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익이 형편없이 패배한 것은 박근혜 정권 실패의 후유증일 뿐이다. 그 후유증은 대한민국의 정통성 교체까지 이어질 것이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과 여론 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전직 대통령 호감도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48.7%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어서 노무현의 절반도 안 되는 23.2%의 지지를 얻은 박정희 대통령이 2위였다.

박정희 대통령 지지율(호감도)에 이상 징후를 보인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다. 2015년 11월 리얼미터 조사에서 박정희 40.7%, 노무현 29.0%로 여전히 박정희가 1위이긴 했으나 콘크리트 같던 70~80% 지지율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과반수 이하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어 1년 만인 지난 2016년 12월 조사에서 드디어 노무현에게 역전당했다. 이 조사(역대 대통령의 국가발전 기여에 대한 국민인식)에서 노무현은 35.5%, 박정희는 30.8%의 지지를 얻었다. 그리고 불과 5개월 만인 지금 배 이상의 차이로 벌어진 것이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모든 문제가 박근혜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아직도 박근혜가 억울하다고 하면 어떻게 하는가? 정작 억울한 이는 좁게는 최순실을 비롯한 박근혜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다가 감옥으로 끌려간 사람들이요 넓게는 대한민국 보수 우익 전체다. 최순실은 40여 년간이나 박근혜를 따라다니며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여 결국 성공하였다. 1등 공신이라 할만하지 않은가? 정권 창출 기여도에 따라 대부분 한 자리씩 나눠 받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심부름꾼으로 남았다. 그런 중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진 것이다. 급기야 최순실은 딸과 함께 천하 둘도 없는 마녀쯤 되어 이 땅에서는 살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한국의 대부분 체육특기생들이 누리는 혜택을 유독 그녀의 딸 경우에는 '국정 농단'이라고 한다. 장래성 있는 선수들은 다들 스폰서(기업)가 있어 뒷바라지받으며 선수생활 하는데 유독 그의 딸만 뇌물죄로 엮였다. 얼마나 억울한 심정이겠는가!

물론 그녀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권력의 정점에 있는 '제왕적 대통령'이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사후 대처도 너무나 어설퍼서 스스로 무너지고 만 것이다. 최순실이 죽일 x이 아니었다. 박근혜가 대처를 잘못한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의 죄과에 비하면 그야말로 '별 것도 아닌 일'로 쫓겨나 감옥까지 가게 된 것은 본인의 실책이지 그 누구를 탓할 일이 못된다. 정치란 냉정한 게임이다. 우산이 되어야 할 '제왕적 대통령'이 무너진 것은 그 자신의 정치적 패배이지 우산 아래 있는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릴 일이 아닌 것이다.

조선조에서는 정변으로 왕좌에서 밀려난 임금들이 여럿 있었다. 박근혜의 실각은 이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설사 가신들이나 지지자들의 잘못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인 책임 소재는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다. 왜 'ooo 정권'이라 하는가? 이는 정권적 책임의 소재를 특정하는 것으로 국정의 권한과 책임이 ooo에게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라 최순실, 또는 언론의 책임이라면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인가? 대통령이 그렇게 무책임한 존재인가?

정작 안타까운 것은 단순히 자기만 실각한 게 아니라 온 국민들이 존경해마지않던 아버지 박정희의 명성에 돌이킬 수 없는 흠집을 내고 나라를 통째로 좌익의 손아귀에 넘겨준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업적이라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원위치되었다. 좌익들은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더 노골적으로 反대한민국 교육을 시켜나갈 것이다. '8·15 건국'은 반쪽 정부 수립이요, '5·16 혁명'은 불법 쿠데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5·18 사태'는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한국의 '주체사상'이 될 것이며, '전교조'는 '法外'라는 멍에를 벗고 다시 한국 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고, 한명숙 이석기도 풀려날 것이다. 한편 세월호는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의 '보수 우익 궤멸 시범장'이 될 조짐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아직도 무슨 보수 무슨 보수 따지고 있는 것인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우익이 형편없이 패배한 것은 박근혜 정권 실패의 후유증일 뿐이다. 박근혜 정권이 실패하지 않았다면 조기 대선도 없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인가? 그 후유증은 대한민국의 정통성 교체까지 이어질 것이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