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독교학과 교수의 답변. "기독교인은 본성적으로 애국자이다." 기독교인이 애국주의자인 이유

황재범(계명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趙甲濟 대표의 “62만의 민노총 對 1500만의 기독교인”라는 제하의 글은 기독교인들에게 여러 가지를 해명하도록 요구한다. 첫째, 기독교인들이 “탄핵반대집회”로 나타나는 애국주의 성향의 집회에 많이 참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도록 요청한다. 趙 대표는 쉽게 기독교의 사랑정신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상세한 설명을 필요로 한다. 둘째, 기독교는 왜 “계급투쟁론”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주의를 반대하는가라는 문제이다. 두 문제 모두 매우 긴 논의가 필요하지만, 여기서는 간략하게 답하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상세하게 답하고자 한다.

기독교인들은 대체로 실천성이 강한 애국주의자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들은 애국주의적 성향의 탄핵반대집회에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겠다. 조갑제 대표는 기독교인들이 탄핵반대집회에 많이 참여하는 이유를 기독교의 사랑의 정신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 사랑이 이번 국가적 사태에 있어서는 애국주의집회에의 참여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독교인의 사랑이 애국주의로 나타나고 있는가?
첫째, 기독교는 인간 존재와 인간의 실존근거가 되는 근원적 질서(특별히 사회적, 국가적 구조와 그것을 유지하는 법)를 선한 것으로 긍정하기 때문이다.
둘째, 기독교는 인간존재와 국가의 부정적 힘인 罪와 惡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된 하나님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믿기에 罪와 惡에도 불구하고 인간존재와 국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선하신 하나님께서 존재의 근거가 되므로, 존재 자체가 선하다고 믿는다. 반면에 무신론이나 공산주의는 인간 존재를 오직 경제적 가치에 따라서만 평가할 뿐만 아니라, 유물론과 같은 특정한 역사과정의 산물로 봄으로써, 인간 자체가 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을 부정한다. 인간 자체가 선하다 하더라도, 실존에 있어서 인간과 사회단체(작게는 가정, 크게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죄와 악을 수반한다. 이에 공산주의는 인민재판과 같은 비인격적 방법에 의지하고, 무신론자들은 법적 과정에만 의지하지만, 기독교는 죄와 악의 해결은 인간 자신의 힘으로 불가능하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믿는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인간이나 국가가 죄와 악을 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한 가치를 인정하고 사랑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한국 현대 국가의 형성과정, 특히 교육, 의료, 사회봉사 부문에서 중요한 공헌을 해온 것에서 잘 드러난 바라고 보겠다.

기독교는 국가에 대하여 매우 현실적으로 가르친다. 한편으로 국가권력은 아우구스티누스가 말처럼 악한 요소(필요악)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하나님께서 정하신 것이므로, 국민들은 권력에 순종해야 함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것을 간략하게 역사적으로 살펴보자.

하나님께서는 선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계속 존재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인간 자신의 악과 죄를 이길 수 있게 하나님의 법(십계명으로 대표되는 율법)을 주셨다. 그리고 이 하나님의 법이 통용되고 제대로 실행되는 공동체로서 구약성서의 이스라엘과 신약성서의 교회를 주셨다. 그러나 역사상 소수집단이었던 이스라엘과 교회는 자주 어떤 국가 내에 존재하게 됨으로써, 교회와 국가의 관계가 항상 중요한 문제로 되어 왔었다.

성경은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는 국가 권력에 순종하라고 가르치는데(신약성서 로마서13:1, 베드로後書2:13-17), 이는 교회가 국가의 보호에 도움을 받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개혁의 선구자인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국가를 전복하고자 했던 농민혁명을 강력하게 저지했다. 장로교회 및 서양 개신교 정치철학의 아버지라고 볼 수 있는 존 칼빈(John Calvin)은 통치자는 “가장 악한 성격을 가지고 존경할 가치가 전연 없다 하더라도.... 가장 선한 왕처럼 존중하고 순종해야 한다”(기독교강요 4. 20. 25.)고 가르쳤다.

미국의 창립 지도자들이었던 워싱턴(George Washington)과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교회가 국민도덕을 높임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국가가 교회에 간섭하지 않고, 그 자유를 보장하고자 했다.

