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아동복지기관의 보호'를 '사라져'나 '자취 감춰'로 표현할 수가 있나? 악마가 있다면 바로 이런 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정유라 아들·유모 모두 사라져"
"덴마크 올보르 외곽에 있는 정유라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 것으로 알려진 정씨의 아들과 유모, 정씨의 조력자로 알려진 남성 2명이 10일 오전(현지 시각) 사라졌다."(조선일보)

"정유라 아들·유모 등 덴마크서 자취 감춰"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덴마크에 구금되어있는 가운데, 정씨의 아들과 유모, 조력자 2명이 올보르시 외곽의 집에서 모습을 감췄다."(중앙일보)

"정유라 아들 유모 종적 감춰"
"덴마크 올보르시 외곽에서 모여 살던 정유라씨의 19개월 된 아들과 유모 말 관리인등 정씨의 일행들이 종적을 감췄다." (동아일보)

"'덴마크 은신' 정유라, 수천만 원 침대도 버리고 갔다 " (더팩트)

신문 보도라기보다 신간 탐정 소설의 광고 문안 같다. 혹은 경찰이 쫓고 있는 무슨 중대 범죄자의 행적 같다. 그러나 이들이 거주지를 옮긴 것은 덴마크 아동복지기관이 정유라의 어린 아들(19개월)과 유모를 취재진 등 외부의 접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장소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언론들은 이를 확인하고도 위와 같이 '사라져'라든가 '자취 감춰'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단어를 썼다. 사실을 알리고 싶다면 '덴마크 아동복지기관이 정유라의 아들과 유모 보호'라고 제목을 달았어야지. 그렇게 하면 독자들이 보지 않을 것 같은가? 아니면 언론의 극성이 부각되는 게 싫어서인가? 그렇다면 내보내지를 말든가.

장사꾼에게도 최소한의 인간미는 있다. 더군다나 글장사라면 나름대로 자존심들(판·검사보다 위에 서려는)이 있지 않은가? 위 글에서는 인간미고 자존심이고를 찾아볼 수가 없다. 원산지나 유통기한을 속이는 악덕 장사치보다 더한 아주 못된 인간 심리가 고스란히 배여 있다. 어떻게 '아동복지기관의 보호'를 '사라져'나 '자취 감춰'로 표현할 수가 있나? 악마가 있다면 바로 이런 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당신네 뉴스는 가짜야!"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맘에 들지 않는 매체 기자들을 향해 던졌다는 일갈이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그 말 한번 시원하다. 왜 우리 정치인 중에는 이런 솔직하고 대담한 말을 할 줄 아는 정치인을 찾기가 어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