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헌법재판관들은 '탄핵심판은 일반 형사소송과는 다르기 때문에 엄격한 증거조사 및 입증을 요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피청구인(대통령)측 변호인들의 증거신청과 증인신문을 제지한다. 헌법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이러한 주장은 타당한가?
며칠 동안 언론보도에 수시로 등장하는 ‘피청구인(대통령)측 변호인의 막말 변론’이라는 기사를 보고, 법학 전공자의 한 사람으로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변론 동영상을 찾아보았더니 결론은 ‘역시나’였다. 한 마디로 말해 자질이 많이 부족한 헌법재판관의 재판진행에 대해 변호인이 계속 이의를 제기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지막에 다소 흥분된 발언을 한 정도에 불과했다.

얼마 전에 올린 글에서도 지적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 헌법재판관의 자질 문제는 너무나 심각하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변호사의 자격을 갖고서 15년 이상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률실무에 종사하기만 하면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사법시험에 응시할 당시(이른바 유신헌법 시대)의 헌법지식 이외에는 더 이상의 헌법소양을 갖추지 못한 채 일반 민형사 사건만을 다루던 직업 법관과 검사 출신들이 지금까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어 왔다.

그리고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대법관이나 검찰총장으로 진출할 수 없게 된 고위직 판검사들이 대부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었다. 심하게 말하면 헌법재판소는 그 동안 법원과 검찰의 ‘아울렛’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할 수 있다(초창기에는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전직 국회의원을 예우 차원에서 임명하기도 했으니, 그보다는 조금은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헌법재판관들의 헌법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이번 탄핵심판에서 그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탄핵심판 과정에서 일부 헌법재판관들은 '탄핵심판은 일반 형사소송과는 다르기 때문에 엄격한 증거조사 및 입증을 요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피청구인(대통령)측 변호인들의 증거신청과 증인신문을 제지한다. 헌법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이러한 주장은 타당한가?

헌법 제84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내란죄와 외환죄를 범한 경우을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 이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임기보장을 위한 제도임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탄핵인용(파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 사유가 중대해야 할 뿐 아니라 그러한 사유를 뒷받침하는 사실 역시 최소한 형사소송 절차에서의 이른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입증을 요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탄핵심판은 더 이상 상소가 불가능한 단심제임을 고려하면 더욱 더 사실관계의 엄격한 입증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일부 헌법재판관들의 터무니 없는 주장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항이 ‘재판진행은 재판장이 한다’는 형식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고지한 일정에 따르면 2월 27일에 변론이 종결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월 초에는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최종결정이 선고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운을 결정할 수도 있는 이번 탄핵심판 사건이 자신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는 사실을 이러한 함량 미달의 헌법재판관들이 알고나 있는지 더욱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