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자 <동아일보> A31면에 게재된 “탄핵 기각 및 계엄령 선포 촉구 제1차 범국민대회 개최”라는 제목의 광고는 그 같은 광고 자체가 불법적인 헌정중단을 선동하는 결코 묵과하거나 좌시할 수 없는 중대한 일탈 행위이다. 헌법은 제77조에서 ‘계엄령’ 선포의 조건과 내용을 엄격하게 설정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한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은 같은 조문의 ④항에서 “계엄을 선포한 때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할 것을 요구하고 ⑤항에서는 이 경우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대통령이 선포하는 계엄령은 국회 의원 재적 과반수의 찬성이 없을 경우에는 발효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계엄령’이 선포되었을 때 국회가 폐회 중이라면 대통령은 즉각 국회의 집회를 요구해야 한다 (<계엄법> 제4조②항)

여기서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요구하는 필요조건의 충족이 필수적이다. 즉 “전시•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존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작금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탄핵 사태는 어떻게 보더라도 이 같은 절대적 필요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미흡하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오히려,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 심판’의 진행은 그 자체가 정상적인 헌정질서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비정하여 ‘계엄령’ 선포를 합법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헌법상 ‘계엄령’의 선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이 정지된 상태이고 이 동안 ‘대통령’의 ‘권한’은 국무총리에 의하여 ‘대행(代行)’되고 있다. 문자 그대로 ‘전시’나 ‘사변’의 상황이 아닌 한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한 ‘계엄령’ 선포는 현실성이 전무한 일이다. 더구나, ‘계엄령’이 ‘선포’되더라도 이의 ‘발효’를 위해서는 국회가 즉시 소집되어 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해야 하고 이를 통하여 국회의석 재적 과반수의 ‘찬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계엄령’은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 지금의 20대 국회는 전형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본래 재적 과반수에 22석이 모자라는 129석의 의석을 확보하는데 그쳤을 뿐 아니라 이번 탄핵 파동 과정에서 29명의 소속 의원들이 탈당한 상태다. 지금의 국회에서 ‘계엄령’ 선포 문제가 표결에 붙여질 경우 압도적으로 부결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三尺童子)에게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결국 지금의 시점에서 ‘계엄령’ 선포를 주장하는 것은 날이 갈수록 역량이 커지고 있는 탄핵 반대 세력에 편승하여 국민을 오도(誤導)함으로써 오히려 불법적인 헌정중단을 초래해 보겠다는 내란 선동 행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진정한 마음으로 탄핵 정국을 걱정하고 올바른 헌정질서로 이를 바로잡기를 원하는 애국시민들이라면 ‘한성주 장군 시사브리핑’이라는 단체 이름으로 준비되고 있는 집회에는 한눈을 팔지 말고 회수를 더할 때마다 눈사람처럼 세력이 불어나고 있는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운동 총본부>가 주최하는 토요 집회 참가로 힘을 모으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동아일보>가 헌정 파괴를 선동하는 이 같은 내용의 광고 게재를 허용하는 것도 상궤(常軌)을 일탈하는 행위임이 지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