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광장(廣場)의 단두대는, 최초엔 왕의 목만 자르는 듯 보이지만 뒤이어 목을 자른 者들의 목도 요구하게 된다. 잘못에는 그에 상응(相應)한 응분(應分)의 대가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넘치면 안 된다. 빵 한 조각을 훔쳤다고 19년 징역을 살게 한 장발장의 경우가 정의일 수는 없다. 소매치기를 했다고 손목을 자르거나, 간통을 했다고 돌로 쳐 죽이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야만일 뿐이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 불을 지른 범인도 3심 재판을 받아 형을 확정지어야 마땅하다. 박정희 대통령을 참으로 존경하는 입장에서도, 감히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 불을 질렀다고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으로 태워 죽여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는 과연 어떠한가? 넘치지 않는 응분(應分)의 처분(處分)이라 확언할 수 있는가?

과도한 처분의 선례는 깊은 후과(後果)를 남기게 된다. 이로서 정치적 안정성은 깨어져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걸핏하면 탄핵 소추의 난장(亂場)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나아가 그 과도한 처분의 선례는 사회 전역으로 확대돼 '빵 한 조각에 징역 19년, 소매치기에 손목 자르기'와 같은 '과잉 형벌'의 시대가 오게 할 수 있다.

빵 한 조각이라도 훔치지 않는 게 옳겠으나, 사람은 부지불식간에도 실수를 하고 잘못을 범할 수 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단한번의 실수나 잘못을 범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 과연 있는가?

과잉을 용인해 버리면 결국 시간이 지나면 힘없는 소위 '민중'들이 가장 크게 대가를 치르는 상황이 오게 된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어떻게든 요리조리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은 예전의 경범죄(輕犯罪)가 오늘에는 중범죄(重犯罪)가 되어버린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런 상황을 원하는가?

이른바 혁명적 분노라는 소동은 당장은 권력자를 짚어 삼키는 듯 보이지만 나중에는 선동에 들떴던 민중 자신을 짚어 삼킨다. 혁명 광장(廣場)의 단두대(斷頭臺)는 최초에는 왕의 목만 자르는 듯 보이지만 곧 뒤이어 목을 자른 자들 모두의 목도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들떴던 수많은 민중들의 목을 끝없이 요구하게 된다. 이로서 혁명의 광장은 ‘피의 광장’이 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앞날이 그와는 다를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