오지)에서 처음으로 발생하였을 때도 BBC 기자는 환자들 바로 앞에까지 찾아가서 보도하였다. 목숨을 건 보도였다. BBC나 CNN뿐 아니라 서구의 기자들은 이렇게 사실 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기자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자들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나 이라크의 전투 현장이나 에볼라 감염지역에서 보도하는 일은 아예 없다. 아프리카에 가는 일도 거의 없다. 가더라도 관광인지 취재인지 구별이 안될 만큼 편하고 안전한 곳만 돌아다닌다. KBS/MBC, TV 조선/채널A 같은 방송매체는 물론 정론직필의 전통을 자랑하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기자도 '목숨이 위험한 戰場(전장)'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에볼라는 고사하고 콜레라나 말라리아 감염지역도 아프리카라면 아예 갈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런던이나 두바이에서, 아니면 아예 서울에서 '남의 말을 듣고' 뉴스(?)를 전해준다.

이들은 모두 萬人이 부러워하는 고액 연봉에다 대통령도 눈 아래로 보며 천하를 주물럭거리려고 들 만큼 권세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1000년이나 한국인의 창조적 에너지를 苦渴(고갈)시키다가 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士農工商(사농공상)이라는 문화전통의 所産(소산)이다. 이들은 보릿고개에 백성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거나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고 풍월이나 읊조리거나 空理空論(공리공론)으로 虛送歲月(허송세월)하던 士族(사족)들의 직계 후손들이다. 士族들은 사실보다는 명분에 목숨을 거는 족속으로서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방해가 되는 인간 집단이다.

士族이 지배하는 한국 언론 매체는, 특히 방송에서는 ‘∼인 것 같다, ∼로 생각되는, 전문가에 의하면, 知人의 말에 의하면, ∼해야 될 것입니다, ∼로 추측됩니다’ 같은 사실이 아닌 기자 자신의 주관적인 의견이나 추측이나 소망을 나타내는 말이나 문장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영국이나 미국의 신문이나 방송은 말이나 문장이 사실을 전하는 ‘∼이다’의 말로 끝나야 하는 것이 하나의 법칙처럼 되어 있다. 적어도 뉴스 보도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의 불행은 사실에 바탕을 둔 21세기 최첨단 과학문명 시대에도 여전히 현대판 士族(사족)들―언론인, 법조인, 지식인, 종교인, 文人 등―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100년 전에 조선이 사족들의 ‘국정농단’으로 스스로 무너졌듯이 세계 7大 선진강국으로 용오름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도 사족들의, 그 중에도 기자들의 ‘국정농단’으로 국가자살의 悲運(비운)을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역사는 교수대의 밧줄을 끌어당기는 말처럼 무심하게 되풀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