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특검의 수대 대상인가?



못할 게 없는 듯한 박영수 특별검사(특검)의 수사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대기업 오너들을 축국금지 시키고, 청와대도 압수수색하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현직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특검이 동시에 조윤선 현직 문체부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도 압수수색을 했다. 현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혐의라고 한다.

우선 이 혐의가 특검 소관인지가 의아스럽다. 박영수 특검의 공식 명칭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박 특검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기관인가?

문화계는 일찍부터 말썽이 많았다. 친북 성향의 영화를 만들어 배포하고 공공연히 反국가적 언행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배우 문성근은 '국민의 명령'이란 이름만 들어도 불순하기 짝이 없는 단체를 만들어 공개적으로 '백만 민란'을 부르짖었다. 정부로서는 당연히 이들의 성향이나 동태에 대한 조사 분석이 있어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를 수사하겠다고 현직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니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든다.

내 판단으로는 박영수 특검의 핵은 윤석열 수사팀장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의 무리로 이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고 따라서 한직으로 밀려났다. 박 특검이 왜 하필 이런 이를 수사팀장으로 발탁했을까?

법원 재판에서도 피고와 판사 간에 인과(因果)가 있는 경우 피고는 재판부 기피를 할 수 있다. 같은 경우 판사도 스스로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넘기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한 조치다. 같은 맥락에서 박 대통령과 직접 관련된 수사에 구원(舊怨)이 있는 윤 검사는 당연히 배척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사팀장으로 발탁한 것은 박 특검의 의도가 불순해 보일뿐 아니라 사법 정의에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박 특검의 복안을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소관 직무와 직접 관련 없어 보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손을 뻗치는 것으로 보아 아마 곧 국정원으로도 수사 앵글을 맞출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사태는 심상치 않다. 단순히 박근혜만 노리는 게 아니라 아예 우익의 뿌리를 뽑아버릴 노림수로 봐야 할 것 같다. 좌익들은 지금 헌법에 의한 대통령 권한대행이 선출직이 아니라는 구실을 붙여 직무수행에 제동을 걸면서 역시 선출직이 아닌 특검에 대해서는 무한한 권한을 실으려 하고 있다.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