한국의 역사에 있어서도, 기독교인들은 초기부터 국가의 존립과 법치를 지지했었다. 일제 시기에 한국교회는 현실적으로 日帝의 정치는 수용하면서도, 日帝의 정신은 거부하는 차원에서 신사참배에 가장 강력하게 거부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日帝의 국가권력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도, 그 정신은 반대하므로, 절묘하게 국가권위에 순종하면서도 반대할 것은 반대한 현명한 방법이었다고 보겠다. 물론 기독교인들 중에도 親日한 사람들이 있었고, 또 신사참배한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볼 때 기독교는 어떤 다른 집단보다 더 신사참배를 반대했고, 실제로 이를 거부하여 순교에 이른 사람들도 많았다는 것은 기독교가 건전한 국가정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것이라고 보겠다. 이렇게 세계교회와 더불어 한국교회는 국가가 비록 악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담지하는 근원적인 善性을 인하여 국가를 지지하고 봉사해왔다고 보겠다.

민주주의적 국가권력은 악을 행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치안질서를 유지하면서 더 큰 악은 저지하는, 선한 역할을 하고, 나아가서 기독교 신앙의 자유를 허락해준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국가가 기독교신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국가에 봉사하며, 국가의 법치를 최대한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당연히 애국주의자가 되어서 국가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며, 이것이야 말로 세계의 기독교 민주시민들이 이미 보여 온 모습이라고 보겠다.

정치문제 있어서 기독교는 두 가지의 대응방법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기독교인이 정치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여 기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기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서, 기독교인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방법이다.

첫째 방법은 소위 정치 목사들이 자주 취하는 방법인데, 신성한 기독교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추구에 종속시키는 결정적 문제가 있다. 소위 정치 목사 혹은 신부는 겉으로는 기독교를 운위하지만, 속으로는 철저하게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성취하고자 하므로, 기독교를 조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첫째 방법이 아니라, 둘째 방법을 취하되, 오늘날과 같은 비상시국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기독교인의 정치적 입장으로서 국가 권위에의 순종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기독교와 정치의 문제는 소위 정치 목사 및 신부들이 많아서, 기독교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 이용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이다. 정치 목사 및 신부는 소위 급진주의적이며 좌파주의적 사상에 경도된 사람들을 따라서 국가에 순종하고자 하기보다는 오히려 도전하고 전복하여 권력을 쟁취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거의 한 세대동안 젊은 사람들에게 국가권력에 순종하는 것은 “수구꼴통”이요, 도전하는 것은 “쿨”(cool)한 것으로 가르쳐 왔고, 현재 많은 젊은이들이 그들에게 동조해온 비극적 상황이 벌어져 왔다.

이런 비극적 상황은 한편으로는 일제강점의 폐해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1980년대 이후의 소위 “과잉 민주주의” 때문에 국가권력이 건전하게 존중 받지 못해 왔기 때문이라고 보겠다. 일제 때에는 일제가 참된 국가가 아니었기에 국민이 국가를 제대로 존중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6.25 동란기와 공산주의와의 대치기에는 어쩔 수 없이 국가권력이 강화되어 국민은 국가를 두려워하면서, 제대로 존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1980년대 이후 “과잉 민주주의” 시기에는 국가권력에의 순종을 가르쳐야 할 기독교가 反국가세력에 동조하여 국가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가르침으로써, 국가권력은 현재까지도 제대로 존중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태에 이른 것이다.

이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공무원과 경찰로 대변되는 공권력이 가장 무시 받는 국가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점에서 이미 日常化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하기는 국민의 대변자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공무원과 경찰은 고사하고, 국가권력의 대표자인 대통령마저도 우습게 대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권력이 땅에 떨어져 있는 때에, 기독교인들은 수구꼴통의 욕을 듣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존속과 번영을 위하여 기도하고, 또 이런 가치를 행동으로 표명할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교회가 구가하고 있는 예배의 자유는 결코 공짜로 주어지지 않았다. 기독교는 다른 어떤 기관보다 더 국가권위와 법치를 존중해야 하므로, 국가권위와 법치에 손상을 끼치는 집단이 있다면, 그 어떤 집단이라도 그 악을 고발하면서 수정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