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스스로 돌아보아 떳떳하다면 천만인이 가로막더라도 나는 내 길을 가겠노라.-맹자, 공손추上 *蓄: 直也)

로마제국의 권력과 물신(物神)에 맞서, 초기 기독교인은 일체의 타협을 거부했다. 사자의 우리에 던져짐을 만세의 영광으로 여기고 우주보다 큰 영혼의 높음과 깊음을 설파했다. 그들은 수천만 명 육신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황제에게 고개 숙이기를 끝내 거부했다. 소크라테스의 눈으로 바라보든 세네카의 귀로 듣든, 그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았지만, 실은 뾰족 돌멩이로 거대한 풍선을 올려치는 것이었다. 마침내 기독교의 돌멩이는 로마제국의 풍선을 터뜨리고 4세기 이후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1600년 동안 서구의 양심으로 군림했다.

정당은 이념 집단이다. 정치적 동지(同志)의 집단이다. 정치적 이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쟁취하여 자신들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집단이다. 정당은 크게 좌우 양당이 있다. 좌파는 평등을 자유에 우선하고 우파는 자유를 평등에 우선한다. 중도파는 평등과 자유의 균형을 중시한다. 자유를 아예 부정하고 평등을 지고지상으로 삼는 정당은 극좌정당이고, 그와 대척점에 서는 우파는 극우정당이다.

한국은 정당의 이합집산이 무상한 나라다. 10년 가는 정당이 드물다. 정치 내림굿을 받은 자는 약간의 세력만 확보했다 싶으면, 새 정당을 설립하여 자신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살릴 구세주라며 혹세무민(惑世誣民)한다. 한국의 정치인은 대부분 이념 다시 말해 제사가 아니라, 권력 곧 잿밥에 온통 눈이 벌건 자들이기 때문에, 과대망상에 빠진 어떤 자가 새 정당을 설립하면, 어제의 좌파가 오늘은 우파로 변신하고 어제의 우파는 오늘의 좌파로 표변하여 권력 떡가루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 보이는 쪽으로 금세 쪼르륵 달려간다. 한국의 정치 주식시장에서는 초단타 매매가 난무한다. 배신은 소신으로, 욕심은 양심으로 포장되고 단장된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국민의당의 박지원(아바타는 안철수), 자유한국당의 인명진(꼭두각시는 홍준표), 바른정당의 유승민은 하나같이 스스로를 대한민국의 구세주로 확신하는 정치무당들이다. 국회의석 순으로 TV 토론에 나와 국민에게 꽃 대신 가시만 안겨주는 다섯 정당 중에 말석의 정의당이 그중에서 제일 오래되었고 이념의 색깔도 제일 분명하다. 작지만 원내로 당당히 들어간 정의당은 국민의 선택을 방패삼아 친북 본심과 좌파 양심을 노골적으로 내세워 덩치 큰 민주당과 국민당을 좌지우지하고, 간은 산신령에게 바치고 쓸개는 용왕에게 떼 준 한국당과 바른당을 마음껏 조롱한다. 선거의 여왕을 유폐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두 거대 좌파 정당은 정의당과 이념이 동일하지만, 귀 얇은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그것을 약간 각색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지로 좌파 정당의 중심은 이전에는 해산된 통진당에 있었고 지금은 정의당에 있다. 평등의 깃발을 흔들든 자유의 나팔을 불든, 이 다섯 정당의 공통점은 거짓이다. 위선이다. 독선이다. 과대망상이다.

신문과 방송과 포털만 장악하면,

권력에 눈먼 정치교수들을 구소련에서 한 덩이 빵을 사려고 끝없이 늘어섰던 인민들처럼 줄 세울 수만 있으면,

여론조사 기관을 구워삶을 수만 하면,

조직적 폭력적 지속적 길거리 시위로 국민의 양심을 콕콕 찌르고 초등학생에서 노인대학 학생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에게 증오심과 공포감을 심을 수만 있다면,

검찰과 법원을 미래 권력에 줄 세울 수만 있다면,

한 마디로 말해서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사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사방팔방으로 동원하여 냄비 여론을 조성할 수만 있다면,

권력의 늙은 호박은 넝쿨째 굴러온다고 믿는 자들이 정치무당들이다. 서로 모순되는 잡탕 정책으로, 황금알을 낳는 닭을 잡아 모두가 다 같이 영원세세 호의호식하자는 정책으로, 나라가 그리스나 베네수엘라 수준으로 떨어질 게 뻔히 보이는 정책으로 탤런트처럼 분장한 정치무당들은 서로를 헐뜯으며 너무도 진지하게 횡설수설한다. 정치무당들 눈에는 형용모순(oxymoron)이 도무지 안 보인다. 자기 말 한 마디면 트럼프와 습근평이 즉시 꼬리를 말고 김정은이 거대한 배 대신 통통한 손을 쑥 내밀어 남북이 평화적으로 주체적으로 하나되어 통일독일을 능가하고 G2를 능가할 찬란한 조국의 미래가 눈에 어른거릴 뿐이다.

