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11: 3 “정직한 자의 성실은 자기를 인도한다.”

인터넷 한 모퉁이에서 헌법재판관들이 ‘국민’이라고 적극 인정해준 촛불 세력의 일부는 ‘이번 판결문이 명문장이다. 논술의 매뉴얼로 알고 읽고 또 읽어라’는 식으로 극찬을 바치기도 한다. 과연 그래도 되는지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판결문을 읽어보았다.

서두 부분은 이렇다.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의 진행경과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지난 90여 일 동안 이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여 왔습니다.”

1. ‘공정하고’는 정직하지 않다. 거짓말이다.
사건에 직접적으로 얽힌 고영태를 증인으로 불러야 하며, 사건의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는 녹취록도 들어봐야 한다는 대통령 변호인 측의 의견을 재판관들은 묵살했다. 게다가 탄핵소추안을 제출한 청구인들에게 ‘이러이러하게 소추안을 고쳐와라’라고 조언까지 했다. 이것은 절대로 ‘공정’에 해당할 수 없다. 변호인 측은 불리하게, 청구인측은 유리하게 해주겠다고 작정한 태도에 해당한다. 그런데 헌재 재판관들은 ‘공정’이라고 우겼다.
 
이것은 중대한 흠결이다. 이 문장에 흠결이 없으려면 ‘공정하고’는 삭제해야 한다.

2.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는 정직한 고백이 맞다고 본다.

3. 가장 중요한 ‘정확하게’가 빠졌다.

김평우 변호사, 조갑제 대표, 정규재 주필, 우종창 기자, 김진태 의원 등에 의해 헌재 판결에 법률적 하자, 논리적 모순, 사실관계의 오류, 부정확성이 여러 차례 지적되었다. 1회만으로도 심각한 흠결인데, 도대체 반박이 어려운 문제 제기가 몇 가지였나?

전 세계 모든 재판정에서 ‘정확하게’ 판결하지 않았기에 불성실한 판결을 과연 누가 인정할 수 있을까? 정확성이 떨어질수록 그 판결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쓰레기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교범으로 삼아야 할 명문장이라고?

판결문은 “재판과정 중 이루어진 모든 진행 및 결정에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은 없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논의를 거쳤는데 “공정하고 신속하게”에서 8명 전원이 만족했다는 말인가?

재판에서 ‘신속하게’와 ‘정확하게’ 둘 중에서 어느 게 더 중요한가? 신속한 일처리를 하면서 정확성을 내팽개친 재판이 성실한 재판일 수 있는가? 불성실한 재판도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는가, 개판에 해당하지 않는가? ‘성실’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지성이 있다면 결코 ‘정확하게’를 소홀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정확하게’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판결을 시도해야 ‘성실’하다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신속하게’ 일처리를 하기 위해 ‘정확하게’를 엄청나게 희생시키는 직무유기를 하였다. 8명 모두가 매우 불성실했다.

결론
‘정직과 성실’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탄핵판결문은 완전 낙제감이다. 정직지수와 성실지수가 매우 낮다. 읽고 또 읽고도 걸레의 악취를 맡지 못했고, 명문장이라고 믿는다면 참과 거짓, 성실과 불성실을 분별하는 감각에 심각한 마비가 온 게 분명하다.

나는 정직지수와 성실지수가 낮으면, 헌재에서 신주단지 모시듯 받드는 언론매체 모두가 옳다고 할지라도, 촛불 100만 개가 아니라 4000만 개가 옳다고 우길지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P.S.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에서 부패한 사익을 10원도 챙기지 않았다. 정직지수, 성실지수가 고도로 높을 때에만 그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