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헌법 재판소가 8:0 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였습니다. 한국 사회의 커다란 이슈에 대해 언제 법원이 이렇게 같은 의견을 가지고 판결을 내린 적이 있었나 하는 의심이 들 만큼 수상한 의견일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대통령 파면이 향후 한국 사회의 모습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은 확실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세력이 기적같이 부활하든, 한국 사회의 뿌리와 힘을 부정하는 한국 부정 세력이 주도권을 쥐든, 이번 헌법 재판소의 판결문은 양쪽으로부터 조롱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주의 세력이 그 힘을 획득하게 되면, 헌재의 판결문은 반역을 정당화한 문서로서 역사의 엄중한 평가를 받을 것이고, 한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이 한국을 장악하게 되면, 그들은 이 판결문을 보며 그들의 혁명과정에서, 헌법 재판소가 자진해서 준, '쓸모 있는 바보들'의 도움을 비웃으며, 그들의 멍청함을 조롱하게 될 것 입니다.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는 단어는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을 이끈, 레닌이 사용한 말인데, 그는 공산혁명 과정에서 써먹을 수 있는 서방세계의 좌파 지식인들을 가리켜 “소련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은 ‘쓸모 있는 바보들’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조롱하였습니다. 레닌의 ’쓸모 있는 바보들‘이란 공산주의의 비민주성을 알면서도 사회주의에 동조하는 서방 좌파 지식인들에 대한 비웃음이었던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부를 했다는 지식인이 쉽게 빠지게 되는 쓸모있는 바보라는 함정은 바로 자유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에 있습니다.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는, 소위 프로레타리아 독재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독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른 사상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상의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소위 지식인들이 체제 반대의 입장에 빠지게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사외의 소위 강남좌파로 불리우는 그룹이 바로 그러한 쓸모있는 바보의 전형일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자유민주주의가 사회주의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그 체제가 개인의 자유라는 인류의 보편적 인성에 가장 잘 맞는 제도이고, 둘째는, 이러한 쓸모있는 바보들을 압도하는, 자유민주주의를 믿는 주류 지식인과 법치가 존재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 파면 사태가 한국 사회에 커다란 어둠을 비추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쓸모있는 바보들에 의해 주류지식인과 법치가 전복당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쓸모 있는 바보의 역할을 한 이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탄핵선고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써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즉, 헌법 재판소는 탄핵 의사 결정이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논의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헌법과 체제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이념 전쟁을 헌법 재판소는 정면 돌파할 의지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만일 헌법 재판소가 탄핵 사태의 배경과 그것이 어떻게 악의적으로 기획되고 조작되었는가를 생각했다면, 이 탄핵의 핵심이 실은 이념에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념의 문제를 피하려 했던 헌법 재판소는 과정으로서의 민주적 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법적 판단을 철저하게 하려고 했는가 하는 질문이 생기는데, 그 역시 게으른 바보 정도만의 일을 한 듯합니다.

판결문 여러 군데서 바보들의 게으름이 보여지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으로서, 탄핵소추로 인한 대통령의 권한정지상태라는 헌정위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가 됩니다….”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국민, 언론, 국회 등이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헌법 재판소가 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면, 헌법 재판소가 스스로 엄중한 법적 해석을 통해 그 논란에 대한 결정을 내린 후 심리를 진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논란을 제기한 사람들이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을 한 적이 없습니다. 논란이 될 사항이니 이에 대한 헌법 재판소의 의견을 구한 것입니다.

더욱 바보같은 논리상의 모순과 지적 게으름은 다음에 있습니다.

“…8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앞에 문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한 후 갑자기 8명의 재판과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헌법과 법률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헌법 재판소는 헌법의 어떤 조항에 근거하여 어째서 헌법과 법률상 문제가 없는지를 밝혀야 함에도 불구하고, 헌법 재판소는 선언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을 제기해 온 사람 중 과연 누가 헌법 재판소의 이러한 결론에 그렇다고 인정할지 의문입니다.

가관인 것은 헌법 재판소가 탄핵 소추 가결 절차에 대한 어떠한 흠결도 없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다면 국회의 탄핵소추가결 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위법이 없으며, 다른 적법요건에 어떠한 흠결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라는 문장은 보통 그것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법적 근거 없이 모두 선언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흠결이 없었다면, 헌법 재판소가 국회 소추위에 소추 내용을 다섯 가지로 다시 정리하라고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혹시 헌법 재판소가 국회 소추 내용의 흠결을 지워준 것은 아닌지요. 그렇다면, 국회 소추 내용을 헌법 재판소가 지우는 순간 헌법 재판 자체에 흠결이 생겼다는 것을 헌법 재판관들은 인지하지 못 하는 바보들이 아닌가요?

