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북한이 도발하거나 북핵 개발이 임계점을 넘으면 선제공격 등 강력한 군사적 응징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주> 아래 글의 출처는 문화일보 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안보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트럼프의 외교·안보 분야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보일 뿐 아니라, 그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너무 가볍고 상호모순적인 언행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의 안보 두뇌’라 불리는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주목되고 있다.

플린은 로드아일랜드대 학군단(ROTC)을 거쳐 1981년 소위로 임관, 2014년 중장으로 예편할 때까지 30년 넘게 정보와 특수전 전문가로 활동했다. 그는 정보와 특수전을 결합한 현장 소부대 단위의 대테러전 개념을 개발하고, 이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적용해 성과를 보임으로써 명성을 떨쳤다. 2012년 국방정보국(DIA) 국장으로 임명됐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이슬람 정책을 비판하다가 2014년 해임됐다. 그 후 트럼프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플린은 지난 7월 ‘전투의 현장(The Field of Fight)’이란 책을 출판했는데, 그의 노선이 잘 서술돼 있다. 네오콘이나 인도적 개입주의자(humanitarian interventionist) 입장에서 보면, 온건 현실론자다. 플린은 2013년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다. 미국의 현실적 역량을 고려할 때, 적극적 개입주의 노선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며,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이식(移植)론’이나 ‘국가건설(nation building)론’에 회의적이다.

그러나 ‘급진 이슬람’과 같은 전체주의 이데올로기 집단과는 근본적으로 타협·설득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끝까지 싸워서 없애야 할 존재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초강경 매파다. 이뿐만 아니라 이란을 주적(主敵)으로 여기며, 이란과의 협상론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급진 이슬람’을 중심으로 연합한 국제 전체주의 세력과 글로벌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 플린의 기본 정세관이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20세기 냉전에서처럼, 장기 총력전과 이데올로기전(戰) 관점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첫째 ‘반(反) 급진 이슬람 선전전’ 등 이념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둘째 군사 전쟁은 정보전과 특수전 결합 중심으로 진행하되, 적이 도발할 경우에는 압도적 물리력으로 응징해야 하며, 셋째 적에게 협조하는 국가나 단체들은 경제 제재 등으로 강력히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차피 ‘급진 이슬람’ 등 전체주의 집단에 미국이 사랑받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두려운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한반도 정책은 어떠할까. 중동 문제와는 달리, 구체적 방안이나 대책은 언급돼 있지 않다. 그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한반도보다는 중동이 1차적 관심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둘째, 북한을 붕괴시켜야 할 전체주의 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 협상을 주도할 가능성은 적다. 셋째, 그렇다고 군사력에 의한 북한 체제 변화를 꾀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안정화 작전’에 투입할 미군과 재원이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력 봉쇄와 대북 선전전을 통한 내부로부터의 북한 붕괴 장기전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만약 북한이 도발하거나 북핵 개발이 임계점을 넘으면 선제공격 등 강력한 군사적 응징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