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對北 관계 개선을 시도하다가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 정부는 왕따가 될 수도 있다. 그 결과로 미군 철수와 北爆이란 엄청난 폭풍이 밀려 올 수도 있다. 이때까지는 한국이 미 국익과 큰 마찰이 없었기에 북한 핵문제에서 미국의 북폭이란 군사적 옵션은 한국 내전을 고려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외교 경험이 거의 없는 대한민국이 주변 강대국 미일중소 돌아가는 상황을 인지 못하고 따로 놀다가 미군이 철수하겠다 선언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미군은 현역이 총 130만 명이다. 국지 전쟁 등으로 인원 변동이 있지만 그중 17만 명이 해외 150개국 800여 군사기지에 파병 나가 있다. 해외 파병 미군이 제일 많은 순위로 보면 1위 일본 4만9000 명, 2위 독일 3만8000 명, 3위 한국 2만9000 명, 4~7위 이탈리아, 아프카니스탄, 영국, 쿠웨이트 등이며 각각 1만 명 전후 병력이 주둔한다. 따라서 해외 파병 미군의 절반 가까이가 일본과 한국에 주둔해 있다.

현재 미군은 전략적 유연성 기치 아래 기동력이 훨씬 증강된 편제로 바뀌어서 반드시 한국에 지상군을 유지해야 하는 게 아니고 일본으로 주둔군을 옮겨 중국, 북한 압박 라인을 일본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미군이 한국을 떠난다고 선언하는 자체로 코리아 리스크는 천정부지로 솟을 수 있고, 미군이 떠나게 되면 ICBM 때문에 실제적인 위협이 된 북한을 상대로 마국은 북폭을 전략 옵션에 넣을 수도 있다. 현대에 와서 전세계에서 전쟁을 제일 많이 치르는 나라가 미국이다.

주한 미군 철수가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데, 실제로 그런 상황이 일어나서 미국이 북한 폭격이라도 하는 날에는 문재인 정부의 80만 공무원 증원은 징병과 예비군 소집, 후방 지원 인력 동원 등으로 그 10 배인 군 관련 공무원 800만 증원이 될지도 모른다 (OECD 국가 통계에서 군인은 공무원으로 포함된다).

인간은 한 치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국가 정책을 정하는데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의 실제적인 위협으로 부상하기 전인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와는 현재 상황이 많이 다르다. 북한 ICBM은 미국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부상하였다. 만일 주변 강대국 미일중소의 의도와는 다르게 뭔가 자체 성과를 얻겠다고 문재인 정부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대북지원을 우리 정부 마음대로 결정하고, 사드배치 관련하여 국회통과 원칙를 선언했으나 국회 통과가 안된다면, 미국이 중국, 일본, 러시아를 상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북한 압박 작업을 다 끝냈는 줄도 모르고 한국만 엉뚱한 삽질 한 게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떤 수단을 다 동원해도 북한의 핵무장을 막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미국도 못하는데 한국이 어찌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북한 핵무장 해체가 최대 목표인 미국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외교를 해서는 절대 안된다. 국제 사회에서 동맹이란 힘과 자국의 이익이 바탕이다. 군사적, 경제적으로 강대국 레벨의 힘이 없는 한국이 동북아 균형자 역할 한다고 말했다가 국제적으로 논란이 일어 쪽 다 팔고 그 말에 대한 엉뚱한 변명하며 꼬리를 말았던 노무현 정부 때를 잊지 말자. 국제정치학 용어인 '균형자 (balancer)'란 세계 최강대국의 역할이다. 19세기 영국이나 20세기 이후 미국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그 용어 뜻도 잘 모르면서 노무현 대통령 연설문에 그 단어를 넣어 국제적으로 시끄럽게 만들었던 대한민국 외교 미숙의 과거가 있다. 우리 능력보다 너무 앞서 나가지 말자. 특히 외교에서는.

외교적 경험이 미숙한 한국이 이제 대북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국제적인 공조의 틀이 아니라 남북한 우리끼리란 개념으로 하다가는 머리에 쥐날 날이 올 수 있다. 대북 정책에는 유화책만이 담겨서는 안되고 채찍으로 우리 자체 핵무장 안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역으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에서 우리 자체 핵무장의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또는 우리가 미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미군이 철수한다는 말이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때가 대한민국 자체 핵무장안을 내세울 시점이다.

모든 일에서는 명분이 중요하다. 남을 설득할 명분 없이 행동하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다. 1976년에 제기된 지미 카터 미국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안에 맞서 박정희 대통령은 자위 차원에서 핵무장을 진행했었다. 그때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한다는 명분이 있어서 한국의 핵무장은 상당히 진행되고 있었고 주한미군 철수한다는 미국이 그것을 제지할 수가 없었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 시해됨으로써 전두환 정권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신군부의 정통성을 미국에서 인정받았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언제까지 우리 머리에 핵폭탄을 이고 살수는 없다. 한국에 전술핵이 재배치되더라도 그 전제는 미군이 한국에 주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의 경우에 우리나라가 자체 핵무장할 수 있는, 미군 철수와 같은 명분이 주어진다면 핵무장을 공론화하고 그것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더 좋은 선택은 외교 미숙의 현 대한민국 새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얻겠다는 과욕을 포기하고, 살얼음판의 동북아 정세에서 지금은 대북 관계 개선 시도를 우리가 먼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어설프게 대북 관계 개선을 시도하다가는 아직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 정부는 왕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미군 철수와 북폭이란 엄청난 폭풍이 밀려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