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상책이라지만, 우리에게는 이제 열전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피를 흘려서라도 패자로 하여금 무릎을 꿇도록 하여야 합니다. 인요한 씨의 할아버지인 윌리엄 린튼이 회고록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일제시대에 이 땅을 와보니 사람들이 싸움을 너무 하더랍니다. 미국에서 같으면 총을 뽑아서 결판을 낼 일도 옥신각신 싸움만 하고 끝내는데 한편으로는 어리석게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그냥 양순한 것으로 느꼈다고 합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예사롭게 흘리지를 못하였습니다. 아주 부끄러웠습니다. 사실 우리는 승부를 가릴 줄을 모릅니다. 승자가 주인이어야 하고 승자가 승자의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동서 냉전이 끝났을 때, 전 세계의 공산주의자나 그들을 비호하는 세력들이 굴복을 하였습니다. 정치지형에서 아주 사라졌고 적어도 민주주의의 대안으로는 입에 올리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사실 승부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끝났다고 믿고 있어서인지 공산주의나 좌익을 경계하자는 취지의 말만 해도 냉전이 끝난 지 언젠데 아직도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호통을 듣기 십상이고 오히려 사실상 승자인 세력이 맥을 못추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오히려 거꾸로 승자는 냉전 세력으로 몰리고 패자는 정의와 시대정신이란 명분을 꽤차고 승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정치 사회 전반에 퍼져 선거에 진 세력이 국회를 장악하고 정치를 좌지우지 합니다. 패자의 이런 행태는 고착화되어 승패가 무의미하고 승리해 봐야 부패니 친일이니 하는 낙인이 찍혀 이제 거의 재기불능의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하여 이번만큼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승부를 갈라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미 태극기 시위가 촛불 시위를 능가했음에도 불구 '박사모' 부류니 '맞불'이니 하는 낙인을 찍고 늙은이들의 반동쯤으로 깎아 내리고 있습니다.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상책이라지만, 우리에게는 이제 열전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피를 흘려야 한다면 피를 흘려서라도 패자로 하여금 무릎을 꿇도록 하여야 합니다. 싸움은 인정사정이 있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