사기탄핵에 맞서서 태극기를 앞세우고 성조기를 뒤세우고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20세기 후반 지구촌의 최대기적을 지키기 위해,

점잖게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믿고 묵묵히 기다리던 사람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때부터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여당도 야당도 믿지 않고

방송과 신문과 포털과 교수와 교사와 경찰과 검찰과 판사, 그 누구도 믿지 않고

그들은 오직 자신의 상식과 직관과 양심을 믿고 촛불에 맞서서 울부짖으며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가마솥의 개구리 신세가 된 조국의 현실을 보고 우르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들은 2002년 효순미선 사건 이래 광화문에서 15년간 공포의 대왕으로 군림하던 촛불을 압도했다. 마침내 그들은 정당도 결성했다. 상향식의 정당이 조직되기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다. 민중당도 통진당도 정의당도 상향식이 아니냐고? 천만에! 그들은 386운동권이 배후에서 하향식으로 조직한 것이다. 단지 조직적 폭력적 지속적 시위를 통해 상향식 정당으로 보이게 했을 뿐이다. 그들의 실세는 지금도 나타나지 않는다.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 공산당에게도 실용적으로 배울 바가 있다. 그들은 기독교 신자들이 그러했듯이, 불교 신자들이 그러했듯이, 마교(마르크스교)를 인류 구원의 진리로 확신하고 어중이떠중이가 다 떨어져나가고 극소수의 진성 당원들이 남을 때까지 치열한 당내 투쟁을 통해, 숙청을 통해, 공포를 통해, 마침내 진성 당원들의 맹종을 통해, 바위보다 단단한 신념의 집단을 만들었다. 레닌도 그랬고 모택동도 그랬고 호지명도 그랬고 카스트로도 그랬고 김일성도 그랬고 남로당도 그랬고 386운동권도 그랬다.

한국의 자유민주는 미국이 공짜로 선물하고 피로써 지켜주고,

이승만이 토지개혁과 민주교육으로 우리 것으로 만들고,

소작인에서 100% 자영농이 된 농민이, 제 땅을 가진 민초가, 수천 년 숙원을 이룬 국민이 맨주먹으로 공산침략에 맞서 300만의 시산혈해로 지키고,

반공(자유민주)을 국시로 내세운 박정희가 가꾸고 꽃피운 것이다.

김대중과 김영삼은 단지 자유민주의 비판세력으로 기능했을 뿐이다. 그들은 집권했을 때

어떤 정권보다 무지막지하게 언론에 재갈을 물렸고

공산세습독재에 벌벌 기었고

조선 후기의 탐관오리가 양심의 가책을 안 느낄 만큼 부패했다.

어떻게 이룩한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인데, 그것이 지금 일장춘몽에 이를 지경에 이르렀다. 친북좌파가 쑥덕공론하면 이제 어떤 국민도 어떤 고위관리도 어떤 세계적 기업가도 그 재산과 신체와 생명을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에게 찍히면 무죄추정의 원칙도 사라지고, 불구속의 원칙도 증발한다. 모함죄과 위증죄 세계 1위 나라에서 자기 편 사람 말만으로 마녀재판이, 인민재판이 정의의 엄명(嚴命)으로 민심의 천명(天命)으로 자행된다. 언제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더니,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느라 고심참담하던 대통령에게는 살인마 유영철에게도 보장해 주던 인권조차 박탈하는 나라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지전능 요술방망이 여론조사로 이미 대통령은 다 정해진 듯이 나라가 들떠 있다.

이명박 친구 최시중의 갤럽 이후 신뢰성이 뚝 떨어진 여론조사에서 아직은 1%도 안 되어 보이지만, 풀뿌리 태극당은 향후 대한민국 정치의 태풍이 될 것이다. 다섯 정치 무당 누구와도 손잡을 필요 없다. 그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들어오지 않는 한! 풀뿌리 태극당의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안 되든, 설령 우파 와해공작의 결과로 박근혜의 30% 콘크리트 표를 못 얻더라도, 태극당의 풀뿌리 민주운동은 향후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의 최후 보루가 될 것이다.

진실은, 진리는, 원래 소수로 다수의 거짓을 이기는 법이다. 뉴턴 한 명이 만유인력을 들고 나오자, 인류 전체가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단지 시간이 조금 걸렸을 뿐이다.

(2017.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