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투표일이 박두하고 있는 시점에서 당연히 19대 대통령선거 선거전의 쟁점으로 부각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유권자들의 관심권 밖에 방치되고 있다. 통일정책과 관련하여 이른바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입장이 그것이다. 이 문제는 대선 후보 초청 TV 토론회에서 일단 거론은 되었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연방제에 찬성하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이번 세 차례의 TV 토론을 통해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상투적인 동문서답(東問西答)식 얼버무리기로 즉답(卽答)을 회피했다.   

문재인 후보는 “연방제는 국가연합제와 같은 것이지요”라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홍준표 후보가 “아니, 연방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고 다그치자 문재인 후보는 “그 문제는 방금 답변했다”는 말로 끝내 비켜가고 말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런 식의 동문서답으로 마무리될 문제가 아니다. ‘연방제’가 ‘국가연합제’와 “같은 것”이 될 수도 없거니와 ‘연방제’와 ‘국가연합제’를 동일시(同一視)하는 문재인 후보의 발상(發想)에는 “공산화 통일을 수용하겠다”는 잠재의식의 발로(發露)일 수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인식할 절대적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론적으로, ‘국가연합’과 ‘연방’은 결코 “같은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지적되어야 하겠다. ‘국가연합’(Confederation)은 “2개 이상의 주권국가”들이 각자의 주권은 계속 유지하면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상호 공존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복수 국가, 복수 정부’의 존재가 전제되는 것이다. 예컨대, ‘영연방’(British Commonwealth)이라던가 ‘국제연합’(United Nations)이 그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주권’의 차원에서 ‘국가연합’ 안에서는 회원국가 사이에 ‘수평적’ 관계가 존재할 뿐이지 ‘수직적’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연방’(Federation)은 “2개 이상의 주권국가”가 각자의 “주권을 포기”하는 ‘지방정부’로의 지위 격하를 수용하고 이와는 별도로 “통합된 단일 주권”을 행사하는 ‘연방국가’를 창설하는 것을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1국가, 복수 정부’의 체제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나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연방’ 안에서 ‘주권’의 차원에서는 ‘연방’ 정부와 ‘지방(支邦)’ 정부 사이에 ‘수직적’ 관계가 존재하게 된다.   

남북한의 경우, 대한민국은 1989년 노태우 대통령(당시)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발표한 이래, 비록 북한에 대해 ‘국제법상의 주권국가’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거부했지만, 남북이 상호 간에는 각기 별개의 ‘주권’을 보존하면서 상호 대화와 협력 및 공존(共存)과 상생(相生)을 추구하는 정책을 추구해 왔다. ‘1민족, 2국가, 2정부, 2체제’의 과도적 제도화를 모색한 것이다. 이 같은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은 1992년 남북간에 합의, 채택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탄생시켰다. 이 합의서에서 남북 쌍방은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정의하는데 합의(전문)하는 동시에 “현 정전 상태가 평화 상태로 전환될 때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제5조)고 합의했었다.   

이에 반해, 북한은 1980년 노동당 6차 대회에서 소위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이라는 것을 채택한 이래 이른바 “연방제에 의한 통일”을 줄곧 주장해 왔다. 물론, 북한이 말하는 ‘연방제’ 통일방안이 안고 있는 최대의 모순은 이것이 정치학에서 보편적으로 정론화(定論化)되어 있는 ‘연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연방제’ 통일방안은 레닌의 소위 ‘통일전선(統一戰線)’ 전술에 근거하여 오로지 ‘공산화’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북한은 이른바 ‘조국통일 3대 원칙(①자주·②평화·③민족 대단결)’을 앞세워 대한민국의 ‘용공(容共)’ 내지 ‘연공(聯共)’ 체제로의 변화를 북한이 말하는 ‘연방제’ 통일의 절대적 전제조건으로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연방제’ 통일의 선결조건으로 대한민국에 대해 ②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북한의 전체주의 독재에 대한 반대 중지, ②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파기 및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③ 대한민국이 배제된 미-북 평화협정 체결 등의 수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국가연합’과 ‘연방제’가 “같은 것”이라는 문재인 후보의 발언은 곧 북한의 ‘연방제’를 수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바로 북한이 ‘연방제’ 통일과 관련하여 제시하는 ‘전제조건’들을 수용하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남북한의 ‘공산화 통일’을 수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이 아직 살아 있을 때 북한이 말하는 ‘연방제’ 통일방안에 감춰져 있는 불합리성 때문에 선전전(宣傳戰) 차원에서의 설득력에 문제가 발생하자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이를 재포장(再包裝)하는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었다. “일정 기간 동안 외교와 국방 문제는 남북이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그 밖의 영역에서 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1년1월1일에 있었던 김일성의 ‘신년연설’은 그 같은 북한의 수작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분식(扮飾)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백히 해주었다.

김일성은 이 연설에서 “우리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에 대한 민족적 합의를 보다 쉽게 이루기 위하여 잠정적으로는 연방공화국의 지역자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장차로는 중앙정부의 기능을 더욱 높여 나가는 방향에서 연방제 통일을 점차적으로 완성하는 문제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하면서도 이 ‘연방’은 어디까지나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에 기초한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것은 이른바 ‘낮은 단계’에서도 그들이 말하는 ‘연방’은 ‘하나의 국가’를 절대화하는 것으로 ‘하나의 국가’ 안에서 ‘2개의 외교’·‘2개의 국방’을 운운 하는 것은 실현성을 도외시한 기만행위에 불과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5.9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북한의 2천5백만 동포가 김정은 치하의 학정(虐政)에 계속 방치되는 것은 고사하고 대한민국의 4천5백만 국민이 그에게 이끌려서 ‘연방’이라는 미명(美名) 아래 공산주의라는 호랑이 뱃속으로 끌려들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5.9 대선 투표장으로 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