헌법 재판소가 자유주의 이념 수호를 뒤로 한 채 법적 판결로 탄핵 여부를 정하려 했다면, 이번 판결은 형사 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에 기반한 유죄여부를 판단하고, 그 유죄가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통해 면책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합니다. 헌재가 대통령이 유죄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구체적 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케이디 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

      2)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 288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를 설립

     3) 최서원의 불법 이득 취득: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 그리고 더블루케이를 통한 불법 이득 취득

케이디 코페레이션의 경우는 이미 기아 자동차가 2010년부터 원동기에 KD코퍼레이션 제품을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불법적인 청탁이 있었다는 점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미르/케이 스포츠 재단의 경우 역시 대통령으로서 재단 설립을 하는 것이 불법이 될 수 없을 뿐더러, 모든 재단 출연금과 자본금이 재단에 현재까지도 그래도 있고, 재단의 운영이 아직 자리잡지 못 한 것 역시 대통령의 죄가 될리는 없습니다. 최서원의 불법 이득 취득 역시, 헌법 재판소의 판결문에 따르더라도, 최서원이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보이지, 그러한 각종 이권 행위에 대통령이 관여되었다는 증거가 지금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현재도 최서원씨에 대한 재판 역시 현재 진행형이고, 그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지금으로서도 확실치 않습니다. 최소한 한두 달은 재판이 더 걸릴 것이고, 양측의 항소 여부에 따라 연말이나 되야 최종 결론이 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홍준표 도지사의 뇌물죄 여부를 판단하는 2심 재판만 근 5개월이 걸렸고, 상황에 따라 대법원까지 갈 수 도 있습니다.

  참고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판결문의 경우 최도술과 안희정의 불법 자금 수수가 확정된 상태에서도 대통령의 직접적 지시나 방조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탄핵 소추의 이유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을 정도입니다.

“…이 부분 소추사유 중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최도술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삼성 등으로부터 4억7백만원을 수수하였다는 부분, 안희정이 2003. 3.부터 같은 해 8.까지 10억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하였다는 부분, 여택수 및 양길승에 관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사건 변론절차에서 현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청구인이 위 최도술 등의 불법자금 수수 등의 행위를 지시, 방조하였다거나 기타 불법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부분 소추사유는 이유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판결문 中>

그러나, 오늘의 헌법 재판소는 단심에 따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여, 다음과 같이 유죄를 판결합니다.

“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입니다. 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그리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선언문은 계속됩니다.

“ …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 수색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헌법 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잘 알려진 것 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특검 수사가 무산된 이유는 특검의 언론플레이와 조사과정 녹음 등의 말도 안되는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한 행정 소송에서 법원이 말도 안되는 소송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사실과 법적 판단은 모두 무시하고 헌법 재판소는 언론사의 칼럼정도에서 볼 수 있는 비난 수준의 내용을 근거로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점은 굉장히 중요한데,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했다면, 탄핵을 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가요? 더구나 문제가 되는 것은, 특검 조사는 탄핵 소추 이후에 일어난 법적 다툼으로서 법적 다툼에 임하는 피고인의 자세를 문제 삼아 헌법의지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대한민국의 어떤 법에 기반한 결론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는 결론을 내립니다.

“…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 재판소의 탄핵 선고문은 자유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을 포기했을 뿐 더러, 민주적 절차와 법치를 철저히 따르려는 의지가 완전히 결여된, 게으르고, 쓸모있는 바보들의 자기 모순적 선언문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결론과 비교하면, 저질적 선언과 엄격함이 결여된 문약입니다. 헌법 재판관들은 본인들이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로서 판결을 한다고 밝혔듯이, 그들의 글은 선고문 그대로 남을 것이고, 역사적인 조롱의 대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커다란 바람이 있다면, 자유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세력이 한국 사회를 지키며 그들을 조롱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그나마 헌법 재판관들의 자기 반성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일 것입니다. 자유주의를 부정하는 자들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게 되는 순간, 그 재판관들의 후회는 이미 너무 늦은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