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태의 주범인 對 언론 투쟁을 지속하자는 쪽입니다만 그러기에는 나라의 사정이 너무 위급하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탄핵소추가 되었을 때 김무성 유승민 일당이 한 일은 역천(逆天)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이 인명진을 비상대책 위원장으로 추대한 것도 일종의 역천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만(滿) 구성원이 안되는 상태에서 만장일치로 탄핵 인용을 한 것도 역천입니다. 수백만 애국 시민들이 궐기를 하고 온갖 영웅적 인물들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 역천의 흐름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애초에 정당이 없으면 이길 수 없다고 한 바 있는데, 지금은 집도 절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더 나아가 반(反) 문재인 세력을 끌어 모아 재집권을 시도하겠다는 것은 역사의 동일 반복(Running the same wheel)입니다. 나는 이런 시도 자체도 역천이라 봅니다만, 승산도 없습니다. 자칫 헌재의 인용 판결도 인정하고 대선도 패배하고 게도 구럭도 다 잃고 재기불능의 궤멸 상태에 빠질 위험도 있습니다.

우선 우리가 헌법 재핀소처럼 졸속의 우를 범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성원을 채우고 충분한 심리를 한다 한들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데, 오히려 헌법 수호의 권위를 더욱 높여 나라를 반석에 올리는 길인데 그들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웠습니다. 8인의 재판관이 대통령의 살을 저미고 뼈를 추린 후 손에 피 칠갑을 한 모습이었습니다.

글쎄 이동복 선생께서 제안하신 황교안 추대론은 아마 보수가 주어진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당도 없고 언론이란 나팔수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승산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서둘러 만든 당이 설사 이긴다 한들 거센 좌파의 역풍, 언론의 광풍을 거슬러 순항할지도 의문입니다.

나는 역천의 시대에는 더욱 순천(順天)의 길을 걷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엇이 순천인지는 각자의 기준이 다를 것입니다. 나는 불복하고 이 사태의 주범인 대 언론 투쟁을 지속하자는 쪽입니다만 그러기에는 나라의 사정이 너무 위급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의 논의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