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꽝응아이城에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행적을 기록한 '한국군 증오碑(또는 죄악비)'가 여럿 있다고 한다. 이 중 베트남에 다녀온 사람들이 소개하는 대표적인 한 비문을 보자.

 < 베트남 꽝응아이성 빈선현 빈호아의 '한국군 증오비'>(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하늘에 가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 한국군들은 이 작은 땅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참혹하고 고통스런 일들을 저질렀다. 수천 명의 양민을 학살하고, 가옥과 무덤과 마을들을 깨끗이 불태웠다. 1966년 12월 5일 정확히 새벽 5시, 출라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남조선 청룡여단 1개 대대가 이곳으로 행군을 해왔다. 그들은 36명을 쯩빈 폭탄구덩이에 넣고 쏘아 죽였다. 다음날인 12월 6일, 그들은 계속해서 꺼우안푹 마을로 밀고 들어가 273명의 양민을 모아놓고 각종 무기로 학살했다. 모두가 참혹한 모습으로 죽었고 겨우 14명만이 살아남았다. 미 제국주의와 남조선 군대가 저지른 죄악을 우리는 영원토록 뼛속 깊이 새기고 인민들의 마음을 진동토록 할 것이다. 그들은 비단 양민학살 뿐만 아니라 온갖 야만적인 수단들을 사용했다. 그들은 불도우저를 갖고 들어와 모든 생태계를 말살했고, 모든 집을 깨끗이 불태웠고, 우리 조상들의 묘지까지 갈아엎었다. 건강불굴의 이 땅을 그들은 폭탄과 고엽제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불모지로 만들었다.》

또다른 한 비문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1968년 2월 12일 사건/ 장소 : 꽝남 성(Quang Nam) 디엔반(Dien Ban)현 퐁니(Phong Nhi)·퐁넛(Phong Nut) 마을/ 작전부대 : 한국 해병 2여단 1대대 1중대(일명 괴룡1호 작전)/ 희생과 손실 : 69명의 베트남 여성과 어린이들이 칼에 찔리거나 총에 맞아 죽음. 한국 해병 1명 부상 》

베트남에는 최소 30개 이상의 이런 ‘한국군 증오비’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따이한 제사'라는 것이 있다고도 한다. 짐작하겠지만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죽은 민간인을 위한 제사로, 마을별, 지역별로 같은 날에 올린다고 한다. 죽은 날이 같으니 같은 날 올리게 된 것이다. 내가 태어나 자란 산골 동네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북한 인민군들이 어느 날 밤 동네에 들이닥쳐 많은 사람들을 잡아가 동네 어귀 고목 아래서 집단 학살극을 벌였다고 한다. 죽창(竹槍) 얘기도 있었다. 전쟁이란 이렇듯 참혹한 것이다.

 <차라리 총을 쏴서 깨끗하게 죽이지, 차라리 날 선 칼날로 심장을 찔러 한 방에 죽였으면 그래도 덜 고통스러웠을 텐데…. 한국군 총검은 날이 무뎠다오. 그러니 네 살 배기 나는 아홉 방을 찔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흘 밤낮을 피를 흘리면서도 물 한 방울 못 먹고, 고통으로 온몸을 뒹굴면서 그렇게 죽어갔다고요.>('구수정'의 페이스북, 베트남 푸옌성에서 만난 생존자 ‘크엉’의 구술기록)

 베트남 평화활동가로 알려진 구수정 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베트남으로 가서 석사과정 논문을 쓰면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지나간 행적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인용해보자. 

<1997년에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에 관한 논문을 쓰려고 백방으로 자료를 찾다가 하노이 외무부 국가문서보관센터에서 어렵사리 문건 하나를 입수했다. 제목이 '남베트남에서 남조선 군대의 죄악'인데…중략… 베트남 국가 차원에서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대한 최초의 조사였고 통계까지 나와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 자료를 읽으면서도 그 내용을 믿지 못했다.>

 내용이 너무나 끔찍하여 그는 문건의 진위를  의심하며 이 자료를 묵혀 두었다가 어느 계기가 있어 마음먹고 자료에 나오는 옛 지명을 찾아 탐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45일간 새벽 네 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혼자서 하루 세 마을 이상 도는 강행군이었다. 관광지도 아닌 곳에 외국인이 나타나 인터뷰를 하고 다니니 공안에 잡히기도 여러 차례,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나기도 수차례 거듭했다.>며 <학살 이후 30년 만에 한국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되니, 쫙 소문이 돌아 가지고 내가 가면 마을마다 100여 명이 달려 나왔다. 모든 사람이 일제히 손을 들고 ‘카이, 카이!’ 하면서… ‘카이’는 ‘진술한다’는 뜻인데 좀 공식적인 의미가 있다. 수십 년간 묻어두었던 피맺힌 사연들이 쏟아져 나왔다. 민간인 학살과 강간, 영아 살해와 방화, 암매장…. 카인호아성에서 시작해서 푸옌성을 거쳐 꽝남성까지 한국군 주둔지를 따라 올라가는 동안 수천 명의 끔찍한 학살담을 듣고 또 듣다 보니 “이제는 도저히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고 주저앉고 싶을 정도에 이르렀다.>

구수정 씨의 설명에 의하면 베트남에서는 전쟁범죄조사위원회를 꾸려 끊임없이 전쟁범죄를 발굴, 조사해왔다. 그 자료에 의하면 '한국군의 특징은 아무런 심의과정이나 설명 없이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한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이처럼 베트남 정부나 민간에서도 전쟁통의 비극을 잊지 않았다는 것과, 한국이 일본 공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듯 앞으로 그들도 한국 공관 앞에 '한국군 증오비'를 세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월남 파병 청룡부대의 철수가 끝나갈 무렵, 진해에서 훈련을 마친 나는 포항의 한 보병대대에 배치되었다. 몇 달간 대기 상태로 있었는데 어느 날 밤 월남에서 철수한 병력이라며 한 무리가 들어왔다. 그들과 합쳐 새로운 중대를 편성하게 되었다. 하사 몇 명과 대부분 병장들이었다. 그들에게서 베트남에서의 실전에 대한 많은 경험담을 들었다. 위에서 소개한 베트남인들이 기억하고 있는 내용과 이들이 한 얘기와 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입장이 달랐다. 한 쪽에서는 학살이고, 한 쪽에서는 죽이기 아니면 죽기의 전쟁이었다는 차이다. 우리 병사들의 증언에서도 과잉 공격(학살)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어디까지가 정당한 공격이고 어디서부터가 과잉(학살)인지는 선을 긋기가 어렵다. '이렇게까지 죽여도 되나?'하는 죄의식과 이렇게라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상반된 생각이 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죽느냐 사느냐의 급박한 상황에서 눈이 뒤집혀졌을 것이다. 실제 우리 파병 군인들 중에 5000여 명이나 죽었고, 그 중에는 베트콩에 의해 사지가 찢어진 채 나무에 걸렸던 병사도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덧붙임)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왜 남의 나라 전쟁에 끼어들었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전에 중국이 왜 끼어들었느냐는 물음과 같다. 베트남이 아직 우리에게 따지지 않는 것도, 우리가 중국에 따지지 못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가장 지혜롭고 확실한 복수는 상대보다 강해지는 것이다. 즉 부국강병(富國强兵)이다. 우리는 지금 위안부 소녀상이나 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언제까지 독립운동이나 하고 있을 것인가? 하루빨리 김정은 일가를 몰아내어 전쟁 불안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통일한국 이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