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폭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폭력이었기에 자식의 불치병까지 까발리며 폭력에 굴복하나. 인간은 폭력 앞에 약하다. 원시사회 폭력성이 인간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고, 폭력을 휘두르는 영화 등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며 현대인은 살고 있다. 국가기관에 끌려가 죽도록 맞거나, 영화 '친구'처럼 폭력배들이 사시미 칼로 찌르던 게 먼 옛날이 아니다. 그런데 CCTV와 스마트폰같은 촬영 도구들이 일상화되면서 노출된 장소에서의 폭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 전철을 타면 모두 다 핸드폰 켜놓고 머리 숙이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폭력은 진화한다. 오랜 과거에 주먹으로 다투던 건달들이 조양은, 김태촌에 이르러서는 사시미칼 쓰는 조폭으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온라인상에서 언어 폭력으로 폭력의 형태가 바뀌어, 악플과 악성 유언비어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사람들이 나오더니, 급기야 더 진화해서 온라인에 접속하지 않아도 겪게 되는 18원 후원금과 문자 폭탄이란 신종 테러까지 나왔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인사청문회 대상인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아들 병역 면제 문제를 예전과 같이 조금 거칠게 다루었다고 급기야 청문회 위원인 국회의원에게 "너의 아들도 병역면제인데 비리 있는 것 아냐? 그런데 너는 깨끗해서 총리 후보자를 닦달하냐?"는 식의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누구에게나 고개 빳빳하고 아무에게나 소리치던 유아독존의 국회의원들도 드디어 문자폭탄 테러에는 무릎을 꿇었다. 다음날 속개된 이낙연 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시작하기 전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이 자신의 아들은 간질로 병역이 면제되었다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정신병과 유사한 취급받는 '간질'을 자신의 아들이 앓아서 군면제되었다고 해명하는 모습에 문자 폭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폭력이었기에 자식의 불치병까지 까발리며 폭력에 굴복하나 하며 불쌍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갑질의 대명사 국회의원이 당하니 싸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초록은 동색(同色)이다. 겉으로는 야당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문자폭탄 받는 것 싸다고 여당 민주당 국회의원이 말할지 몰라도, 여당 국회의원들도 역시 문자폭탄 대상이 되어 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서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느냐 못하느냐는 문자폭탄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동료의식으로 국회의원들끼리 뭉치면 문자폭탄에 맞서 여당 국회의원들은 어정쩡하게 있고, 적어도 야당끼리는 총리 부적격으로 왕창 표를 던질지 모른다. 왜냐고? 그냥 방치하면 이번 문자 폭탄 내용처럼 "너의 아들도 병역 면제인데 너는 자격있냐" 하고 따지듯이 국회의원 자신들도 청문회 유사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국회의원이 될 수 있으니깐. 그러면 누가 국회의원될 자격 검증 통과할 수 있겠어? 청문회에 십중팔구 다 걸려서 넘어지겠지. 그것 알면 국회의원들 행동 뻔하지 뭐, 죽기 살기로 청문회 문자 폭탄은 없도록 하겠지. 서울대 조국이 법무부장관 안하고 왜 민정수석 했겠나? 청문회 통과할 자신 없어서 장관은 고사했지 뭐.

청문회나 국정조사 때 아무나 불러서 호통치고 모욕주는 재미가 쏠쏠했던 국회의원들이 문자 폭탄 폭력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지, 아니면 힘을 모아 반격하며 청문회 갑질 위치를 유지할지 자못 궁금하다. 신종 폭력 홍위병 문자 폭탄과 무소불위 권력집단 한국 국회의원 사이의 대결 결말이 궁금하다. 역시 싸움 구경은 재미있다. 인간의 잔인한 폭력성이다.