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聖賢이 말하길 "몸 둘 바 모를 곳에 남을 처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 "쥐새끼도 도망갈 구멍을 남겨두고 쫓으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대통령 하겠다고 함부로 나서는 게 아니다. 어쩌다 떠밀리듯 오르는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스스로 대통령하겠노라며 나서는 일은 삼가야 한다. 우선 5천만 명의 눈초리를 감당할 자신은 있는가? 그들의 삶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말을 잘 들어 먹으면 야 그런대로 할 만 하겠지만 제 멋대로 들이다. 이를 생각하면 감히 나설 자리가 아니다. 모두가 갈피를 못 잡는 때 나서서 나를 따르라는 경우에는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저마다 대통령보다 더 똑똑한 줄 아는 세상에 내가 하겠다고 나서려면 특출한 지혜가 필요하다. 스스로 그런 지혜를 갖췄다고 자신하는가?

박근혜도 지혜로운 듯 보였다. 자신만만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서슬 퍼렇게 호령도 했다. "배신자를 심판하라!" 역대 대통령들을 돌이켜 보면 임기 초나 한창 잘 나갈 때는 대개 이처럼 서슬이 퍼랬다. 그러나 약속이나 한 듯 어느 순간 국민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어 풀이 죽고 말았다.

지금 대권 대열에 선 주자들은 과연 앞뒤를 얼마나 어떻게 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입들에서 나오는 언어들이 스치면 베일 정도로 날카롭다. 예전에 그들의 친구도 거칠 것이 없었다. 국회 청문회장에서 있었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곤 한다. 전두환, 정주영 등 어른들 앞에서 자기 기분을 못 이긴 듯 펄펄 뛰었다. 독한 소리로도 부족하여 팔을 휘젓고 명패를 집어 던졌다. 두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그러는 게 아니었다.

옛 성현이 말하길 "몸 둘 바 모를 곳에 남을 처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 "쥐새끼도 도망갈 구멍을 남겨두고 쫓으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또한 "나를 찍는 도끼는 내가 다른 사람을 찍었던 도끼"요 "나를 치는 몽둥이는 바로 내가 남을 때리던 몽둥이"라고도 했다. 그만 하면 됐다. 그대들이 진정 대권을 생각한다면 지금 대통령을 향한 몽둥이질 군중에 앞장 설 게 아니라 말려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