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올바르게 행사하면 청문회가 되나 잘못 행사하면 인민재판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어제 국회 청문회 동정은 한 마디로 증인석에서는 성실하게 답변하려 노력했으나 묻는 사람들이 불성실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지는 못했으나 중간중간 TV를 통해 본 청문회장에서 느낀 소감이다. 특히 金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굉장히 겸손한 자세로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분명하게 증언했다. 사람은 누구든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은 피하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는 법으로도 보장하고 있다. 기억에 한계도 있다. 100%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지는 못했을지라도 그 성실성과 진정성만은 느껴졌다.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제는 의원들의 질의 행태다. 청문회는 묻고 답하는 자리다. 물었으면 답변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묻기만 하고 답변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혹은 묻는 사람이 미리 답을 정해 주고 그대로 '예' 하지 않는다고 호통을 친다. 혹은 아예 묻는 게 아니라 일장 훈시를 하거나 자기의 추측과 억지 주장으로 일관하다 끝낸다. 답변할 시간을 주지 않거나 아예 질문이 되지 않는 자기 말만 하는 것은 질문자의 불성실이다. 의원들이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 광고의 기회로 여긴 탓이리라.

金 전 실장은 80세 가까운 고령자다. 대한민국이 해방되기도 전에 태어난 사람으로 그 사실만으로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그리고 의사였던 그의 아들이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아직까지도 의식불명 상태라고 한다. 자식이 그런 상황에서도 공직자로서 흐트러짐 없이 직무를 수행했었고, 두 번에 걸친 국회 청문회에도 피하지 않고 출석하여 답변에 소홀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의 앞에서 대놓고 막말을 한 자들은 국회의원 자격도 없다.

질문자가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반성을 많이 하라"고 흥분된 어조로 막말을 퍼부었다.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들어 '金 전 실장이 세월호 시신 인양 포기를 지시했다'는 닦달에 이를 부인하자 퍼부은 저주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 막말 의원의 나이 이제 50세이다. 순 쌍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뻘 되는 사람 앞에서 할 소리가 아니다. 이를 보고도 잘했다고 박수칠 국민들이 있다면 그 자들 모두가 순 쌍놈의 국민들이다.

청문회에 불려나온 사람들은 증인이나 참고인들이다. 포승줄에 묶여 나온 이들도 있지만 이들 역시 검찰이나 법원에서 죄인이지 국회 청문회 자리에는 어디까지나 증인 내지는 참고인 신분으로 나온 것이다. 의원들에게 호통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하물며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도 않은 노인이 제 아들과 같은 자에게 '천당 못 간다'는 막말을 들어야 하는가? 같은 말이라도 예의를 차리면 '왜놈'되나?

의원들이 가장 안달을 낸 것은 金 전 실장이 '최순실을 알지 못한다'는 답변에서다. 金 전 실장이 만약 최순실과 직접 교류가 있어 청문회 질의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관계라면 당연히 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정도로 증언석에 앉아 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모른다는 답변에 거짓말이라고 단정하려면 적어도 사전에 아는 사이임을 증명할 증거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역시 제도보다는 사람의 문제다. 사람들이 올바르게 행사하면 청문회가 되나 잘못 행사하면 인민재판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