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이 사실상 탄핵심판의 전초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임박한 가운데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등에 대한 1심 판결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범' 피의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간접재판'이 될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핵심 혐의들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탄핵심판도 '인용', 무죄라면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이 내려질 공산이 크다. 특히 법리적으로 입증이 까다로운 '직권남용' 혐의의 경우 무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헌재, 최순실 1심 재판 참고할듯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은 30일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 넘길 예정이다. 본회의 표결은 다음달 2일 또는 9일쯤 이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처리된다. 여권에서도 40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탄핵소추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즉시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헌재는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한다.

문제는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관계가 아직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간접재판에 해당하는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1심 재판은 다음달 13일에야 시작된다. 헌재로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을 기다리거나 직접 증거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관련 당사자가 많고 피고인 또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이번 사건의 특성상 헌재가 직접 조사하더라도 탄핵심판 기간인 180일 내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 또 헌재로선 당사자·증인 신문 등 증거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죄를 전제하고 '인용' 결정을 내렸는데, 뒤늦게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날 경우 권위에 치명타를 입을 우려도 있다.

따라서 헌재 입장에선 안전하게 1심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탄핵심판 결정을 내리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1심 재판이 탄핵심판 기간보다 길어질 것에 대비해 헌재가 심판절차를 정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 따르면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헌재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

◇직권남용 '무죄' 가능성

결국 1심 재판이 사실상 탄핵심판의 전초전이 되는 셈이다. 1심 재판에선 직권남용·강요·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놓고 검찰과 피고인 측 사이에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직권남용 혐의의 경우 유죄 판결을 예단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직권남용에 대해선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막기 위해 법원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그 행위가 공무원의 직권 또는 직무 범위에 포함돼야 하는데,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공무원의 직권 또는 직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재단 모금이 '정상적인 국정수행의 일환'이라는 피고인 측의 주장을 검찰이 어떻게 논파할지가 변수다.

관심이 쏠린 '제3자 뇌물' 혐의의 경우 탄핵소추안엔 포함되더라도 박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검찰에선 기소가 어려울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법조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검찰이 요청한 29일 대면조사에 협조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마지막으로 제안한 대면조사마저 거부됨에 따라 박 대통령의 검찰 대면조사는 사실상 무산됐다. 뇌물죄의 경우 수수자에 대한 조사 없이 기소가 이뤄지는 경우는 없다. 검찰이 뇌물 제공자로 지목한 롯데·SK그룹 등 기업들도 뇌물죄의 구성요소인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등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뇌물죄는 다음달 출범할 특별검사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