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리나라 지식인들 특히 교수, 언론인들 수준이 통탄스럽습니다.
한국 지식인들은 이상하게 대중 영합적인 것이 마치 한류 아이돌들이 군무를 기계같이 추는 것처럼 이들도 생각과 의식이 한결 같다는 것입니다. 한류를 'Manufactured Culture'라고 소개하는 미국 연예기사를 본 것 같은데 문화가 대기업이 기획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비꼬고 혹독한 훈련과 착취구조가 존재하는 것을 비판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중 영합적인 지식인들이 한결같이 촛불시위를 기원 전 그리스에 있었던 시민정치란 아스라한 개념으로 포장하는 것은 참 신기하고 독특한 현상입니다. 오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영화 '판도라'에 관해 비평의 글이 실렸습니다. 하나는 조선일보,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가 쓴 '영화 판도라의 애국자들과 시민종교' 그리고 동아일보, 정성희 논설위원의 '판도라 열려선 안된다'입니다.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아 영화 자체를 평할 수 없습니다만 영화를 영화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 평론적 시각에서 바라들 봅니다. 김기봉 교수의 글이 이렇습니다.

<'판도라'에서 정부가 위기에 빠뜨린 국가를 구한 애국자는 시민들이다. 현실에서도 시민들은 최순실 사태로 국가의 품격이 추락하자 촛불을 들었다. 지난 11월부터 이어진 촛불집회는 1987년 6월 항쟁의 후속이지만 둘 사이엔 근본적 차이가 있다. 최루탄을 맞으면서 싸우는 정치 항쟁에서 촛불을 들고 벌이는 문화 행사로 바뀌었다.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1980년대의 민주화 운동과 국민주권을 외치는 2016년의 공화주의 정치문화, 이 둘을 통해 대한민국의 시민종교가 확립됐다.>

자, 이 사람은 촛불을 1987년 6월 항쟁의 후속으로 보고 2016년의 공화주의 정치문화라고 주장합니다. 이쯤 되면 이 사람이 어떤 배경과 어떤 종류, 어느 정도 수준의 사학자인지 짐작이 갑니다. 도대체 공화정이란 개념은 알고 얘기하는지? 아직도 항쟁을 들먹이는 사회관찰적 시각으로 무슨 역사를 전공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참 묘한 인물입니다. 그 다음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자기 글의 말미를 이렇게 장식합니다.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6월 발표된 위원회 결론은 ‘안정적 저장시설을 만들어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걸 몰라서 그 많은 돈을 써서 위원회를 운영했나. 민감하고 골치 아픈 문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겠다는 이런 꼼수가 박근혜 정부의 실력이다.>

전북 부안의 방폐장 처리 문제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무 기억이 없었던 듯 영화 한 편 보고 이렇게 정부를 무능으로 몰아 세우는 것을 보면 참 신문사 논설위원하기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떄가 기억이 납니다. 다른 나라 언론들은 일본 정부의 비밀주의를 비판했는데 한국 언론들은 일본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고 왜 일본 사람들은 한국사람들처럼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지 개탄하듯 했던 것을.

일본 사람들은 촛불도 모르고 시민정치도 모르는 무지 몽매한 사람들입니까? 그리고 2005년 부시 정권 시절 미국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즈 80%가 물에 잠기고 45만여 명이 생활 터전을 잃고 직간접적으로 1800여 명의 인명을 잃는 재해가 있었습니다. 그 때 시체가 도로변에 널려있는 사진이 뉴욕 타임즈에 실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허리케인이 부는 당시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크로포드 목장에서 가족들과 쉬고 있었습니다. 이 사태 때 미국의 연방 정부, 알라배마, 미시시피 주가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것은 온 세계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재민을 위해 연방 정부가 쓴 어마어마한 돈이 실제로는 이재민에게는 안가는 낭비와 부정이 있었습니다.

이후 FEMA라는 재해 기구를 만들어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을 기울였는데, 미국 사람들 부시를 두고 그 시간 어디 있었고 뭘 했는지에 우리처럼 목숨걸고 몰아 세우는 것 못봤습니다. 야당인 민주당과 언론이 우리처럼 사생결단의 투쟁을 하는 것 보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위해 촛불을 들었어도 정치 투쟁, 그 잘난 시민 정치하자고 촛불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미국 사람들은 공화정을 몰라서 그런 것입니까? 미국이야말로 민주 국가라기보다는 오히려 공화 국가에 가까운 나라입니다. 정말 우리나라 지식인들 특히 교수, 언론인들 수준이 통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