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독재자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됐다.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은 인도네시아 국적과 베트남 국적의 두 여성, 그리고 리정철이라는 북한 국적의 남성을 용의자로 체포하고, 사건 직후 출국한 북한 국적의 4명의 남자를 지명 수배했다.

니시오카 츠토무 교수

그동안 북한은 수많은 테러를 자행해했다. 이번 테러와 비교하면 공통점은 국가테러를 하면서 이를 감추기 위해 외국인이 저지른 것으로 위장했다는 점이다. 특이한 점은 너무 졸속으로 실행에 옮기기 때문에 실수가 많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논하고,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의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

김정일의 공작방침

김정일은 1974년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은 직후 당조직지도부에 검열부문을 출범시켰다. 당-정-군 간부들을 규탄하고 충성을 맹세토록 했다. 마지막으로 예산과 인력이 최우순 순위로 밀렸던 당공작 기관의 검열을 벌였다.

공작기관의 선임간부들을 가차 없이 비판하면서 그동안의 공작성과는 제로였다고 결론 내린 뒤 1976년 새로운 공작 방침을 하달했다. 이 가운데 공작원의 현지화를 철저히 한다. 이를 위해 현지인 교관을 납치한다'라는 명령을 포함시켰다. 이 명령 직후 1977년, 1978년 전 세계에서 납치가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일본(정부 인정)에서도 17명의 납치피해자 가운데 13명이 이 시기에 납치됐다. '공작원 현지화'는 공작원을 외국인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제1이 북한 공작원에게 현지화 교육을 하는 것이다. 대한항공기 폭파 테러범인 김현희는 야에코로부터 일본인화 교육을 받고, 마카오에서 납치된 중국인 여성에게서 중국인화 교육을 받았다. 

제2는 외국인을 세뇌하여 공작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요코다 메구미 등은 당초 공작원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같은 교육을 받았던 레바논의 납치 피해자가 해외에서 활동 중 달아났기 때문에 계획이 좌절됐다. 이후 이들은 북한 공작원의 현지화를 위한 교관이 됐다. 한편, 요도호 납치범과 그 아내들은 완전히 세뇌되어 조선노동당의 하부기관인 ‘자주혁명당’을 결성하고 일본인 납치와 자위대 공작을 벌였다.

기존의 세뇌교육과는 다른 수법

현지화에는 테러 등 국가범죄를 저지를 때 북한 소행임을 감추려는 목적이 있다. 이번 암살테러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이 테러범으로 활동했다. 이것도 외국인이 범인인 것처럼 위장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테러와 공통점이 있다.

외국인을 공작원으로 사용할 경우 지금까지는 철저한 세뇌교육을 실시했지만 이번에는 TV의 몰래카메라 등으로 속이는 식으로 테러범을 설정했다. 이것이 큰 차이라 하겠다.

감시카메라가 다수 설치된 공항에서 김정남 씨가 경계를 늦춰, 외국인기자들을 바로
가까이까지 접근시켰다는 사실에 주목해 볼 때, 외국인을 속여 테러를 한다는 새로운 수법을 생각해 낸 것이 아닐까?

아마추어 여성을 며칠 동안 훈련시켜 살인에 성공시킨 착안은 성공적이었다. 체포된 것이 여성 두 사람뿐이라면 북한과의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는데, 이러한 발상은 위험한 것이다.

독재자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나 이번 테러의 특징은 그동안의 테러와 다르게 너무나 졸속하게 이루어져 실수가 많았다. 4명의 범인은 범행직후 출국했다. 이는 계획대로였다. 그러나 테러범을 리쿠르트 했던 리정철은 말레이시아 경찰에게 체포됐다. 이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왜 범행직후 4명과 함께 출국하지 않았을까? 왜 경찰이 왔을 때 자살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또 4명의 범인도 테러범 여자와 함께 공항에서 예행연습을 하다가 감시 카메라에 잡혔다. 그래서 바로 이름 등이 특정되고 얼굴 사진이 지명수배 됐다. 왜 이런 증거를 남겼는가?

이러한 배경에 대해 논한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자 그 장례식 날에 맞추어 우리는 동경에서 '김정일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정일에게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애도하자는 취지였다. 이 자리에서 북한 군인 출신의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김정일이 일구었던 독재 시스템은 단단해서 김정은 정권이 바로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20대 풋내기가 모든 것을 결재하는 독재자의 지위에 앉았으니 반드시 실수한다. 그 실수를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가 납치 피해자 구출 운동의 열쇠가 될 것이다.”

김 대표가 말했던 사건이 이번에 발생했다. 이번 테러의 결과 중국과의 관계악화,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김정은 정권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를 슬기롭게 이용하고 납치문제 해결에 연결시키기 위해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원제] 自ら首絞めた北の正男氏暗殺　
[필자] 니시오카 츠토무, 동경 기독대 교수
[출처] 산케이신문 정론 2017년 2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