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파기할 것이라면 받은 돈은 돌려주고 공식적으로 합의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부산 동구 주한일본총영사관 앞 인도에 기어이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었다. 부산에는 임진왜란 때 용감히 적병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정발 장군의 동상이 있다고 한다. 여기 근처에 세우면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를 것을 건립추진단체 측에서 부득부득 일본영사관 앞을 고집했다. 이것은 정말 남을 약올리기 위한 졸렬한 행동의 발로라 보여진다.

이러한 행동은 엄연히 대일본 사기극에 가까운 일이다. 한국은 엄연히 일본과 약속을 하였다. 우리가 10억 엔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일본 국민의 세금으로 받아냈고, 대신 일본 공관의 안녕을 위해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치우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약조해주었다. 그런데 우리 한국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치우는데 어떠한 노력을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산에 있는 영사관에도 소녀상이 설치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도록 방치하였다.

이것은 민간의 일이라고 핑계를 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법원이 소녀상 설치를 허용하라고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도 아니다. 경찰이 소녀상 설치꾼들에게 우선 항복하였고, 이어 동구청장마저도 욕은 욕대로 다 얻어먹고 난 후에 항복선언을 하였다. 엄연히 국가기관인 경찰과 지자체가 소녀상 설치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않은 것이다. 기존 소녀상 철거가 어렵다면 최소한 신규 설치만큼은 정부가 책임지고 막았어야 했다. 한국이 약속을 대놓고 어긴 것이다.

물론 약속이란 게 반드시 다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합의 폐기는 주권국가로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약속을 파기할 것이라면 받은 돈은 돌려주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귀국과의 합의를 이행하기 어려우니 받은 돈 10억 엔은 환불토록 하고 합의는 없던 걸로 합시다' 하고 공식적으로 합의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돈은 돈대로 받아놓고, 우리가 이행해야 할 합의사항은 제대로 지키지도 않으면서 스리슬쩍 일본에 골대 옮기기식 추가협상을 요구한다면 한국은 명백히 일본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세계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볼지, 소녀상에 우리 대한민국에 어떤 국익을 가져다 주는 것인지, 냉철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