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다가도 상대방이 피를 흘린다거나 넘어지면 손을 내밀고 사과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피를 흘리고 넘어지면 발로 밟고 돌로 찍는 사람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英美권 사람들이 즐겨 말하는 표현중에 "Let's move on!" 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즉 이제 그만 접고 넘어가쟈는 말입니다. 세상사 뭘 완벽하게 한다는 것은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수사일 뿐 정도의 차이야 있을지언정 늘 불완전 상태에서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인생사입니다.

서양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건 Due Diligence (실사)와 Due Process(절차)를 가쳐서 결론을 내면 그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더이상 왈가왈부가 거의 없습니다. Due Diligence와 Due Process는 무한정의 개념이 아닌 한정된 시간 개념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우리식으로 무한정 무작정 죽을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떼거지는 존재하질 않습니다. 이것이 성숙한 민주사회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5·18을 보십시요. 국가가 몇대 정권을 거쳐(Due Diligence) 마지막 보상까지 온갖 절차(Due Process)를 거쳐 마무리지었습니다, 80년대 90년대의 그 질긴 질곡을 관통하고서도 아직 아우성이고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판명된 전두환은 아직도 살인마로 몰립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서양 국가들 같으면 5·18 묘지는 아주 평화로운 공원으로 지역과 정치색을 뛰어넘어 통합의 성지로 남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5.18 묘지는 어떠합니까? 5·18이 아직도 국가적으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는 것은 이제 우리 자신의 문제이지 역사적 당사자의 몫이 아닌 것은 슬픈 아이러니입니다.

또 세월호 사건을 보십시요. 이 사건은 어린 학생들의 인명 피해를 볼 떄 상상하기 어려운 참사입니다만 사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국가가 이미 조사를 했습니다. 과학적 조사가 진행이 되었고 국가적으로는 장관이 머리를 산발하고 근 몇달을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고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고 그 타당성을 떠나 구조 책임이 있는 해경 해체라는 금시초문의 조치까지 취했습니다. 또 충분한 보상도 했고 정치적으로 특별 조사 위원회를 만들어 조사까지 하는 한풀이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세월호 타령을 하고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뭘 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잡아 먹을 듯이 달려듭니다. 대통령이 구조할 수 있는 당사자가 아닌데 왜 그토록 7시간이 중요하고 탄핵의 사유가 되는 것입니까?

다 죽여야 속이 풀리는 싸이코 패스(Psychopath)가 하는 짓들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무슨 정변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정치적 의사 표현을 주말마다 수백만 명(?)이 몰려 다니며 합니까? 북한의 아리랑 체조같다는 말들을 한다는데 결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성숙한 인격체들이 어떻게 저런 통일된 집체적 시위를 반복합니까? 성숙한 사람들은 자제력(Self Restraint)을 발휘합니다.

화가 나 싸우다가도 상대방이 피를 흘린다거나 넘어지면 손을 내밀고 사과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피를 흘리고 넘어지면 발로 밟고 돌로 찍는 사람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흉포한 성정의 민족이 되었습니까? 왜 우리는 늘 넘어가질 못하고 징징되는 사람들이 되었습니까? 한이 많은 민족이라 그렇습니까? 전세계 역사를 보면 우리보다 더 恨 많은 민족들 많습니다. 우리는 미국 흑인들처럼 노예로 시작하지는 않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우리가 미국 흑인들보다 성숙하지 못한 것은 왜 그렇습니까? 5천년 역사이래 바깥 세상을 가장 많이 접해본 세대들이 왜 안으로 안으로 자기 파괴적 행동에 집착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탄핵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우리 스스로를 돌볼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