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합창단의 단원 64명이 탑승한 러시아군 항공기 투폴레프(TU)-154가 추락, 전원 사망했다. 이 합창단이 즐겨 부르는 곡 중에 ‘카추샤’란 노래가 있다 <주> 아래 글의 출처는 문화일보 입니다.

러시아군 합창단 ‘알렉산드로프 앙상블’이 지난 25일 참사를 당했다. 공식 명칭 ‘알렉산드로프 러시아군 노래와 춤 앙상블’보다는 ‘붉은 군대 합창단’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합창단의 단원 64명이 탑승한 러시아군 항공기 투폴레프(TU)-154가 추락, 전원 사망한 것이다. 이들은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 위문공연을 위해 시리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로 날아가던 중이었다. 이슬람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실수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비가 삼엄한 군 비행장에서 출발했으며, TU-154는 1970년부터 지금까지 100회 이상 사고를 일으킨 사고 다발 기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고 비행기는 1983년에 생산돼 2014년 12월에 마지막 수리를 받았다고 한다.

이 합창단은 1928년 10월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프에 의해 창단돼, 우렁찬 남성의 기개와 웅장함을 극대화한 남성 중저음의 합창 속에서 터져 나오는 청아한 테너의 목소리, 그리고 여기에 힘찬 군무(群舞)가 어우러진 공연으로 전 세계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여러 차례 내한 공연했으며, 영국 프로축구팀 첼시의 응원가인 ‘칼린카’도 이 합창단의 노래다. 물론 공연 작품 대부분이 소련 군가와 소비에트 행진곡으로 기계적이란 비판도 적지 않았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구역질이 날 지경”이라고 혹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합창단은 ‘붉은 군대’ 브랜드 소유권 문제로 러시아 내무부 산하 합창단과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내무부군(軍) 소속 합창단도 해외공연에서 붉은 군대 합창단이란 명칭을 사용하자, 2011년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붉은 군대 명칭 사용권은 두 기관 모두에 있는 것으로 일단 판결 났다. 국방부군도 내무부군도 붉은 군대의 전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붉은 군대 합창단이 즐겨 부르는 ‘카추샤’란 노래가 있다. 흔히 러시아 민요로 알려져 있는데, 이 노래는 1938년에 작곡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이 즐겨 부르던 군가(軍歌)로서, 카추샤(예카테리나의 애칭)란 이름의 러시아 아가씨가 전선에 나간 애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소련군 다연장 로켓포의 애칭이 카추샤가 된 것도 이 노래 덕분인데, 러시아 병사들이 다연장 로켓포 BM-13을 발사하면서 이 노래를 부른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