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하나로 쥐어 짜서 이런 사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코미디언의 자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전에 내가 중앙일보의 세 사람 논설위원을 Three Stooges(세 얼간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김영희, 배명복, 이훈범 세 사람입니다. Three Stooges는 미국에서 1950년대 60년대에 아주 유명했던 Slap Stick Comedy의 결정판인데 세 명의 각기 독특한 얼간이가 기상천외하게 벌이는 소극입니다. 나는 항상 중앙일보 논설위원들 중 이 세사람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 Three Stooges를 연상하는 까닭은 이들은 햇볕정책에 꽂혀 있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 햇볕정책 같은 빗자루를 들고 엄벙덤벙 글을 쓰는 폼이 딱 그 세 명의 코미디언이 벌이는 소극과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세 명중 막내 이훈범이 '대통령의 가장 큰 죄'란 칼럼을 썼습니다. 뭐 볼 필요도 없이 대통령을 욕보이는 글입니다만, 이번에는 comedy에 더해 정신병적 경향이 있어 한번 언급하고자 합니다. 이 친구는 늘 중국 고전을 즐겨 인용하는데 미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글의 첫머리를 2016년 미국 인권 보고서의 찬사로 시작합니다.

그 인권 보고서 중 '부패와 정부 투명성 부족' 항목에서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자세히 언급되어 있고 대규모 시위도 자세히 기술되었다고 주장하며 미국이 부패와 정부 투명성을 인권 문제와 연결하는 것은 참으로 옳다고 찬양합니다. 먼저 미국의 인권 보고서를 가장 신주단지처럼 여기는 자들이 대한민국의 좌파들인데, 이 보고서가 국제적으로 아주 광범위하게 비판을 받는다는 사실과(왜냐하면 미국의 인권 침해 수준도 심각하기 때문) 이 보고서는 일종의 현상을 기술하는 것으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두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 여길 아무 근거가 없는 것인데 오로지 이훈범만 그렇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빨간 렌즈를 끼면 빨갛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저는 이것을 일종의 편집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대통령의 오랜 친구’의 딸에게 특혜를 베풀어 다른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다.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원받지 못하는 것 역시 명백한 인권 침해다.>

자, 이 정도면 이 친구의 정신상태가 어떤 수준에 있는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정유라에게 대통령이 특혜를 주라고 지시한 것처럼 '대통령의 오랜 친구 딸'이라 굳이 명명하고, 특혜는 체육 특기자들에 주는 오랜 관행이란 사실은 쏙 빼먹고는 이것을 인권에 결부시키면 사람들이 오! 그렇군 할 줄 아는가 본데 이훈범이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한 줄 모르는 Stooge(얼간이)란 반증 아니겠습니까?

이 친구는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은 부패 대 반부패의 문제로 척결만 하면 끝인데, 농단의 부역 세력들이 문제의 프레임을 보수 대 진보의 싸움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고, 자신들이 싸질러놓은 똥 무더기를 보수정권을 해코지하려는 진보의 음모로 몰아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또 이런 식으로 조롱합니다.

<역대로 주변 비리가 없었던 정권이 없었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거였다. 과거의 최하위 수준이 비교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반론에 막히자 “여성 대통령에 대한 성차별이냐”며 여성 혐오로 몰았다. 다음엔 꼬리 자르기였다. 대통령은 한 푼도 받은 게 없고, 최순실이 다 해먹었다는 거였다. 최순실을 챙겼던 장·차관, 비서, 재벌들만 대통령 속뜻을 모른 바보가 됐다>

이런 상황 인식은 신문사 논설위원이 아니라 머리가 설익고 세뇌받은 고등학생 수준 아닙니까? 이런 수준이니 태극기 시위도 차마 동원됐다고 주장은 못하겠고 '동원이든 어쨌든 간에'라며 슬며시 동원됐을 수도 있다는 식입니다.

<부역 세력의 오리발 작전은 산업화 세대의 ‘박정희 향수’를 자극했다. 우리 영애의 인권을 지켜야 했다. 무능한 게 죄는 아니지 않은가. 동원이든 어쨌든 촛불에 맞서 태극기를 들었다. 대한민국은 세대 갈등의 깊은 골로 빠져들었다. 한 나라에서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가 서로를 부정하는 지경이 됐다. 한 가정 안에서도 세대 간 대화가 사라졌다. 이것을 우리는 국정 농단이라 읽고, 미국은 인권 침해로 읽는 사태가 만든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아주 질이 나쁜 것이 글자 한 자 한 자 모욕을 주고자 하는 모진 심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가운데 이것을 미국은 인권 침해로 본다는 주장입니다. 완전히 Slap Stick Comedy로 반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권 침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훈범이가 정신이 이상해서 이것을 인권침해로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이 정답이겠지요. 이 친구는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합니다.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이 사회를 이렇게 두 동강 낸 것이다. 설령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용서받지 못할 죄다. 이 땅에 화합을 말할 수 없는 분위기로 만든 인권침해죄다.>

인권 하나로 쥐어 짜서 이런 사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코미디언의 자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훈범은 당장 코미디 연예계로 나가는 것이 어떨지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