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포섭대상에 대해 인간적으로 친해 신뢰감을 얻어야 한다.…그 사람의 가치관을 바꾸고 인식을 바꾸라’

변호사를 하면서 종교단체의 교주라는 사람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단의 교주라는 사람들을 보면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나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한 교주의 삶을 관찰했다. 그는 극도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돈이 없어 학교도 가지 못하고 열두 살 때부터 산에 나무를 하러 가면서 성경만 읽었다. 잠시 쉴 때도 성경을 읽고 집안의 툇마루에 비치는 달빛 아래서도 성경을 읽었다. 지게 뒤에는 항상 성경을 매달고 다녔다. 그는 겨울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기도하면서 성경을 읽었다. 어느 날 바위 밑에 있던 그에게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있는 산 밑으로 전 세계에서 수십만의 사람들이 너에게 경배하러 오리라. 그곳이 궁전이 되며 내가 세상에 있는 여인들을 너에게 붙이리라.’

그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음날부터 엘리트들이 다니는 명문 대학가 앞에서 사도 바울처럼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자기의 깨달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노숙자 같은 초라한 차림의 그를 모두 지나쳤다. 그러다 관심을 가진 서너 명의 학생이 길거리에서 그의 말을 들어보았다. 그는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눈에서 광채를 뿜으면서 다섯 시간 여섯 시간 끝없이 성경을 해석하는 그의 열정에 학생들은 끌려들었다.

얘기가 끝난 그의 모습을 보면 밥을 먹을 곳도 잠을 잘 자리도 없는 것 같았다. 대학생 몇 명이 그에게 잠잘 쪽방을 얻어주고 각자 집에서 쌀과 취사도구를 가지고 왔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그의 새로운 이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기존 교회에서 실망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얘기를 듣기 위해 몰려들었다. 마침내 그가 기도를 했던 산 밑에 거대한 전각건물들이 들어서고 연못과 나무가 심어져 궁전 같은 곳으로 변했다.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 그의 신비한 가르침을 듣기 위해 신도들이 몰려들었다. 그가 입김한 번 분 물은 동양적인 신비한 기(氣)가 들어있다며 비싼 값에 팔려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친 붓의 한 획도 영험한 작품으로 팔려나갔다. 사람들은 점점 더 몰려들고 교단이 형성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어느새 그를 이 땅에 온 메시아로 숭배하고 있었다.

그를 처음에 만났던 대학생들은 그의 사도가 되어 그를 떠받치고 있었다. 나는 교주의 궁전에 몰래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산자락 수십만 평이 왕궁 같았다. 비단잉어가 노니는 연못 가운데에는 육중한 육각 돌기둥이 받친 정자가 있었다. 돌기둥마다 각종 동물 모양의 부조가 설치되었다. 파란 기와를 얹은 전각들이 웅장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 궁전 가운데는 파란 초장 같은 언덕이 있었다. 의식을 행하는 날이면 그 언덕에 조명이 비쳐지고 하얀 옷을 입은 교주가 오픈카를 타고 수만 명의 신도가 환호하는 가운데 내려왔다. 넓은 광장 같은 무대에서 그들은 밤새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현란한 조명이 그들을 도취상태로 빠지게 하는 것 같았다. 그 교단에 들어가 교주의 영매 겸 처 노릇을 했던 여성과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그곳에 빠져 들어가 마흔 살까지 그곳에서 함께 살며 생활을 했다.

“교주는 정말 자기를 메시아로 생각합니까?”

“그 사람은 자기를 메시아라고 확신하는 것 같아요. 자기가 메시아인데 자기를 모시면 되지 십자가는 필요 없다고 그랬어요. 십자가라는 게 사형집행틀인데 그런 끔찍한 건 없애버려야 한다고 그랬어요.”

나는 그들 내부에서 은밀히 가지고 있는 자료를 보았다. 교주가 전하는 이념과 신자들을 포섭하는 요령이 담긴 빨간 표지의 소책자였다. 첫 장에는 이렇게 목적이 기재되어 있었다.

‘새 섭리의 제3의 아담을 창출하는 데 있다.’

제3의 아담이란 이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메시아를 의미했다. 교주의 이념을 전파하는 검은 사도들의 행동방침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었다.

‘먼저 포섭대상에 대해 인간적으로 친해 신뢰감을 얻어야 한다. 상대 파악을 빨리하고 그의 인간적인 문제를 풀어주면서 강의한다. 상대의 시간을 최대한 빼앗아라. 강의 후 꼭 중심에 보고하라. 그 사람의 가치관을 바꾸고 인식을 바꾸라’

그 교단은 점점 더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그만큼 돈도 쌓이는 걸 의미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자 교수, 검사, 변호사 등 엘리트층이 교주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 부자들이 헌금을 하고 가난한 신도들은 길거리에 나가 꽃과 초를 팔아 교주에게 헌납했다. 신이 된 교주 앞에 그 누구도 거역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 교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여성신도를 성폭행한 불법행위를 근거로 배상청구를 한 것이다. 교주 측 변호사는 강간죄가 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교주에게 자진해서 몸을 바쳤는데 무슨 강간이냐고 법정에서 항변했다. 나는 종교적 최면에 의한 강간이라고 나름대로의 논리를 전개했다. 교주의 앞에 서는 사람들은 이미 영혼이 빠져버리고 좀비 같은 새로운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까지 나의 이론이 받아들여졌다. 세상에는 이상한 메시아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독버섯 같이 번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