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 마비되니 정치인들이나 국민들이나 하나같이 탐욕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盧(태우) 대통령 안 좋아했어요. 군사정권의 뿌리였으니까. 그러나 6.29선언 이후 합의 개헌 국민투표를 거쳐 국민이 선택한 정권이니 부정할 도리가 없습니다. 또 盧 대통령에겐 민주주의를 실천할 의지가 있고 언론 자유도 있으니 민주주의는 성공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1990년 9월 22일. 홍남순 변호사 경향신문 인터뷰 기사)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공존과 소통과 화합이 가능하다. '광주 인권운동의 대부'라는 홍남순 변호사는 5·18 당시 계엄군과 시민군 사이를 오가며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 쓴 사람이다. 상대를 부인하고 유언비어를 퍼트리며 사태를 키우려는 세력들과는 달랐다.

그는 계엄군에 연행되어 육군 고등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감형을 거쳐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났다. 그의 증언에 의하면 5·18사태가 발발하기 전에 주변에서 누가 피하라고 하여 서울로 갔다가 사태가 발생한 후 다시 광주로 내려갔다가 잡혔다고 한다. 이 증언에서 그를 광주에서 떠나게 한 사람의 의도는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그가 (5·18)擧事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 현장에서 배제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가 있고, 또 하나는 '그가 혹 다칠까봐 신상을 염려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어떤 쪽이든 누군가 5·18 사태가 발생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즉 누군가의 기획이 있었다는 증거다. 나는 이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라는 당초 검찰 기소와 대법원 판결이 옳다는 증거의 하나로 본다. 홍 변호사와는 상관없이 김대중이 자신의 집권을 위해 광주시민들을 이용, 희생시킨 사건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른 여러 증거들도 있지만 이 글의 주제가 아니라 생략한다.

1990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이 제정된 이후 2000년까지 4차례에 걸쳐 전국 각지 5·18 관련자 4300여 명에게 수천억 원의 보상금이 지급되었다. 그러나 군사법원에서 무기징역형까지 언도받은 홍 변호사는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 (2006년)사망할 때까지 주변의 권고에도 끝내 보상금 수령을 거부했다. 그가 죽은 후 가족들이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이유로 '죽은 사람들에게 부끄럽다'고 했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돈 받을 일을 한 게 없다'는 뜻이다. 또는 '죽은 사람들의 목숨 값을 내가 어떻게 받을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양심이다.

5·18 관련자들에 대한 보상이 실시되자 너도 나도 줄을 섰다. 나중에 드러났지만 별의별 부정 수급자가 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품앗이 형태로 거짓 증언을 하고 돈을 타 내거나, 심지어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이 보상금을 받아 챙긴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손가락 하나 부러졌으면 6000만 원'이란 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를 시발로 '재심'은 다른 시국 사건으로도 확대되었다. 5·18 이후는 물론 이전의 시국 사건과 관련한 사람들도 너도 나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전과자에서 민주화유공자로 변신을 했다. 검찰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니 대부분 청구하는 대로 판결이 나는 듯했다. 물론 두둑한 보(배)상금도 챙겼다. 이렇게 하여 지금까지 시국사건 전과자들을 민주화운동가로 명예화 하고 지급된 보(배)상금의 총액은 얼마나 되는지 집계도 없다. 아마 수 조원이 될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양심을 운운하기에는 너무 먼 얘기다.

복지타령도 알고 보면 여기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공짜 심리가 만연하게 된 탓이다. 여기에 영합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나고 결국 복지라는 이름의 세금분탕질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양심이 마비되니 정치인들이나 국민들이나 하나같이 탐욕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재벌 해체를 주장하면서 돈은 누가 낼 것인가? 헤어나지 못하면 진짜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