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미국 영어를 구사하는 미국 시민도 이렇게 다뤄지는데 우리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최상인지 평소에 생각해둬야 할 것 같다. 전 세계인들은, 며칠 전 美 유나이티드 항공사 승객 중 한 명이 보안 요원들에게 바지 가랑이를 붙잡힌 상태로 항공기 내 통로에 상반신을 질질 끌리며 항공기에서 끌려 나가는 모습을 뉴스 영상을 통하여 생생히 보았다.

개처럼 강제로 끌려나가는 승객을 보는 순간,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중범죄를 저지른 범인일 것이라는 오해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흉악한 범죄자가 구인을 피하기 위하여 발악하는 것쯤으로 말이다.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범죄자이기에 인권 같은 것은 무시하고 거칠게 다루는 것이려니 생각할 수도 있다.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보호해야 할 최소한의 인권은 있는 법이다. 그런데 그가 아무 죄도 없는 선량한 미국 시민으로 정당하게 항공료를 지불하고 탑승한 승객으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승객임을 알고 나면 그 분노는 극에 달한다. 더욱이 그는 미국 사회에서도 고소득 직종에 속하여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의사라면 항공사 측의 그러한 취급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개처럼 질질 끌려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비행기에서 끌려 내려진 이유가, 항공사가 특정 항공기에 탑승시킬 수 있는 좌석 (승객+승무원) 숫자보다 더 많은 숫자의 승객들로부터 초과 예약을 받은 결과, 탑승시켜야 할 승객 숫자보다 좌석 숫자가 부족하게 됨에 따라 누군가 승객 중에서 하기(下機)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피해 승객을 하기 대상 승객으로 지명한 데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항공 전문 용어로는 ‘초과 예약(Over-booking)‘이라고 하는데 항공사가 초과 예약을 받는 이유는 독자들도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라도 예약 승객 중에서 사정이 있어서 당일 예약한 항공편에 탑승하지 않아서 빈 좌석 상태로 출항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관행인 것이다. 항공사에서는 어차피 이륙하는 비행기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울수록 수입을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초과 예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21세기 이전에는 대부분 항공사들이 예약 승객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항공사가 입는 손해에 대하여 과징금을 물리지 않거나 부과하는 경우에도 항공권 가격의 5% 이내의 미미한 금액만 부과했으나 오늘날에는 충분한 시간 전에 항공사에 통보 없이 미탑승하는 경우 적게는 50%, 할인 항공권의 경우는 전액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출발 24시간 전에 통보할 경우는 항공사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지만 25~30% 정도의 위약금을 징수하는 실정이다.

고액의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던 20 세기까지는 한국의 경우 예약 부도율이 50%가 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가혹한 과징금이 부과되는 오늘날에는 탑승을 취소하는 승객들이 5~6% 이하로 급격하게 줄었고 그나마 항공기 출항 전에 사전 연락도 없이 공항에 나타나지 않는 승객은 2% 이내이며 미국의 항공사들의 경우도 우리 국적선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본다.

공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하여 항공사들은 과거 한때는 150%까지 초과 예약을 접수하던 시절도 없지 않았으니 오늘날에는 120% 선에서 초과 예약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약 승객이 탑승하지 않아서 공석으로 출항하더라도 과징금을 징수하기 때문에 항공사가 입는 손해는 실질적으로 벌충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항공사들이 가급적 단 한 석이나마 공석을 남기지 않으려고 집요하게 추구하는 이유는, 치열한 경쟁구조 하에서 가능하면 한 좌석을 갖고도 과징금 수익에 추가하여 다시 그 좌석을 판매함으로써 이중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문제가 된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오버 부킹 사례 같은 것은 모든 항공사들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자주 발생하는 사례이기 때문에 초과 예약자들이 탑승 가능 좌석 숫자보다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모든 항공사들은 하기 승객을 선정하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대부분 항공사들의 하기 승객 선정 우선 순위 기준은 대동소이하며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1~2등석 승객은 제외하고 3등석 승객 중에서 선정한다.
2. 자발적으로 아무 조건 없이 하기 희망 승객이 있는지를 기내에서 조사한다.
3. 2항에 해당되는 승객이 없을 경우, 다른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호텔비와 왕복 교통비, 식사대 등 소정의 경비를 항공사가 지불해주는 조건으로 희망자를 조사한다(어떤 경우는 2등석으로 업그레이드 조치 포함).

이런 제의가 나오면 대부분 초과된 1~2석 정도는 해결될 가능성이 99% 된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는 다음 순서에 의거 강제 하기자를 지명하게 된다.

1. 해당 항공사 직원이나 가족 중에서 무료 항공권으로 탑승한 자
2. 보너스 무료 항공권을 소지한 승객(통상 마일리지 포인트로 탑승 승객)
3. 할인 항공권으로 탑승한 승객(할인율이 높은 항공권 소지 승객 우선)
4. 90% 할인 항공권
5. 75% 할인 항공권(통상 경매로 구매한 항공권)
6. 50% 할인 항공권
7. 30% 할인 항공권

할인 항공권이나 무료 항공권의 약관 조항을 보면, 항공사의 판단에 의거 필요시 하기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이 명시되어 있다. 다만 무료 항공권이나 90% 할인 항공권이라고 하더라도 여행사의 가이드에게 발권된 항공권은 강제 하기 대상에서 제외(인솔자가 없으면 그가 인솔하는 다수의 여행객 전부가 하기를 해야 하기 때문).

그런데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승객을 하기 조치한 이유가 그 항공사 소속 승무원을 추가 탑승시키기 위하여 일반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렸다는 후속 보도를 보면 이 항공사의 막가는 하기 조치를 보면서 말문이 막힐 뿐이다.

오버 부킹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 항공사들은 위법이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불가피한 경우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조종실에는 통상 훈련생이나 비행 검열관, 또는 옵서버용 좌석이 한 석 이상 빈 좌석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항공기 이착륙시에 객실 승무원 중 한 명을 그 좌석에 앉히고 승객을 객실 승무원 자리에 앉게 하는 경우다.

각설하고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많고 많은 승객 중에 베트남 출신 의사를 강제 하기시키면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고 폭력까지 가하여 2개의 이빨을 부러뜨리고 코뼈가 부러지게 한 행위는 단순한 강제 하기 문제이기 이전에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인종 차별 요소까지 개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동 항공사는 본 건 문제로 소송이 진행되면, 피해 승객의 사회적 지위나 부상 정도, 항공기를 탑승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손해, 더욱이 승객의 인권 유린에 의한 피해자의 인격 손상에 대한 손해 등에 대하여 변호사 비용을 제외하고도 수십억 원의 손해 배상금을 지불하여야 하고 동 항공사가 입게 되는 이미지 타격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정도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 같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40년 이상을 미국에서 생활하며 완벽하게 미국 영어를 구사하는 미국 시민도 이렇게 다뤄지는데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떤 봉변을 당했을 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쳐지고 우리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최상인지 평소에 생각해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