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 치적이나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점을 아셨으면 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취임하면, 청와대가 아니라 광화문 정부 종합청사 내에 대통령 집무실을 두고 거기서 집무를 보시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셨습니다. 왜 그런 공약을 발표하셨는지 깊은 뜻은 모르겠으나,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하여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대통령 집무실 용도로 마련되어 역대 대통령들이 별 탈 없이 사용 되어온 청와대 집무실이 있는데 이를 마다하고 광화문 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결정을 취소하여 주실 것을 건의 드립니다. 광화문 청사를 사용해서는 아니 되는 이유는 너무나 많고 대통령님도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그 중 몇 가지만 언급하고자 합니다.

경호상의 문제입니다.

광화문 청사는 서울의 중심가에 위치하여 사람과 차량 통행이 너무나 많아서 대통령님의 신변 경호에 극히 취약합니다. 집무실과 공관이 함께 있는 청와대와 달리 대통령님은 매일 출퇴근을 하여야 합니다. 불순 세력이 이 시간대를 이용하여 위해를 가하려고 한다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동에서 흔히 보게 되는 자살폭탄 테러처럼 북한 공작원이나 국제 테러 조직원이 폭발물을 실은 차량으로 코드 원 차량에 돌진하여 충돌하는 경우 대통령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공무원들과 민원인들이 수시로 출입하는 청사 건물은 폭발물 설치, 재실(在室) 중 외부에서 집무실을 향하여 바주카 포나 RPG 공격에도 쉽게 노출되게 됩니다.

북한 장사정포의 표적이 됩니다.

서울 불바다를 외치며 청와대 모형을 제작하여 공격 모의훈련을 하는 김정은 집단이 휴전선 너머에서 장사정포나 미사일 등으로 광화문을 향하여 공격할 경우 북악산에 의하여 엄폐 방호가 되는 청와대와는 달리 광화문 청사는 이를 막아주는 고정 엄폐물이 없기 때문에 장사정포의 좋은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지하 벙커를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이 서울을 향하여 포격을 가하거나 북한 전폭기가 폭격을 가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안전하게 대피를 하고 상황 파악 및 지휘를 할 수 있는 지하 벙커시설이 청와대에는 구비되어 있지만 정부 종합청사에는 그런 시설이 없기 때문에 화급을 요하는 재난이나 적의 공격에서 생존성을 보장받기도 어렵고 시급하게 상황파악 및 지휘도 어렵게 됩니다.

정부 종합 청사 건물 자체의 협소성

현재 광화문 청사는 기존의 정부 중앙부처 모든 부서들을 수용하기에도 턱 없이 공간이 부족하여 외교부를 포함한 일부 부처들은 제2 청사와 별관 건물들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통령 집무실이 동 청사로 옮겨오기 위해서는, 비서실, 부속실, 경호실, 각 수석실 등 현재 청와대에 산재되어 있는 많은 수행 부서 요원들이 따라와야 되고 그 인원들을 수용하는 데 훨씬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존 광화문 청사를 사용하는 여러 부처들이 옮겨가야 할 별도의 사무실 공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극단적인 방안으로 종합청사에서 쫓겨나는 부처 사무실을, 대통령이 떠나서 비게 되는 청와대로 옮길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민간 빌딩을 임대하여야 되는데 그 임대료나 사무실 운영비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며 결국 피 같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광화문 일대 교통 혼잡 등 국민 불편을 야기합니다.

대통령님의 출퇴근시나 민정 시찰, 대외 업무 및 행사 참석 등으로 정부 청사를 출입할 때마다 경호상의 문제로 광화문 사거리 교통 통제를 시도 때도 없이 단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그 일대 교통혼잡이 야기됩니다. 가뜩이나 현재도 복잡한 곳인데 집무실 이전으로 추가 교통혼잡을 야기한다는 것은, 국민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대통령이, 대통령님 때문에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청와대의 역사성과 전통에 역행하는 처사입니다.

청와대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 나라 권부의 상징 대통령 부, 즉 국가원수의 집무실과 공관이 있는 곳임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Blue House로 알려져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전통과 역사가 흐르는 장소입니다. 사소한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내려온 청와대의 역사와 전통, 특히나 국민들이 기억하는 ‘나랏님이 기거하는 집’ 이란 신화와 추억을 깨뜨려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무조건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 치적이나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점을 아셨으면 합니다. 청와대에서 집무실을 옮기는 순간 문재인 대통령은 또 하나의 전통을 단절시키거나 파괴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수백 년 후, 통일 조국을 살아가는 우리 후손들이, 청와대는 대한민국이 건국이래 천년 사직을 간직한 이 나라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공관이라는 역사와 전통을 말할 수 있도록 후손들이 자랑거리로 한 가지쯤은 현재대로 남겨둬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