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 아니라 숙청을 하겠다는 것. 오늘 아침 중알일보 인터넷 판에는 『[도올이 묻고 문재인이 답하다] “사드는 차기 정권 넘기고, 개성공단 즉각 재개해야”』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가 메인에 올라 있었다. 제목에서 시사하듯 역시 그의 정치이념은 분명했다. 북괴가 주장하는 "외세를 몰아내고 우리 민족끼리 단합"에 적극적으로 영합하는 것이다. 北은 한국 (우익)정부를 향해 늘 '외세 의존 세력'으로 지적하고 '민족끼리'를 주문해 왔다. 이 주장과 문재인이 지금까지 보여온 정치적 지향점이 일치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논리상 北의 주장은 맞다. 한반도는 김일성이 통일전쟁(6·25)를 일으켰으나 외세(유엔군) 때문에 통일이 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한미동맹'이 남북통일을 가로막은 셈이다. 이는 물론 북한의 시각이다. 그러면 김일성의 주도로 남북통일이 되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구소련이 해체될 때까지 서방 세계로부터 잊혀진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구소련이 해체되고 공산권 국가들이 개혁 개방에 나설 때 우리는 다시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가 반영구적으로 '중국의 개' 꼴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민족성에 부합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자유와 호사는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것일 수도.

문재인이 사드 배치를 차기 정권에 넘기라는 것은 자기가 차기 정권을 잡는 게 확실하다는 자신감 표출의 일면일 것이다. 자기가 대통령 되면 없던 것으로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가 있다. 사드 배치의 논란은 간단하다. 하느냐 마느냐다. 한다면 지금 그대로 하면 되는데 굳이 차기 정권으로 넘기라는 속내는 뻔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되면 北이 말하는 '외세 의존'에서 탈피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은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없다. 그저 '우리끼리'이니 더 물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문재인은 도올이 '제도적 (경제)개혁에 관한 청사진을 말해보라.'고 하자 다음과 같은 답변을 했다. “첫째, 경제적 불평등을 혁파할 것이다.", "둘째, 그 원천인 재벌을 개혁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히 끊을 것이다. 그들이 반시장적 행위를 하면 법에 의하여 그들을 시장으로부터 퇴출시킬 것이다."고 했다. 재벌 개혁과 정경유착 고리의 척결은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기업이 관련 법규만 잘 지키면 정부로서는 활동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히려 지원해줄 궁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권력이 간섭을 하니까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온갖 묘수를 쓰게 되고 돈도 갖다 바치게 되는 것이다. '반시장' 여부도 자기들이 판단하겠다는 것 아닌가? '퇴출'의 대상은 기업인지 기업인인지 분명치 않으나 어느 쪽이든 그 의미를 헤아려 보면 기업(인)으로서는 무시무시한 말이다. 개혁이 아니라 '共産'을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마지막으로 그는 '친일 청산·독재 청산'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가 최근 '세상을 확 바꾸겠다'며 '대개조' '대청소'란 용어를 동원하는 의미와 연결시켜 보면 이는 '재벌개혁'보다 더 무시무시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국민들은 문재인이 '아주 무서운 사람'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나는 피냄새를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