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예수, 《요한복음》)

〈Everything kills everything else in some way.

모든 생명 있는 존재는 어떤 형식이로든 다른 존재를 죽인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자연의 생존방식은 악마적이다. 어떠한 생명체도 다른 생명체를 죽이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죽이기 위해서 태어났으며 살해와 被殺(피살)이 우리들 생명 있는 존재 모두의 숙명적 생존방식이기 때문에 악마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식물이든 동물이든 먹이사슬의 한 부분이 된다. 작은 물고기는 큰 고기가 잡아먹고 큰 고기는 좀 더 큰 고기나 사람들이 죽인다. 작은 새는 큰 새의 밥이 된다. 큰 나무는 햇빛을 가려서 작은 나무를 죽게 만든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는 운명적으로 생명을 죽이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 살해의 죄를 짓지 않고는 생명을 이어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소나 돼지 같은 동물은 물론 곡물이나 채소 같은 식물도 죽여야 한다. 그것도 잘 키워서 죽인다. 인간도 살해의 原罪(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惡으로부터 전혀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인간은 죄 짓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인간은 본능에다 理性(이성)을 가진 고등 동물이어서 악에 대한 개연성이 일반 동물보다는 훨씬 더 높다. 인간은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동물보다도 훨씬 더 사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예수와 같은 神人이나 소크라테스 같은 聖人도 죄인으로 몰아 죽일 만큼 사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보도만으로 평가해보면 최순실이 주는 이미지는 분노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狐假虎威(호가호위)하며 권력을 휘두르고, 부정한 수단으로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비쳐진다. 그와 관련된 醜聞(추문)도 있다고 한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의 노래를 부르며 최순실에게 인민재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순실이라는 인간은 우리 자신의 分身(분신, alter ego)이며, 추악한 그녀의 모습이 바로 우리 자신의 확대된 모습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최순실의 죄악을 보여주는 거울 앞에 서면 우리도 최순실과 자신이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사실대로 말하면 罪 많은 최순실과 우리 자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순실은 너와 나 우리들 모두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최순실에 대한 분노는 분노로 끝나서는 안되며, 우리 자신에 대한 省察(성찰)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역사의 교훈으로 남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