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大選에서의 이변이 한국의 많은 문제들을 풀어 줄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움직임은 우리의 의지와는 크게 상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영국 국민들이 반대가 우세할 것이라는 世間의 예상을 뒤집고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고,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대부분의 전문가나 분석기관들이 클링턴 승리를 예상했으나 국민들은 트럼프를 선택한 것이다. 뭔가 거대한 움직임을 감지하게 된다.

전문가들이나 분석기관(여론조사 기관 포함)들이 이를 맞추지 못한 것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세상이 자기들 생각대로 갈 것이라는 자만의 결과다. 세상은 점점 살기가 팍팍해져 가고, 사람들은 世界化를 반기는 듯하지만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면서도 답답해 하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한 경제분석기관이 선거인단 투표 전에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은 '현상 유지'를 의미하며 도널드 트럼프는 '미지의 세계'로 연결될 수 있다고 비유했다>고 한다. 영국인들도 그렇고 미국인들도 그렇고 미지의 세계, 즉 '로버트 프로스트'가 남겨 놓았던 '가지 않은 길'를 선택한 셈이다.

미지의 세계는 역시 미지의 세계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런 이변(異變)들이 자연에 비하면 예진(豫震)일 수가 있다. 큰 지진을 예고하는 전조(前兆)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설마 잘못되기야 하겠는가?'라는 자위와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지만 어떤 확신도 없다.

우리에게도 이런 움직임은 이미 이전에 시작되었다. 김대중이 대통령 된 것은 김영삼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노무현의 당선은 한국인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호되게 당하게 되자 다시 옛길을 찾았지만 이번에 또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이 쪽도 아니요 저 쪽도 아니라면 어쩌란 말인가?

마침 미국 대선에서의 이변이 한국의 많은 문제들을 풀어 줄지도 모르겠다. 식민지 해방도 미국이 해결해 주었듯이 이제 한국 내 左右대립도 미국이 해결해 줄 듯도 하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공언했던 발언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선 좌익들이 반대하던 韓美 FTA가 손 보여질 듯하고, 목에 가시처럼 못마땅하게 여기던 주한 미군도 철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게 된다면 전작권(戰時作戰統制權)도 달라고 조를 필요가 없어진다.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고 새로운 많은 문제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게 우리에게 禍가 될지 福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미국이 완전히 손을 뺄 수도 있고 들락날락 폼만 잡던 전략폭격기들이 어느날 북한을 정리하고 갈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할 일이라 여길지 모르겠으나 거대한 움직임은 우리의 의지와는 크게 상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지 않은 길은 역시 가 봐야 알게 될 일이다.

『지난 날은 하염 없고 장차 올 날도 끝이 없으니, 우리네 백년 인생 돌이켜 보면 전광석화와 다름이 없다. 귀한 사람 또한 죽고 부자도 역시 죽어 마침내는 모두 스러져 돌아가니 어이해 달팽이 뿔 위에서 파리 대가리를 가지고 다투는가? <元邱素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