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용어와 이념의 混同은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로 이어진다

어떤 사람이 A를 주장하는 데 상대방이 임의적으로 A의 주장을 B의 주장으로 치환시킨 후 B의 주장을 공격하는 것은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에 해당한다. 이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인신공격의 오류와 더불어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오류의 유형 중 하나에 해당한다. 용어를 교체하자는 주장을 임의적으로 이념을 수정하자는 주장으로 치환시킨 후, 이념의 수정을 비판하는 것은 전형적인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에 해당한다. 따라서 반박을 하는 것이 불필요하며, 가능하지도 않다.

2. 용어를 교체하자는 주장은 이념을 수정하자는 주장과 관련이 없다.

용어는 브랜드 내지는 디자인의 변경에 해당한다. 디자인 부서에서 디자인 교체 전략을 짜고 있는데 생산부장이라는 사람이 들어와서 '자사 제품의 '성능'에 그토록 자신이 없느냐'고 화를 낸다면 회의 참석자들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무기를 쓸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는데, 전쟁에서 후퇴하자는 것이냐고 누군가 화를 낸다면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 대응이 불가능하며 불필요하다. 서로 주장의 논점 자체가 다르므로 애초에 논쟁이 이어질 수가 없다.  

3. 잘못된 사회과학 용어를 교체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한국의 많은 사회과학적 용어가 飜譯語로서 그 용어가 사용되는 정치사회적 환경이 고려되지 않아 잘못된 번역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民主主義 전통이 오래되고 自由主義와 市場經濟가 거의 唯一의 국가이념으로 자리잡은 영미권 사회에서는 保守가 매우 적절한 용어가 될 수 있다. 그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번역하여 시니피앙(記標)과 시니피에(記意)의 불일치현상이 일어났다면, 시니피앙을 교체하는 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 이를 개인의 改名과 비교할 수는 없다.

4. 적어도 젊은층에서는 保守라는 단어를 이념적 의미로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保守는 (1) 自由主義와 市場經濟를 나타내는 이념적 의미와 (2) 변화와 개혁보다는 現狀維持를 추구한다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2)는 점진적 개혁을 추구한다는 보다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언어적 이분법을 선호하는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국 우파는 보수를 (1)의 의미로 해석하지만, 실제로는 (2)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훨씬 많으며, 젊은 계층일수록 (2)의 의미로 사용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5. 박정희 정부는 보수정부인가? 급진개화파는? 메이지유신은?  

좌파들도 박정희를 보수라고 부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권위주의나 군사독재라면 몰라도 박정희가 변화를 거부하고 現狀維持를 원했던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갑신정변 당시의 급진개화파나 일본 메이지유신세력을 보수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파적 이념을 나타내는 용어로 보수를 선택한다면 이들이 모두 보수가 된다. 이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실제 보수의 의미가 混用되고 있는데, 위의 (2)의 의미로 더 자주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 스스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기를 원하는 세력은 선거에서 승리할 자격이 없다.

개혁의 방향에 따라, 좌파식 개혁이 있을 수 있고 우파식 개혁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좌파와 우파 모두 보수가 될 수도 있고, 개혁세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보수는 그 용어에 내재된 의미적 한계 때문에 항상 변화와 개혁을 거부한다는 誤認을 받게 된다. 이러한 불공평한 상황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은 자발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완전히 공평한 상태에서 싸워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세력은 선거에서 승리할 자격이 없다.  

7. 문재인 정권 5년이 끝이 아니다.

많은 우파세력이 문재인 정권 5년만 견디면 자연스럽게 우파가 정권을 되찾을 것이라는 幻想 속에서 살고 있다. 이미 좌파들은 앞으로 일어날 경제불황의 책임을 우파에 떠넘기기 위한 각종 논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 30대에서 保守는 이념적 차원의 의미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이들 연령층에서 다음 선거의 漂差는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거듭된 패배로 나라가 산산조각 난 후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